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기반 홍수 해법은? 미국 사회 ‘홍수 문해력’ 격차는 여전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1-08 22: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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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에서 홍수는 수십 년째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힌다. 연평균 피해액은 약 80억 달러, 사망자는 90명에 이른다. 기후변화로 폭풍 강도가 커지고, 도시 개발로 습지·범람원 같은 자연 방어선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대체되면서 홍수의 빈도와 규모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온 상승은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해 강우량을 늘리고, 불투수면 확대는 빗물 유출을 급증시켜 배수·우수 시스템을 쉽게 한계로 몰아넣는다. 이 여파로 과거 홍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까지 위험이 확산되고 있으며, 2100년에는 홍수 노출 인구가 거의 두 배로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에는 습지 복원, 범람원 재연결, 하천변 숲 완충지대 조성 등 자연 기반 솔루션(NbS)이 유출 속도를 늦추고 물을 흡수해 홍수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댐·제방 같은 회색 인프라와 달리 공기질 개선, 탄소 저장, 생물다양성 증진, 경관·휴양 가치 등 공동 편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런 장점에도 NbS는 여전히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버몬트대 연구진은 전국 단위 설문을 통해 홍수 완화책에 대한 대중 인식과 태도를 조사했다. 학술지 피플 앤 네이처(People and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는 전통적 공학 구조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지만, 자연 기반 대안이 제공하는 추가 혜택을 이해할수록 NbS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문제는 홍수 문해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응답자 약 절반만이 “습지가 홍수 위험을 줄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홍수 단계, 실질 홍수처럼 기본 용어에서도 혼란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식 격차는 낯선 해법에 대한 불확실성과 저항을 키우고, 홍수 경보 메시지 해석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정부가 홍수 완화에 공공 재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묻자, 응답자들은 자연적 해법과 공학적 해법에 50대 50으로 투자하는 혼합 전략을 가장 선호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자연 해법에 반대한다기보다, 전통 인프라와 결합될 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 다수 지역사회는 홍수 대응에서 댐·제방 중심의 회색 인프라에 크게 의존해 왔다. 전국적으로 9만 개가 넘는 댐이 존재하고, 그중 상당수가 건설 후 6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익숙한 구조물 중심 접근이 여전히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수 경험이 적거나 취약 지역 밖에 거주하는 집단일수록 ‘친숙함’에 기반해 설계 구조물을 선호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자연 기반 접근에 대한 지지는 고등 교육을 받았거나 홍수 문해력이 높고, 지역 홍수 위험을 크게 인식하는 사람들에서 두드러졌다. 자연공간의 편익을 잘 아는 응답자일수록, 일부 회색 인프라를 줄이더라도 습지 복원·강변 숲 조성 같은 개입에 공공 투자를 늘리려는 성향이 강했다.

정치적 정체성도 변수로 작용했다. 진보·중도 성향 응답자들이 보수 성향보다 NbS를 더 지지했는데, 연구진은 기후정책 서사와의 연관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에 따라 NbS를 국가 정치 이슈로만 다루기보다, 지역 단위의 실질적 효익(재산 피해 감소, 여가·관광, 생활환경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춘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연구는 자연 기반 홍수 해결책 확산의 핵심 조건으로 교육과 지역 참여를 꼽았다. 홍수 위험과 NbS의 경제적·사회적·여가적 편익을 명확히 설명하고, 커뮤니티 중심 계획과 투명한 의사결정을 강화하면 신뢰를 높이고 정치적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수가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홍수 문해력’ 향상과 자연과 함께 작동하는 대응 전략의 정상화가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선택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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