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COP30이 브라질 벨렘에서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파리협정 10주년이자, 아마존 한가운데서 열리는 첫 COP라서 “숲·정의·이행”이 핵심 키워드로 정해졌다. 본지는 COP30의 성과와 의의, 향후 과제에 대해 알아봤다.
열대림 ‘영구 기금’ TFFF, 기대와 논란이 교차
브라질 COP30 의장단은 리더스 서밋에서 열대림 보전을 위한 새로운 산림 금융 메커니즘인 ‘트로피컬 포레스트 포에버 패실리티(Tropical Forests Forever Facility·TFFF)’를 공식 출범시켰다. TFFF는 열대림 보전을 약속한 70여 개국 이상을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장기적으로 1,2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 |
초기 약속만 놓고 보면 출발은 나쁘지 않다. 노르웨이가 30억 달러를 약속했고,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이 각각 10억 달러, 프랑스가 5억 유로를 약속하는 등 각국의 공약을 합치면 이미 55억 달러 이상이 모였다는 것이 브라질 정부와 언론의 설명이다. 여기에 투자국과 수혜국을 합쳐 총 53개국이 TFFF 출범에 서명하거나 지지를 표명해 ‘열대림 연합 전선’의 외형도 갖췄다.
설계 방향은 비교적 선명하다. 위성 기반 모니터링으로 산림 보전 성과를 검증하고, 화석연료 개발이나 고위험 삼림파괴 사업과 연계된 금융은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재원 중 최소 20%를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에 직접 배분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산림을 단순한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권리와 생계, 생물다양성을 함께 지키는 ‘사회적 자산’으로 보겠다는 취지다.
![]() |
하지만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열대림 보전 전용의 대형 기금이 구체화됐다는 점, 출범 단계에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의향이 모였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로 꼽힌다. 반면 운영 규칙과 검증 방법, 재원 분배 메커니즘이 여전히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고, 시장 기반 메커니즘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일 뿐 실질적인 탈삼림파괴·탈화석 연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후금융, COP29 합의와 ‘Baku-Belém 1.3조 달러 로드맵
기후금융 분야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 합의가 COP30에서 본격적인 후속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COP29에서는 새 글로벌 기후금융 목표(NCQG)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 끝에, 2030년과 2035년까지 단계별 목표를 포함한 최소 연 3,000억 달러 수준의 공적 기후금융 목표가 합의됐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이 줄곧 요구해 온 ‘수조 달러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처음으로 ‘수조 달러급’ 동원 규모가 공식 문서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기후금융 논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로드맵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 문서에 가까워, 실제로 연 1.3조 달러에 근접한 재원이 동원될지, 그 재원 중 얼마나 보조금이고 얼마나 대출인지, 고금리·부채위기에 시달리는 저소득국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구조인지, 손실과 피해(Loss & Damage) 재원을 어떻게 포함할지가 앞으로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기후,사회정의,식량·빈곤을 잇는 정치 선언들
COP30 초반 리더스 서밋에서는 여러 정치 선언과 이니셔티브가 쏟아졌다. 우선 이른바 ‘Belém 4x Pledge’로 불리는 약속을 통해 각국 정상들은 항공·해운 부문에서 사용하는 지속가능 연료(SAF)를 포함한 ‘지속가능 연료’의 생산과 도입을 수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도입 시점이나 목표 수치, 기업·국가별 투자 계획이 빠져 있어, 아직은 방향성을 드러내는 정치적 신호에 가깝다는 평가다.
![]()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와 함께 출범한 ‘통합 산불관리·산불 회복력’도 눈에 띈다. 산불 예방과 조기 경보, 생태적 복원, 인위적 발화 감소 등을 지원하는 다자 협력 틀을 마련해, 기후위기로 심화되는 초대형 산불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다른 핵심 정치 선언인 ‘Belém Declaration on Hunger, Poverty and Human-Centered Climate Action’에는 43개국과 EU가 서명했다.
TFFF 재원의 일정 비율을 원주민·지역 공동체에 할당하겠다는 원칙과, 각국이 토지 권리 인정과 공동 관리 확대를 약속하는 정치적 합의도 잇따랐다. 공통적으로 이들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을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사회정의와 식량·빈곤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부분이 정치선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 국가별 NDC와 예산·법제도로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슈퍼오염물질’,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 확대
도시와 지방정부도 COP30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회의 전후로 열린 지역·도시 포럼에서는 폭염·홍수·도시열섬 대응을 위한 ‘Beat the Heat Action Agenda’, 도시 숲 확대를 위한 ‘Canopy Pact’ 등 다양한 선언이 발표됐다. 메탄 감축, 냉방 효율 개선,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 등 도시 차원의 감축 프로그램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단위로 직접 흘러가는 신규 재정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실행력을 뒷받침할 재정·제도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르기도 했다.
특히 COP30에서 처음으로 메탄 상황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그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잠재적 메탄 감축의 80% 이상을 저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누수 탐지 및 수리 프로그램, 버려진 우물 폐쇄, 벼 재배 시 물 관리 개선, 유기물 분리 등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부문이 이 잠재력의 72%를 차지하며, 그 다음으로 폐기물(18%)과 농업(10%)이 뒤를 잇는다고 알렸다.
시민사회와 원주민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아마존 원주민 지도자인 라오니 추장은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아마존 인근 고속도로 포장, 해상 석유 개발, 강 바닥 발파 계획이 아마존의 생태와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COP30 현장에서 공개 비판했다.
남은 과제와 쟁점은?
무수한 공약과 선언에도 불구하고, COP30이 마주한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첫 번째 쟁점은 1.5℃ 목표와 NDC의 양·질 사이에 존재하는 갭이다.
![]() |
두 번째는 기후금융의 ‘신뢰성’ 문제다. 연 3,000억 달러 규모의 새 NCQG와, 연 1.3조 달러 동원을 목표로 하는 바쿠-벨렘 로드맵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실제로 얼마가 보조금이고 얼마가 대출인지, 부채위기에 놓인 저소득국의 부담을 경감하는 구조인지, 손실과 피해 재원을 어떻게 포함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세 번째 쟁점은 화석연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의 구체화다. COP28에서 이미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 전환(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s)”이라는 표현이 합의됐지만, COP30에서는 이를 석탄·석유·가스별 감축 스케줄이나 2030·2035년 중간 목표와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네 번째는 COP 거버넌스, 특히 ‘커버 결정문(cover decision)’을 둘러싼 논쟁이다. 브라질은 이번 COP30에서 전통적인 형식의 커버 결정문을 아예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각 부문·의제별 결정을 존중하고, 두루뭉술한 정치 선언문을 줄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참여·안전의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NDC 종합보고서에서도 성평등, 청년, 원주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언급이 과거보다 뚜렷이 늘었고, COP30 협상장과 주변 행사에서도 이들의 참여와 발언권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돈만 남은 COP… 사라진 리더십, 커지는 피로감
최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지켜보는 시선에는 묵직한 피로감이 배어 있다. 이회성 전 IPCC 의장은 파리협정 이후 COP30의 흐름을 짚으며, 현재 상황을 “기후위기 그 자체라기보다 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이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1.5℃ 목표를 과학적으로 정교화해온 당사자로서, 지금의 국제 협상 구도가 오히려 과학적 메시지를 흐리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또한 "석탄 폐지(phase out)냐, 석탄 감축(phase down)이냐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인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데 이제 협상의 초점은 실제 배출량 감축이 아니라, 배출원과 연료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복합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은 역사적 배출 책임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의 24%에 달해 멕시코·남아공·호주 등과 견줘도 약 두 배 수준”이라며 “이 같은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성실한 감축 계획을 제출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 기후 목표를 함께 보는 기술 중립적이고 비용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화석연료 퇴출과 같은 상징적 문구 경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제 감축 수단과 국제 협력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가자들 사이에서 회의가 거듭될수록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논의의 중심이 ‘얼마를, 누구에게, 어떤 기금으로 줄 것인가’라는 돈 문제에만 쏠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이충국 기후정책1연구실장은 “선진국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통적인 리더십은 자취를 감춘 반면, 각 회의마다 새로운 기금을 제안하고 선진국에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개발도상국 중심의 의제가 COP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먼저 나서서 대규모 재정을 약속하는 나라 없이, 상당수 선진국은 서로 눈치를 보며 미온적인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약해진 점도 회의장을 관통하는 공기로 읽힌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에서 재정이 핵심 수단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COP는 정작 집중해야 할 본질적인 과제인 과감한 감축, 구조 전환, 공동의 책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실리고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