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절차 개혁하면 합의 가능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2-04 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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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난 2025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조약 협상은 기대했던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타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는 오는 2026년 2월 7일 제네바에서 다시 모여 새 의장 등 임원진을 선출할 예정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번 회의가 조직·행정 목적의 재개 회의로, 실질 협상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국제 협상 교착의 원인과 돌파구를 다룬 분석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 코멘트(Comment)에 실렸다. 저자는 폴 아인하우플(지속가능성 연구소), 린다 델 사비오(지속가능성 연구소), 멜라니 버그만(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 아니카 얀케(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로, 이들은 “협상이 실패할 운명이었던 것은 아니며, 협상 ‘절차’를 바로잡으면 성공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지목한 핵심 문제는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life cycle)를 포괄하라는 INC의 광범위한 위임이 오히려 논점을 끝없이 확장시키며 단편적 논쟁·지연을 낳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조약이 플라스틱 생산 제한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유해 화학물질·우려 제품 규제와 건강 이슈를 얼마나 강하게 담을지 등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계속 충돌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 협상 과정에서 ▲무엇부터 결론낼지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 ▲의제별 순차적 토론과 의사결정 흐름 ▲초안 작성·비공식 회의 운영·이견 조정 등 절차 규칙의 명확성이 부족해, 플라스틱 위기 대응이 “절차적 혼선 속에서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폐기물 관리 재원 조달 같은 쟁점을 분리해 협상하면, 전통적 기부국–수혜국 구도가 쉽게 대립하며 교착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본다. “생산이 늘수록 인프라(수거·처리·재활용 등) 필요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두 쟁점은 연결돼 있는데, 분리 접근이 오히려 합의에 가깝게 만들기보다 분열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협상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제도적 처방을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는 우선순위 설정 및 순서 지정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을 먼저 확정하고(대표단 회의 등으로 합의), 달력 일정이 아니라 목표·마일스톤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설계해 교착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두 번째는 절차적 명확성 강화이다. 초안 작성 지침, 비공식 세션에서의 합의문서 정리 방식, 이견 조정 메커니즘 등 운영 규칙을 명확히 해 협상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특정 상황에서 다수결 투표 도입이다. 광범위한 지지가 있음에도 소수 반대가 전체 진전을 막는 상황에서는, 제한적 범위에서 다수결 투표 옵션을 제도화해 합의 도출 수단을 넓히자고 제안한다.

저자들은 절차적 결함을 그대로 두면 플라스틱 오염 대응뿐 아니라 다자주의 기반 국제협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을 방출하며 축적되고, 이는 기후변화·생물다양성 손실·오염이라는 ‘3대 행성 위기’와 맞물린 만큼, 예방 원칙에 따라 노출과 환경 배출을 줄이는 전 생애주기 규제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2월 7일 제네바 재개 회의는 UNEP 공지대로 의장 선출 등 조직 정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연구진의 제안이 새 의장 체제에서 실제 협상 설계로 이어질지, 그리고 교착 상태의 협상을 다시 타결 경로로 올려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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