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블루골드 물산업, 우리의 도전과제는?

물산업 진흥 R&D로부터 시작된다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3-03 11: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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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물산업은 인구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심화, 수질오염 등으로 인해 블루골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물산업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7252억 달러(한화로 870조)로 2022년까지 연평균 4.2%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물기업은 물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조성된 물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강소 물기업 육성과 글로벌 물시장 선점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물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한 즈음이다. 국내 물산업 현황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물산업 규모

물산업은 일반적으로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하거나 발생한 하·폐수를 정화하는 일과 관련된 산업이다. 크게는 진단 컨설팅(조사 및 분석) 분야와 장치산업(수처리)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물 인프라는 하천, 댐, 저수지, 관개시설, 제방, 수로, 간척, 정수시설, 산업용수, 폐수처리, 방재시설, 공급관망, 배수관망, 하수처리, 수생태시설, 위락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향후 플랜트나 화학, 소재 등의 관련 산업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어 전기, 가스, 통신, 교통 등 다양한 지역 공공서비스 분야와 접목한 종합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물기업의 영역은 설계, 용역, 서비스, 건설, 유지관리, 운영, 제품, 부품, 약품 등을 포함하는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설계에서 에컴(AECOM), 건설은 베텔(BECHTEL), 운영과 통합관리는 프랑스 베올리아, 펌프는 미국의 Xylem, 생수는 프랑스 에비앙을 꼽는다. 반면 국내 기업은 사실상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정수나 하수·폐수 처리에서 사용하면 물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얇은 막’(멤브레인)을 만드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모래나 화학약품을 이용하는 방법보다 수질개선 효과가 우수한 데다 침전물이 적게 생기는 등 장점이 많아 쓰임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물산업 규모(2016년도 기준)는 환경부의 상하수도와 물환경이 4조6000억 원(20%), 국토부의 수자원과 하천관리가 3조 원(13%), 농림부의 관개용수사업이 1조5000억 원(6.5%)이며, 60.5%가 행자부 및 지자체, 소방용수 등을 포함한 14조 원이다.


물산업 관련 인력 현황은 대학에서는 환경, 토목, 화공, 기계, 생명공학 등이 있으나 최근에는 컴퓨터공학, 전기통신, 생태 분야도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한국물환경학회 윤주환 책임연구원은 “전문인력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고, 댐이나 정수 분야는 기술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고 시설운영 기간도 20-30년간 관리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기술 변동도 그리 크지 않다”면서 “보수적 성향과 역동성이 부족해 젊은 층이 외면하고 있으며, 공공 부분은 임금이 높고 안정적이나 민간기업은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물산업 현솽 <출처 K-water>
내수 위주 물시장 형성
세계경제협력기구(OECD)가 발간한 ‘2030년 사회기반시설 전망’에 따르면, 향후 물시장은 전기와 통신, 교통 분야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분리막 분야는 연 20% 이상씩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중국 등 신흥시장의 신규 수요와 미국 등 선진국의 기자재 교체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국내 물시장은 내수 위주의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업종으로 보면 운영·설계 분야의 비중은 34%로 낮고 제조업은 50%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운영(정부·지자체), 건설(대기업), 제조(중소기업) 간 업종별 밸류체인 단절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하수 재이용이나 스마트 인프라, 해수담수화, 물-에너지 Nexus 등 신산업에 집중, 고부가가치 산업(부품, 장치, ICT융합기술) 육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물 재이용 활성화로 물 부족 문제와 녹조 등 하천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재이용 연관 산업 분야에서 기술혁신과 수출촉진이 필요하다. 또 ICT를 융합한 스마트 상하수도 시스템으로 개선함으로써 효율적인 물관리를 꾀하는 한편 스마트 제어기술을 수출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글로벌 물시장 진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나 물과 에너지를 연계하고 물을 절감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입안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물기업 여건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물산업 운영·관리 분야의 민간참여 활성화 방안’ 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국내 물산업 운영·관리 분야 사업체 73.5%가 10인 미만이며, 20인 미만 영세기업이 약 85%에 이른다. 이는 자체적으로 실증이나 성능확인 등의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이 대다수임을 나타낸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업화나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분야로 보면 세계시장과 마찬가지로 상하수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전국 161개 중 한국수자원공사 또는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하는 24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직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민간기업의 상수도 운영시장 참여는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들은 상수도 운영·관리 실적 부족으로 해외 진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수도는 공공하수처리시설 수 기준 민간위탁 69.9%, 직영 18.6%, 지방공사⋅공단 위탁 29.2% 등으로 민간위탁이 활성화되어 있으나 민간위탁 시설의 71.2%는 500㎥/일 미만의 소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수행됐던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위탁 시설의 처리단가는 138.8원/㎥으로 직영(239.4원/㎥)과 지방공사⋅공단(159.2원/㎥)보다 경제적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이 소규모 시설 중심으로 이루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자체 단위의 사업운영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경제 효율성 확보를 위한 최소 급수인구인 5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는 139개, 하수처리수 인구가 50만 명 미만의 지자체는 140개(특·광역시 제외)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업 규모의 영세성으로 다수의 소규모 사업체가 존재하게 되고, 대형 물 전문기업의 탄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영무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물산업 운영·관리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찌감치 정부 차원의 상·하수도 구조개편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이 거의 완료된 현재, 기업들이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 상·하수도 구조개편을 통해 민간참여를 활성화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의 지자체 단위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관리권역을 유역 단위로 대형화함으로써 물 전문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수도 시장의 민간참여 방안으로 민간기업과 공기업 간의 협력이 가능한 제3섹터 방식을 적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리고 하수도 위탁관리에 있어서는 지방공기업의 사업 참여가 민간의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간기업과 지방공기업 간 공개경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지역별 물 관련 주요 인프라 <출처 K-water>
물산업 분류체계 정상화 시급
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R&D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국내 물기업의 현황은 자금 확보의 어려움이나 사업화의 리스크 등을 이유로 투자가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3월 통합물관리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한 환경부의 ‘상하수도 중장기 정책방향’에 따르면, 현재 물기업체 중 19.2%만이 R&D를 수행하고 있고,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 또한 1.5%에 불과하다. 이는 타 산업 평균 3.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R&D 투자가 저조하므로 관련 실적도 부족해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물’의 특성상 기존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 인지도가 부족한 신규기업이 진출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물산업 제품의 해외 발주처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수출이전국가별로 운영 중인 물 관련 인증제도를 사전에 획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역 상대국 간에 서로 상이한 표준이나 기술규정, 인증절차, 검사제도 등을 채택, 적용함으로써 상품이나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터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두일 교수(단국대)는 “편의점식이 아닌 물전문 대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엔지니어를 우선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양성에서 생태학을 추가해 구체적인 물산업 기술 항목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서울시가 최근 국가가 650억 원을 투자한 수처리사업단의 핵신 기술인 막여과공정(230억 원)기술도 폐쇄할 위기에 있다”며 “이같은 시설물에 대한 전폭적인 시장개척을 위한 지원과 한국환경공단의 운영방향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선진 거대 기업들과 함께하는 운영전문회사로 재탄생시켜, 국내 소규모 물기술업체를 리드하는 조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산업 성장 동력은?
김성표 교수(고려대)의 해외진출지원방안 연구자료(2018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물산업의 해외 수출현황은 한국플랜트협회의 수주액이 7900억 원, 한국건설협회는 1조600억 원, 환경부 관련 물산업협회 등 회원사는 1조2700억 원(11.2억불)으로 집계하고 있다.


국내 환경신기술은 총 876개를 등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물기술 분야는 260개로 관거 52개, 질소, 인 제거기술은 61개 등이다. 물기업 제품에 대한 국내 인증제도는 11개로 미국 4개, 일본 3개, 중국 1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고 기준도 상이해 해외수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 물산업의 해외수출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인증 및 검증 취득지원이 가장 높은 33.7%, 기술개발지원 29.7%, 해외진출을 위한 재정지원 16.8%, 전문인력 훈련 10.9%으로 나타났다.


환경 분야의 국가표준 운영 현황은 2015년 7월 29일부터 범부처 참여형 국가표준 운영 체계를 시행 중이다. 환경부는 환경 분야 KS 613종을 이관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환경오염공정시험기준 12개 분야의 1050종을 관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우수제품 등 세부검증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대구에 조성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개원한 ‘한국물기술인증원’에서는 수도용 제품의 위생안전인증(KC인증)을 비롯해 물 분야 기술·제품의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인·검증 업무와 연구개발, 물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클러스터는 물산업 기술·제품 개발부터 실증시험, 성능 확인, 해외 진출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돕게 된다.


통합물관리가 본격화하면 물산업 진흥을 위한 추진 동력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물값이 너무 저렴한 탓에 추진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세, 물값, 교통비 등을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음에도 실제 이윤창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즉 정부의 물산업 진흥도 상하수도 분야에서 물값 상승을 이뤄내야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공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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