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무를 단발(?)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5-23 1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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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단발(?)한 모습. 잎을 달고 있는 가지를 솎아 내 광합성 부위가 줄어드니 나무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줄기의 중심에 자리 잡은 목질부를 덜어내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나무는 바람에 약해져 수명이 단축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해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이런 나무에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한다. <사진=이창석 교수>

 

 

요즘 아파트 단지나 학교 캠퍼스를 다니다보면 나무를 단발(?)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나무를 도와주기 위해서 하는 작업이라고 하지만 나무들은 과연 이러한 작업을 원할까? 나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그러한 작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검토해보고 싶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물질을 생산하고 호흡을 통해 생산된 물질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나무에서 잎은 생산을 담당하는 부위이고, 가지, 줄기 및 뿌리는 비생산부로서 소비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나무는 나이가 들고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그것의 광합성 부위는 늘어나는 비광합성 부위를 부양해야 하므로 나무의 수관부위를 더 발달시키려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이때 나무의 근계는 상대적으로 더 커진 지상부 무게를 지탱해야 하므로 바람과 같은 외부 교란에 예민해지게 된다. 따라서 나무는 이러한 위험요인을 줄이고 피하기 위해 비광합성 부위를 덜어내며 소비를 줄이게 된다. 가지의 일부를 떨어뜨리고, 줄기의 오래된 부분, 즉 줄기의 중심부 목질부가 생명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소비를 줄이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나무는 나이가 들어 줄기가 굵어져도 그 중 살아 있는 부분은 겉 부분 일부에 한정된다.
 

생명활동을 하지 않는 목질부는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줄기 내부에 공동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나무의 틈을 딱따구리 등은 서식처로 활용한다. 이러한 공동이 생기는 과정에서 목질부는 가지가 잘려 나간 틈 등을 이용해 침입한 혐기성 미생물의 활동으로 분해되어 메탄을 생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나무에 벼락이 발생하거나 강한 바람이 불 때 나무들끼리 부딪치며 열이 발생하면 자연적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숲에 가보면 수명을 다하고 죽은 나무들을 보게 된다. 그들이 고사된 모습을 보면, 뿌리가 뽑히며 넘어져 죽은 나무, 줄기가 부러져 고사된 나무, 서 있는 채로 고사된 나무를 볼 수 있다. 뿌리가 뽑히며 넘어져 죽은 나무는 상대적으로 더 커진 비광합성 부위를 부양하기 위해 수관부위를 늘리다가 강한 바람을 만나 넘어진 경우다. 줄기가 부러져 고사된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줄기의 중심부가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목질부를 덜어냈기 때문이다. 서 있는 채로 고사된 나무도 자세히 살펴보면, 줄기가 세로로 갈라져 있다. 중심부가 비어 있는 줄기가 바람이 불 때 뒤틀려 터지며 나타난 결과다.
 

 

▲ 생태적 수명을 다하고 쓰러진 은사시나무의 줄기를 잘라보니 이렇게 속이 비어 있다. <사진=이창석 교수>

 

나무가 고사된 모습은 달라도 고사의 원인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나무의 분투와 그런 나무에 가해지는 환경의 영향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모아진다. 이렇게 고사된 나무의 나이를 헤아려보면 그 장소에서 그들의 생태적 수명을 평가할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광합성 부위를 늘리고 비광합성 부위를 덜어내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나무의 일생에서 소득과 소비 사이의 균형을 억지로라도 맞추어가며 살아가려고 애쓰는 보통 사람들의 가정경제가 연상된다. 이러한 가정에서 갑자기 소득이 감소하면 그 가정은 어떻게 될까? 경제적으로 큰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어렵게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어가고 있는 나무도 마찬가지다. 단발로 인해 광합성이라는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 부분인 비광합성 부위를 더 많이 덜어내야 할 것이다. 나무줄기에 속이 빈 공동(空洞) 부위가 늘어나 약해진다는 의미다. 당연히 나무의 수명이 줄어들 것이고, 우리들의 생활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나무가 외부 환경의 영향에 예민해지니 우리에게도 위험이 늘어날 수 있다. 신중한 수목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 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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