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란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의 서식기반이 조화로운 관계를 통하여 조합된 실체를 말한다. 그것을 구분하는 기본 단위를 우리는 생태계로 부르고 있다.
산, 하천, 바다 등이 생태계로서 그 안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부르는 그들의 이름은 사실 산림생태계, 하천생태계, 바다생태계의 줄임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생태계에서 그 구성원들의 조합은 특이하여 조합된 구성원간의 관계는 서로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생물들 사이의 관계나 생물군집과 그들의 서식기반 사이의 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 인간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의 관계는 우리 속담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처럼 좋은 영향을 주었을 때는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나쁜 영향을 주었을 때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
가령 우리가 숲을 잘 보존하고 지키면, 그 숲은 무성하게 자라 우리에게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맑은 물도 간직하였다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공급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훼손하면, 그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산사태, 가뭄, 홍수 등을 유발하며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금년 우리의 자연환경이 한때는 가뭄으로 사경을 헤매더니 또 한때는 폭우로 떠내려가거나 잠기며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그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 위치에서 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자연은 피해가 없거나 적었지만, 인간의 간섭으로 제 자리와 제 모습을 지키지 못하고 있던 자연은 피해가 컸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자연이 제 위치에서 제 모습을 지키고 있으면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발휘해 인위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 스트레스를 줄여 우리에게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기능이 약화되면 기능적 불균형이 유발되며 환경문제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모태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 생활환경과 대비돼 생존환경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자연환경이 관리되는 모습을 보면 원칙도 없고 수준도 낮아 자연환경 자체와 그것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 이에 필자는 새 정부에 그동안 바르게 지켜지지 않아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수준 이하의 환경관리정책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과학적 원리에 토대를 둔 선진 환경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반도는 과거 빙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소가 많지 않다. 대한민국으로 한정하면 동해안에 분포하는 19개 석호가 자연호소의 전부다. 이들 석호는 그곳에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들이 살고 있고, 19개뿐인 그 희소성만으로도 충분히 큰 보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석호는 당연히 국가 차원의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관리 실태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자연 상태의 온전한 호소는 부유식물대, 부엽식물대, 침수식물대, 정수식물대, 습생식물대 및 수변식생대를 고르게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변식생대는 그 안의 수질을 건전하게 유지하는데 요구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다양한 생물들이 그곳에서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먹이를 비롯한 각종 자원을 제공하는 요소이지만 수변식생대를 온전하게 갖춘 호소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이들 요소를 비교적 온전하게 갖추고 멸종위기종 각시수련과 순채를 복원하여 자연성을 높인 천지호는 호소 바로 옆에 붙여 고층아파트를 건설하여 언제까지 호소 본래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지 그 미래가 심각하게 우려된다(사진 1).
![]() |
| ▲ 사진 1. 주요 석호의 관리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
선유담은 제비붓꽃, 각시수련, 조름나물이 자라고 있지만, 갈대 위주의 식생이 너무 단순하여 인접한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환경스트레스를 알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송지호 (松池湖)는 그 이름에 어울리게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나 일부지역에 인위적으로 도입된 식생은 자연의 체계를 고려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앞으로 이루어지는 복원사업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확보한 묘목으로 흉내만 내는 형태가 아니라 그 장소의 자연이 원하는 모습을 갖춰주어야 할 것이다.
봉포호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상업시설이 호소 내에 자리를 잡고 있고 어떠한 완충시설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그 주변으로 개발 사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 1).
광포호는 전반적으로는 갈대 중심의 단순한 식생을 유지하지만 일부 지역에 수변식생을 유지하여 해당지역의 잠재자연식생, 즉 오리나무군락을 유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 1).
영랑호와 청초호는 그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실망스런 관리를 하고 있었다. 특히 생태습지라고 꾸민 장소는 투자한 돈이 아까울 정도로 언어도단이다. 이러한 사업이 이어진다면 “생태”라는 용어에 특허권을 부여하여야 할 것 같다. 습지는 물기가 많은 장소이다. 정말 자연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건조한 곳을 대표하는 식물이나 외래종만이라도 도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쌍호는 대체로 양호한 보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평리 습지와 염개호는 규모가 작고 유지하는 식생의 종류도 단순하여 그 미래가 걱정되었다. 군개호는 그 주변이 많이 개발되었고, 현재도 매립이 진행 중이어서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과 대응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사진 1).
매호와 향호는 유지되는 식생이 매우 단순하고 주변으로부터 오는 환경스트레스를 완충할 수변식생대를 거의 갖추지 못해 향후 그 안전성이 크게 우려된다 (사진 1). 풍호는 비교적 양호하나 일부 장소에서 연꽃이 과도하게 번성하는 점이 아쉽다 (사진 1). 경포호는 지자체의 많은 관심으로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지만, 관리 방식과 지침을 장소에 따라 달리하여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대책이 요구된다.
다음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할 목적으로 수행된 몇몇 생태복원 현장을 찾아보기로 하자. 최근 필자는 국가의 이러한 업무를 주도해야하는 국립생태원의 습지 복원 현장을 찾아보았다. 이곳은 필자가 총괄책임자로 약 3년에 걸쳐 생태학, 그 중에서도 현대생태학의 중심을 이루는 복원생태학의 원리를 철저히 적용하여 전체 공간을 정비한 생태 복원의 실험장이고 동시에 모델지역이다.
그러나 이곳에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겠다고 환경부와 그 산하기관이 함께 조성한 습지는 생태 복원의 개념은 물론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아 모니터링 중인 습지의 자발적 복원 (passive restoration) 현장을 철저히 파괴하였고, 조성된 습지는 습지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한낱 물웅덩이에 불과했다. 그곳이 습지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습지의 바닥을 긁어내고 그곳에 도입된 흙은 습지를 이루는 고운 입자의 흙이 아니라 거친 입자의 밭흙이었다.
습지의 첫번째 조건인 토양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도입된 식물은 외래종을 비롯해 절반 이상이 습지식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 2). 습지의 또 다른 조건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높은 산의 능선부에 자라는 식물인 동자꽃까지 도입하였는데 이렇게 도입된 식물은 생태적 체계를 적용하면 외래종에 해당한다.
![]() |
| ▲ 사진 2. 국립생태원에 기존 습지를 대신하여 조성한 습지. 거친 입자의 흙을 새로 도입하고 외래종 및 습지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을 다수 도입하여 습지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 즉 습지토양, 물 및 습지식물 중 두 가지를 어기고 있다. |
이러한 수준의 사업에 수억 원의 생태계 보전 협력금이 투자되었다. 더구나 이러한 사업에서 모범을 보여 온 국립생태원 현장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업을 그러한 사업을 감독하며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짜 복원이 여기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국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천복원사업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하천의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냉정하게 평가하면 복원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진 3).
![]() |
| ▲ 사진3. 하천 복원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진. |
수변생태벨트 조성사업은 외래종을 비롯하여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을 도입하여 그 땅을 교란시키며 지역 주민에 해를 끼치기도 하였다 (사진 4). 지역과 장소에 대한 생태적 이해없이 마구잡이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 |
| ▲ 사진 4. 수변생태벨트 복원 사업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진 |
자연을 복원한다는 의미로 수행된 자연마당조성사업도 자연과는 거리가 먼 외래종과 조경 및 원예 식물을 많이 도입하여 자연을 훼손하며 이러한 사업을 수주한 업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 (사진 5).
![]() |
| ▲ 사진 5. 자연마당 조성 사업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진. |
그 결과, 이들이 조성한 숲의 탄소수지를 평가해보니 탄소흡수능이 현저히 낮거나 사업부지 전체로 보았을 때 탄소발생원이 되기도 했다. 구조와 기능 모두에서 투자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으며 생색만 낸 꼴이다.
생태계보전협력금으로 추진되는 복원사업도 점검해보자.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정책의 일환으로 오염자부담원칙에 입각하여 자연보전 재원을 마련하고, 인간의 개발행위에 의한 생태계 훼손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태계보전협력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생태계보전협력금 제도는 개발로 인한 야생 동·식물 서식지 등 자연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고, 자연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 훼손한 만큼의 비용을 사업자에게 부과 · 징수하여 생태계 복원사업 등 자연환경 보전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을 통해 자연환경보전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신청자 중 사업자를 선정하고, 선정된 사업자에게 납부한 생태계보전협력금의 100분의 50 범위 내에서 기금을 반환해 주고 그 기금을 활용해 훼손된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대체자연을 조성하는 등의 생태계 보전 및 복원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최근 필자는 생태계보전협력금으로 수행된 한 보전사업 현장을 찾아 보았다. 사업내용을 선명하는 간판을 보니 “도롱뇽 서식지 이탄습지 보전사업”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간판의 지도에서 ④번 장소가 도롱뇽서식지라면 완충지대는 이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계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계를 감싸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 장소를 도롱뇽서식지로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안내 간판에 언급한 제목대로 이탄습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업지 선정이 중요한 이탄습지로 유지되고 있는 해당 사면 상부에 자리잡고 있는 묵논 습지를 포함하여야 한다. 이 사업은 사용하는 용어나 경관요소의 배치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이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
| ▲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으로 시행된 도롱뇽 서식지 이탄습지 보전사업 안내 간판. |
문제는 이러한 수준의 복원 및 보전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는데 있다. 그렇다 보니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고 있지만 본래의 목적인 생태계 보전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6). 사업자 선정 기준을 바르게 정할 필요가 있고,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 바른 심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전문가는 오랜 기간 해당분야 연구를 수행하여 연구실적 (논문)을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은 (가능한 한 국제적으로) 사람을 의미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끼리 모여 사업자 선정기준을 정하고, 그들끼리 심사를 하여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 |
▲ 그림 1. 생물권보전지역의 구획 구분. ☞ 핵심지역 (core area): 보존 목적을 위해 충분한 크기를 확보해야 하고 장기간 법적 보호를 해야 하는 지역 ☞ 완충지대 (buffer zone): 핵심지역을 둘러싸 보호하고 연구, 교육, 관광이 허용되는 지역 |
![]() |
▲ 그림 2. 하천에 적용된 보전지역 구획도. 하천은 본래 수역생태계 (stream ecosystem)과 수변생태계 (riparian ecosystem)가 조합된 복합생태계, 즉 경관 (landscape)이다. 이러한 하천의 생태적 체계에서도 수변생태계는 수역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하천이라는 선형의 생태적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완충지대가 선을 횡단하여 구획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선을 따라 하천을 에워싸는 형태로 설정되는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
여기 보전지역 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림 1), 특히 선형 습지인 계류의 보전지역 설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를 제시한다 (그림 2). 1990년대에 발표된 이러한 개념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환경행정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