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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김석종 사진작가 |
길 아닌 곳 없다
- 김금용
초원으로 나가니
길인 곳 없고
길 아닌 곳 없어
말 두어 마리 앞으로 달려나가고
들꽃에 머리 박은 양떼 지나가고
마유주 실은 트럭이 지나가도
막 태어난 키 작은 들풀들
밟혔던 몸 일으켜
푸른 휘장을 온 천지에 두르니
누가 오고 누가 떠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타고 온 검은 말도
동서남북 방향 묻지 않고 직진한다
내가 못 보았던 것인가
내 안에 가둔 채 안 보인다 했던 것인가
마음 가는 대로
발 딛는 대로
길은 사방으로 뻗쳐 있는걸
빨강 신호등이 필요 없다
『각을 끌어안다』, 현대시학, 2021
몽골 초원은 길이 없다.
아니 온통 길이다.
시인들과 함께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뭉근머리트로 간 적이 있었다.
도심을 벗어나자 온통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름 모를 들꽃들을 밟고
말 두어 마리 앞으로 달려 나가고
양 떼가 지나가고
마유주 실은 트럭이 지나가고
우리를 태운 봉고차가 지나가면 초원은 길이 된다.
막 태어난 키 작은 들풀들이 밟혔던 몸 일으켜 푸른 휘장을 온천지에 두르고 나면
우리들이 지나갔던 그 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초원의 길은 누가 오고 누가 떠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안에 사방팔방으로 길이 있는데 길이 없다고 주저앉을 때가 있었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툭툭 털고 묵묵하게 마음 가는 대로 나의 길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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