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유치원 급식비리” 유치원보다 국민의 교육권 우선돼야

‘유치원3법’으로 풀어본 급식문제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2-11 1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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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단연 ‘사립유치원 비리 적발’이다.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의원이 유치원 명단과 비리 내용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들 교육에 사용돼야 할 국고 지원금이 원장들의 명품 가방 구매, 유흥, 미용비 등 사생활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유치원 비리는 곧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지속적으로 불거지던 급식문제가 그 중심에 있다. 

▲ 지난해 10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 둘째) 등이 당론으로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등 ‘비리유치원 근절 대책 3법’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하고 있다.

 

유치원은 유아(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운영 주체가 민간인 사립 유치원과 국가·지방 자치 단체인 국공립 유치원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립 유치원은 교육 기관인 동시에 개인이 사유 재산을 들여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사업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에는 정부 예산을 거의 받지 않고 학부모들이 지급하는 원비로만 운영됐는데, 2012년부터 정부의 누리 과정 운영으로 지원금 지급 대상이 됐고 이로써 사립 유치원에도 공공성이 강화됐다. 하지
만 지원금 시스템만 갖췄을 뿐 제대로 된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은 미비한 상태다. 

 

박용진 의원은 2013~2018년까지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비리가 총 5951건이고 액수는 269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폭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유치원3법 추진
이후,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3법’을 추진했다.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이렇게 3가지 개정안을 말한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면, ‘유아교육법’은 유치원이 징계를 받거나 중대한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명칭을 바꿔 재개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또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하여 ‘에듀파인’이라는 회계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것을 명시했다.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횡령죄가 적용된다. 

 

‘사립학교법’은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을 교육 목적 이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학교급식법’은 현행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켜 급식 부정 피해를 예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유치원운영위원회가 급식업무를 위탁해 유아의 급식 질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급식법’ 지정 배경
유치원3법을 잘 보면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곧 아이들의 건강·위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치원3법 중 하나인 ‘학교급식법’을 지정한 배경도 ‘급식 부정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사실상 유치원 급식 문제는 꾸준히 불거졌다. 대규모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의무적으로 영양사를 둬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형편이 어려울 경우 5곳이 1명의 영양사를 공동으로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유치원에서는 예외 조항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에 100명이상 대규모 유치원 360곳 가운에 284개가 공동 영양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양사의 권한은 작아지고 제대로 된 식재료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유치원 급식 문제로 들썩였다. 현직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부실 급식 실태를 고발하는 청원을 올리자 같은 어린이집 원장이 반박하는 청원을 다시 올리는 일도 있었다. 현직 보육교사에 따르면 곰팡이로 의심되는 이물이 있는 간식을 아이들에
게 배식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린이 급식에 대한 국가지원비와 학부모님들이 내시는 석간식비는 어디로 간 걸까요?”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급식문제는 이어졌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급식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되면서 구청에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매우 적은 양으로 배식하고 있음이 드러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런 일이 꽤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원장들은 급식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기밀유출을 문제 삼아 교사를 해고하거나 일방적으로 폐원을 통보하기도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급식비 운용 ‘천태만상’
경기도 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사립유치원 불법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2017 시민감사관 활동 보고서`에서 따르면 급식비를 이용해 원장이 가정용 식품과 잡화를 산 경우도 있고, 원장 가족의 외식비를 `교직원 식비`로 낸 경우도 있다. 

 

또 컵라면, 소주 등 원아 급식으로는 적절치 않은 식품을 급식비로 구매하기도 했다. 영수증을 조작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원장은 “식재료 납품업체와 짜고 식재료 수량을 실제 수량보다 늘려 계산한 영수증을 발행한 뒤 차액은 돌려받는다”며 “회계상으로는 지출 금액을 늘려놨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아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방식은 식재료 품질을 부풀려 학부모에게서 더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 모씨는 “유치원에서 유기농 우유를 먹인다면서 다른 유치원보다 많은 금액을 받아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알고 보니 유기농 우유에 일반 우유를 타서 먹이더라”고 토로했다. 일반 우유는 한 달 평균 1만3000원대 금액을 받는 것이 보통인데, 해당 사립유치원은 유기농 우유라는 명목으로 한 달 평균 2만원대 금액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실한 식재료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국을 끓일 때 소고기 같은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가쓰오부시만 우려낸 국을 먹이는 식이다. 간식비를 부풀리는 방식도 상당수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3만원에서 5만원의 간식비를 학부모들에게 따로 요구하는 곳들이 있는데, 실제 원아들에게 제공하는 간식은 금액에 비해 턱없이 소량이거나 변변치 않은 것들을 제공해 차액을 남기는 식이다. `2017 시민감사관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수박 한 통으로 100명이 먹거나 사과 한개를 12~15쪽으로 나누거나, 귤 2쪽을 간식으로 제공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유치원3법’이 사유재산 침해?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박용진 의원과 시민사회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자유한국당은 유치원3법을 전면 반박하며 나섰다.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용진 3법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개인 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며 일갈했다. “유치원은 개인이 자신의 자산을 동원하여 설립한 사유재산으로서, 여타의 사립학교와도 그 설립의 기반부터가 전혀 다르다”며 이사장의 원장 겸직금지 조항과 에듀파인 시스템 사용 등 일부 조항이 사유재산권 침해라고설명했다. 

▲ 한유총은 유치원3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법인에 맞춰진 에듀파인 시스템을 이용하라는 건 말이 안되며 차라리 유아학비는 부모에게 직접 지원해 무상교육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시설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사립유치원은 설립자 스스로 자신의 투자건물을 활용해서 자신의 유아교육사업에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제한으로
볼 수 없고, 자신이 소유·사용 중인 토지와 건물에 대한 공적 사용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유치원3법에서도 사유 재산권은 이미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표준보육비용 현실화해야
지난해 12월 13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어린이 급식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영양사를 고용할 의무가 없는 100인 미만의 어린이집 등도 의무적으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 등록하도록 해 체계적으로 급식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또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급식 관련 불만 신고를 받아서 조사,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건강위해 우려가 있는 사항은 지방자치단체가 보고받고 조치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한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고자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을 2019년 6월 안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특히 표준보육비용을 현실화한다. 표준보육비용이란 어린이집이 영유아 1명을 보육하는 데 드는 적정 비용을 추계하는 작업인데 이를 통해 적정 급식비 예산을 확보해 급식 비리를 근절할 계획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서는 27년간 하루 급·간식비가 1745원으로 동결된 상태
라며 이 금액으로 급식과 2회 간식까지 제공하다보니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개혁을 촉구한바 있다. 

 

정부는 보육 아동 1인당 급식비 하한액과 비교해 과소·과다 지출한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보육료를 유용하지 않았는지 점검 대상으로 꼽아 회계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또한 급식비 등 항목별 지출액을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매월 회계보고·결산보고 하도록 했다. 

 

아직 유치원 비리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에 중요한 급식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유치원 3법은 2018년에는 여야 합의 실패로 국회 통과가 불발됐고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된 상태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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