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닷컴] 꿈길

글. 박미산 시인 / 사진. 김석종 작가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9-16 1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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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            - 박완호-​

아버지를 업고 꿈속을 걸었다.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그이 몸은 깃털만큼 가벼웠다.
꿈길은 어제처럼 짧고 서러워
이불 뒤척이는 소리에도 휑해지는
등짝이 겨울 골짜기처럼 시려왔다.
처음 업어보는 아버지 웃음소리는
오래된 형광등처럼 자꾸 깜빡거렸다.
무슨 노래를 불러드리지,
맘속 구겨진 갈피를 뒤적이는 사이
그이는 또 어디로 떠나가고
소주잔에 비치는
젖은 그림자만
가만히 떨고 있었다.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북인, 2022)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속에 나타나셨다.
추석이 다가오니 자식들이 그리운 모양이다.
아버지를 업고 고향을 찾아 산등성이를 넘는다.
생전 처음으로 업어보는 아버지는 깃털같이 가볍다.
아버지가 생전 좋아하시던 노래를 나직하게 불러본다.
아버지는 처음 아들 등에 업힌 것이 좋은지 자꾸 웃으신다.
아들 노래를 따라 부르던 아버지는 까무룩 잠이 들고.
아버지를 업고 가는 고향길은 왜 그리 짧고 서러운지 모르겠다.
산등성이가 푸르스름하게 깨어나는 동시에 나의 꿈도 깨지고
아버지는 어디인가로 떠나가셨다.
당신이 떠나간 새벽, 전이며 식혜 달이는 냄새가 온 집안에 그득하다.
나 하나가 세상 전부인 것처럼 나를 업고 안고 고이 키운
당신은 늘 어린 나를 앉혀놓고 소주잔을 기울이셨지.
이제 당신의 나이가 된 지금, 당신이 좋아하던 육전에 소주 한 잔을 따른다.
두 개의 소주잔에 비치는 젖은 그림자가
가만히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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