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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김석종 사진작가 |
산에게
-이건청
붉게 타는 단풍 앞에서
내 말은 한갓 허사虛辭일 뿐
붉은 단풍은 붉은 단풍의 진심을
나이테에 새긴다.
나무들이
단단한 나이테를 새겨 넣듯
나도 말 하나 새기고 싶다.
단단한 말,
둥치째 잘려도 선연한 말,
짙고 치밀한 흔적들이
둥글게 둥글게 입을 다문
그런 말 하나 새기고 싶다.
가을에 나무들은 붉게 물든다.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랑잎을 떨어뜨려 가는
이 소리 없는 시간의 운행…
그리고 먼 산에 새겨지는 나이테,
이 무량의 침묵 앞에서
나는 말을 잊는다.
『해 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문예바다, 2021)
온 산에 초록초록했던 나무들이 붉게 물들고 있다.
아름드리나무들은 곧 나이테를 단단하게 새겨 넣을 것이다.
붉은 단풍이 붉은 단풍의 진심을 나이테에 새기듯이
시인들은 단단한 말,
둥치째 잘려도 선연한 말,
짙고 치밀한 흔적들이
둥글게 둥글게 입을 다문
그런 말 하나를 새기고 싶어 한다.
해 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 없는 시간의 운행을 지켜본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말은 한갓 허사일 뿐,
이 무량의 침묵 앞에서 말을 잊는다.
그래도 가랑잎 지는 날들을 지나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
시인은 붉은 단풍의 진심을 하얀 백지 위에 또박또박 말로 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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