[이슈]EU 포장재 규제 PPWR, 2026년 PFAS 제한 본격화

정밀분석 병행해야...재활용 원료 관리도 새 과제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22 10: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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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유럽연합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인 PPWR(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이 2026년 8월부터 본격 적용되면서 식품 접촉 포장재 내 PFAS 관리가 포장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PFAS는 물과 기름을 동시에 밀어내는 특성 때문에 종이·보드류, 코팅재, 식품 포장재 등에 널리 사용돼 왔지만, 환경 잔류성과 인체 위해성 논란으로 규제 압박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기업이 포장재 내 PFAS 함량 입증해야


PFAS는 과불화·폴리불화알킬물질을 뜻하는 유기화학물질군이다. 수소 원자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불소로 치환돼 있어 화학적·열적 안정성이 높고, 물과 기름을 잘 밀어내는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반도체 제조, 배터리, 소방용 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은 동시에 자연환경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지난 4월 1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6 탄소중립 자원순환 그린패키징 포럼’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루드비히 그루버(Ludwig Gruber) 박사는 “PPWR에 따른 포장재 PFAS 규제는 단순히 특정 물질 몇 가지를 금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 포장재 내 PFAS 함량을 알고 입증해야 하는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PFAS가 논란이 되는 이유에 대해 “유용성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 특성이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는 위험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PFAS는 분해 속도가 매우 느리고 환경 내 잔류성이 높으며, 일부 물질은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재, 식품 접촉 소재, 포장재 등을 통해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규제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비의도적으로 유입된 PFAS도 규제 대상
EU는 기존에도 식품 접촉 물질과 고위험 화학물질 관리 차원에서 PFAS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여기에 PPWR이 도입되면서 포장재, 특히 식품 접촉 포장재에 대한 PFAS 농도 기준이 보다 명확하게 제시됐다. 국내에 PPWR은 2025년 2월 11일 발효됐으며, PFAS 관련 제한은 2026년 8월 12일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PPWR은 식품 접촉 포장재에 대해 세 가지 농도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표적 분석 대상 PFAS 개별 물질은 25ppb 기준이 적용된다. 둘째, 표적 분석 대상 PFAS의 합산 농도는 250ppb 기준이 적용되며, 여기에는 일정 조건에서 PFAS로 전환될 수 있는 전구체도 고려된다. 셋째, 총불소 기준은 50ppm으로 설정돼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포장재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문제는 PFAS가 단일 물질이 아니라 1만 종 이상으로 추정되는 방대한 물질군이라는 점이다. 그루버 박사는 “모든 PFAS가 규제 관심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1만 종 이상의 물질을 모두 직접 측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장재의 기질도 종이, 플라스틱, 코팅재, 복합재 등으로 다양해 분석 난도가 높다.

특히 PPWR은 의도적으로 첨가된 PFAS뿐 아니라 비의도적으로 유입된 PFAS도 규제 대상으로 본다. 제조 공정 중 오염, 가공 보조제, 재활용 원료, 외부 오염원 등을 통해 PFAS가 들어간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재활용 확대를 추진하는 포장산업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제 대응을 위해 다단계 분석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반적으로 표적 분석 대상 PFAS는 20~30종 수준에서 선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 규제와 분석 기술의 발전에 따라 대상 물질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제품 특성에 대한 이해, 적절한 시료 전처리, 회수율 확보, 분석 감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재활용 확대와 PFAS 오염 충돌할 수 있어
재활용 원료 관리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EU는 포장재의 재활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재활용 종이류나 기계적 재활용 플라스틱은 비의도적 PFAS 오염을 유입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재활용을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과 재활용 원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PFAS 오염 문제가 충돌할 수 있다. 

▲다양한 식품 포장재 

이에 따라 기업은 단순히 완제품 검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원료 관리, 공급망 선언, 소재 사양 개정, 장기적인 포장재 재설계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PFAS 스크리닝은 앞으로 기업의 제품 책임 관리와 고위험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PFAS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나 기술 가능성에 대해 그루버 박사는 “PFAS를 동일한 성능으로 단순 대체하는 것은 많은 경우 어렵다”며 “소재와 용도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종이와 보드류 포장재의 경우 불소를 사용하지 않는 기존 내유성 소재나 나노셀룰로오스 등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PFAS와 완전히 동일한 방수·방유 성능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플라스틱 포장재에서는 특정 차단층을 추가하거나, 투과 저항성이 높은 다른 플라스틱 소재를 조합하는 방식 등이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품별·용도별로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그루버 박사는 “하나의 단순한 대체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체 기술은 포장재의 기능, 식품 접촉 여부, 방수·방유 성능, 재활용 가능성, 규제 리스크를 함께 고려한 사례별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PWR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직접비용과 기회비용 동시발생
PFAS 규제는 단순한 금지 조항을 넘어 분석, 원료 관리, 공급망 검증, 대체 소재 개발, 장기 제품 설계까지 연결되는 복합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26년 8월 이후 EU 시장에 포장재를 공급하려는 기업들은 PFAS 함량을 입증할 수 있는 분석 체계와 문서화된 관리 전략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EU의 PPWR은 “사용 금지” 차원을 넘어 포장재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농도 기준과 분석·입증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PPWR 기준은 의도적으로 넣은 PFAS뿐 아니라 재활용 원료나 공정 오염 등으로 유입된 비의도적 PFAS까지 문제가 될 수 있어, 국내 기존 관리체계만으로는 EU 대응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2026년 8월 12일 이후 EU에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제품 자체뿐 아니라 포장재 사양서, 원료 공급망 확인서, PFAS 시험성적서, 재활용성 검토자료, 적합성 선언서까지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종이 기반 식품 포장, 방수·방유 코팅 포장, 재활용 종이·플라스틱을 쓰는 포장재는 우선 점검 대상이 된다.
 

인증대행업체 에코디언 임유나 대표는 “PPWR 대응의 본질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신뢰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PWR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직접비용으로는 통관 지연과 거부, 창고 보관료, 반송 비용, 리콜 및 회수 명령, 과징금과 행정제재, 재활용성 등급에 따른 EPR 분담금 증가 등이 꼽혔다. 시장 출시 후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전량 회수나 폐기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결국 PPWR 대응은 포장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공급망, 원료 조달, 설계, 품질관리, 인증, 문서관리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과제다. 국내 기업이 EU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성 인증과 재생원료 추적성 인증을 병행하고, 제품별 기술문서와 적합성선언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준비된 인증 데이터는 규제 장벽을 넘는 최소 요건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신뢰도를 입증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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