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멘트 품질 등급제' 도입, 안 하나 못 하나

시멘트 제조성분 유해성 논란 재점화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7-05 11: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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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물이 쌓인 시멘트 공장 모습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인구 증가로 폐기물이 급증하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끊임없이 만들고 버리면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오염원이 되었고,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는 인류의 숙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산업폐기물 처리 대책이 환경문제로 대두하면서 시멘트 소성로를 이용한 폐기물 처리법이 제안됐다. 이후 1999년에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어 폐기물소각회를 원료로 사용하는 시멘트가 제조되고 있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멘트 제조 시 원료 및 연료로서 폐기물이 다량 사용됨에 따라 콘크리트의 환경안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정황을 들여다 봤다.

 

▲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쓰레기 처리비 챙기며 이중혜택
시멘트 소성로를 쓰레기 소각시설의 하나로 인정하는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폐비닐, 폐유, 소각재, 분진, 석탄재 등 각종 산업폐기물이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덕분에 시멘트 제조사들은 합법적으로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가며 대체 원료 및 연료로 활용하는 이중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내 시멘트사들은 2016년을 기준으로 1년에 ㈜쌍용양회 약 174억 원(58만톤 × 3만 원), 삼표시멘트(41만톤) 약 123억 원, 한라시멘트(17만 톤) 51억원, 한일시멘트(15만 톤) 45억 원으로, 시멘트를 만들어 팔지 않아도 단순히 일본에서의 석탄재 수입만으로 393억 원의 큰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1>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던 환경부로서도 이를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었을 터.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명목하에 시멘트 제조사들은 환경오염 문제의 중심에서 비껴갈 구실이 된 셈이다. 오히려 시멘트 제조사들은 고온의 완전연소로 2차 오염물질에서 배제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시멘트에는 인체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카드뮴(Cd), 비소(As), 망간(Mn), 수은(Hg), 납(Pb), 크롬(Cr), 구리(Cu), 세레늄(Se),안티몬(Sb), 6가크롬(Cr+6) 등이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러한 유해물질들은 급성독성과 만성독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중금속이 함유된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 건물에 입주해 생활할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가려움증, 알레르기, 두통, 신경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인체 유해성 여부 조사조차 이뤄진 적 없어

시멘트 제조는 여러 원료를 소성로에서 굽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열원 공급을 위해 시멘트업체는 대량의 가연성폐기물을 소각하는 한편, 소각 후 발생한 소각재는 다시 시멘트 석회석과 혼합해 원료로 사용한다. 최근 논란이 된 일본산 석탄재와 도시하수처리장, 식품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인 유기성 오니와 산업체 생산공정이나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무기성 오니 등도 혼합해 제조하고 있다.


환경부의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과 재활용’(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에서 활용하는 폐기물은 1,800만 톤/년에 이른다. 이는 일반사업장 폐기물 배출량의 약 32%에 해당하며, 또 수도권 매립지의 연간 반입량 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게다가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오는 양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앞서 시멘트업계는 석탄재를 수입해오는 대가로 일본 측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산 수입석탄재는 원전사고 이후 세슘 등 방사능물질이 검출됐던 물질이다. 국내 시멘트 제조사들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석탄재를 부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문제가 불거지자 시멘트 제조사들은 국내 석탄재 우선 활용을 협약했다. 

 

그러나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와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매년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석탄재 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멘트업계 측은 ‘점토 비율을 줄이고 석탄재 사용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산 석탄재 수입 합법화?

환경부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지난해 8월 일본산 석탄재 수입 증가와 관련 ‘환경안전관리 강화’(방사능, 중금속 전수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수년간 시멘트의 인체 유해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환경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해 수입 금지될 석탄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합법화해주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환경부가 중금속 검사 강화를 위해 발표한 기준은 함량 기준 납 150mg/kg, 구리 800mg/kg, 카드늄 50mg/kg이다. 용출 기준으로는 납 3mg/L, 구리 3mg/L, 비소 1.5mg/L, 수은 0.005mg/L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을 국립환경과학원의 석탄재 분석 결과와 비교해보면 기존에 수입돼 온 석탄재 역시 강화된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한 번 도 없었다. 

 

최 목사는 “환경부의 검사 기준은 쓸데없는 기준임을 의미한다”며 “국민들에게는 일본 석탄재 수입 규제를 위해 검사기준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수입 선박이 항구에 조사 기간 묶여만 있을 뿐 감사결과가 나오면 100% 합법적으로 수입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립환경과학원 측정 결과 일본산 석탄재의 중금속 수치가 기준보다 낮다. 이는 다시 말해 중금속 등 유해물질 항목을 늘리기보다 이미 확인된 사실에 대한 전수조사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8월 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환경부가 내놓은 일본산 석탄재 환경안전관리 강화 등의 규제책이 국내 발전사의 재정부담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보도기사를 낸 바 있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해명은 석탄재 수입 자체에 대한 금지가 아니라 통관 전 수입 석탄재 검사(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 강화가 주 내용이라고 밝혀, 위의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수입 석탄재 대체를 위해 현재 매립되고 있는 폐기물(발전사의 비산재 등)을 더 확대해서 시멘트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도 밝혔다.

 

최 목사는 “지금 이시간에도 어떤 폐기물이 섞였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쓰레기 시멘트로 국민의 생활터전인 아파트 및 건물, 빌딩 등이 신축되고, 이로 인한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면서, “사람과 공존하는 시멘트의 유해성 기준을 반드시 마련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서둘러야 한다”고 못박았다.


실제 시멘트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수용성 ‘6가크롬’을 포함하고 있다. 6가크롬은 시멘트 소성과정에서 크롬이온이 부풀어 떨어져 나오거나 시멘트에 포함된 중금속에 의해 발생한다. 화학적으로 크롬 자체는 유해성이 없으나 고온의 시멘트 소성로에서 6가크롬으로 변형되어 각종 발암물질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된다.

 

국내 시멘트에 6가크롬 성분이 많다는 사실은 요업기술원이 환경부와 한국양회공업협회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결과를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조사 연구 보고서’에 밝히고 있다. 시멘트 제조사들로부터 제공받은 10개의 시멘트 시료를 분석한 결과 6개 시료에서 지정폐기물 기준치 1.5㎎/l를 넘는 2.17~4.44㎎/l의 6가크롬이 검출됐다.


‘시멘트 성분 표시제’ 도입 미루는 이유?
그간 환경운동가나 환경전문가들의 시멘트 유해성 관련 성분표시제 도입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바이다. 그럼에도 시멘트업계가 이를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분표시제를 도입할 경우 엄격한 폐기물 관리가 필요해진다. 시멘트 제조 시 실시간 분석시스템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위한 설비 증축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시멘트업계는 고체 상태로 굳어 있는 콘크리트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축물의 경우에도 6가크롬에 직접 노출되는 일은 거의 없고, 6가크롬은 화장품에도 존재하는 흔한 물질이므로 6가크롬의 유해성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시멘트 덩어리에 알칼리 성분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물에 들어가면 유해성분이 스며나올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오염은 총량제의 문제이듯 반드시 기준치가 필요하다. 6가크롬뿐만 아니라 시멘트 제조 시 소성로에서 발생하는 염소분진 처리조차도 보고되지 않은 것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는 1000ppm이라는 명확한 염소 폐기물 기준치를 정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만ppm을 정한 현실에서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문제 삼지도 않는 정부는 부당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멘트 제조사들은 완전연소가 가능한 대용량 소성로에서 소각하여 소각재 발생이 적고 이를 시멘트와 혼합하기 때문에 따로 재가 남지 않아 오히려 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어떤 폐기물이 소성로에 들어갔는지 명확한 기준도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수시로 생산되고 있는 시멘트는 제품마다 그 성분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최 목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는 바를 내세워 이를 묵인하는 행정부가 더 문제”라며 “모든 건축물에 사용되는 시멘트에 명확한 기준을 둔 ‘시멘트 품질 등급제’ 도입을 통해 주택이나 댐, 터널, 도로, 항만 등 사용처에 따라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에게도 건강한 시멘트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배재근 교수(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는 “배출자 및 중간처리업체로부터 수탁받는 폐기물의 성상과 유통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시멘트 제조사에 도착한 폐기물을 주기적으로 분석하여 사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반입을 중지해야 하고, 사용기준 이내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재반입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고
최 목사의 제안에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월 24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환경부와 관세청, 시멘트 제조사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 회신자료를 근거로, 폐기물 사용량과 종류의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서 유해물질 함유 쓰레기 시멘트 생산에 대한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할 것과 관리 감독기관의 폐기물 사용에 따른 부실관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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