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최후 농성장 4곳 강제철거 예고

12일 밀양역 광장서 '밀양의 봄' 문화제 개최
문슬아 | msa1022@naver.com | 입력 2014-04-11 13:24:12
  • 글자크기
  • -
  • +
  • 인쇄

밀양의 봄은 결국 꺾이나. 밀양 송전탑 싸움이 역대 가장 힘든 고비를 지내고 있다.

 

한전은 지난 3일, 송전탑 건설 예정지인 밀양시 단장·상동·부북면에 주민들이 직접 점거·설치한 움막 4개를 오는 14일 이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과 한전 직원들은 매일같이 주민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이에 송전탑반대대책위 관계자는 “주민들은 움막 농성장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격양돼있다”며 “한전이 철거를 강행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송전탑 싸움의 상징과도 같았던 산외면 보라마을이 지난달 한전과 합의를 하면서 송전탑건설 반대자들에게 던진 충격은 컸다.

 

보라마을은 2012년 1월 故 이치우 씨가 분신한 곳이기도 하다.

 

102번 송전탑은 이치우 씨의 논 한가운데 세워질 예정이었고, 그의 죽음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전국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합의를 거부하던 보라마을 9가구 주민들이 4주전, 한전과의 보상합의를 끝냈다.

 

한전은 보라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개별 보상안’을 두고 끈질긴 설득을 해왔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전체 보상금 185억 원 가운데 40%인 74억 원을 개별 가구에 직접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74억 원을 5개면 1800여 가구에 분배하면 한 가구당 400만원 꼴이다. 당시 대책위는 “돈 4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8년간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대책위에 따르면 한전은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개별 보상금을 마을 공동기금으로 돌리겠다.” 등의 말로 주민들을 협박했다.

 

또한 합의서에는 ‘앞으로는 공사 방해를 하지 않겠다’ ‘앞으로 있을 피해에 한전은 책임이 없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이로써 마지막까지 버티는 마을은 전체 30개 중에서 5개 마을, 개별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주민은 전체 3700여 명 중 10% 남짓이다.

 

지난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던 주민 2900여 명 중 단 200여명만이 농성장을 지키며 14일 예정된 행정대집행에 맞서고 있다.

 

 
 

765kV의 초고압 송전탑과 힘없이 맞바꾼 삶?

 

밀양 송전탑은 765kv의 초고압송전탑이다. 765kv 송전선의 노선은 3개가 있는데, 울진원전~신 가평(경기도), 서해안 당진화력발전소~신 안성(경기도), 신 가평~신 안성(경기북부-남부)이며 4번째가 밀양에 세워질 고리원전~북경남 발전소, 창녕 노선이다.

 

765kv 송전탑은 서울 근교, 경기북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154kv 송전탑에 비해 전압이 5배, 수송 전력의 양은 18배 정도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고압송전선이라고 불리는 345kv와 비교해도 최소 3.8배다.

 

지난해 7월,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한전으로부터 입수한 '가공 송전선로 전자계 노출량 조사 연구'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765kV 송전선로로부터 80m 이내에 거주할 경우 3mG의 전자파에 노출된다"며 "3mG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이 3.8배 높아진다는 스웨덴의 연구 보고서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되는 자기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과 같은 치명적인 암이 발병할 확률이 2~3배 높아진다는 많은 역할적 연구논문이 나와 있고, 스위스,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는 주거지로부터 자기장 발생원인 고압송전선로를 최대한 이격하도록 사전예방적 정책을 이미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에 ‘오마이뉴스’에서 충남 당진군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의 전자파 영향 실험을 실시한 결과 송전탑 아래에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초고압송전탑은 워낙 높은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민가 근처는 지나지 않고 사막지대를 관통하거나, 캐나다 북부 수력발전지대에서 미국 동부 뉴욕 같은 1000Km 이상의 장거리 일 때만 사용한다. 

 

10년간의 긴 싸움, 여전히 진행 중 

 

2005년부터 시작된 투쟁은 어느덧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두 명의 원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송전탑 건설에 합의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마을 공동체는 점점 와해되고 있다.

 

긴 싸움의 과정 가운데 반대 주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과 감시, 인권유린 또한 계속됐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때는 공권력이 3000명씩 들어와 주민들이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모든 길을 봉쇄하고, 대치상황에서 화장실까지 경찰들이 따라 붙을 정도로 감시가 심했다. 또한 백여 명의 주민들이 경찰의 폭력에 응급 후송된 적도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의하면 밀양구간 철탑기수 52군데 중에서 2군데만 헬기를 쓰게 돼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구간에 헬기가 사용됐다.

 

그로 인한 헬기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등 심리적·육체적 피해가 잇따랐다. 심리검사를 통해 고위험 군으로 분류된 스무 명 정도는 대구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병원에서 상담 및 항우울제 및 수면제, 안정제 등을 처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밀양시 단장면 금곡헬기장과 126번 현장 진입로에서 경찰관 상해 혐의로 기소된 학생 등 3명에 대해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부는 각각 벌금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송전탑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한전 집계로는 이번 공사 재개가 13번째다. 그 이전까지도 공사 레미콘 차량을 막기 위해 맨땅에 드러눕거나, 기장으로 뛰어 들어가 헬기에 몸을 묶거나, 포클레인 바가지에 들어앉거나, 한전 지사 앞에서 한 달 동안 농성을 벌이는 등 공사를 중단시켜왔다. 그 외에도 촛불집회, 문화제, 단식 투쟁 등 힘든 투쟁들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왔다.

 

그러나 지금, 밀양에 송전탑이 모두 들어설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서 주민들의 기나긴 싸움은 지쳐만간다. 그럼에도 최후의 남은 자들은 밀양 투쟁의 마지막 보루인 4곳의 농성장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의 주민들이 교대로 농성장을 지키며 한전의 행정대집행 예고에 맞서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75세 윤여림 씨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홀로 1일 3000배 시위를 올리고 있다.

 

대책위, 마지막까지 싸우려는 어르신들 위한 연대의 손길 호소

 

 
지난 5일 반핵 부산 시민대책위원회와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 50여 명이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인 밀양시 부북면 일원에서 꽃과 나무심기 행사를 열었다.

 

10일에는 지금까지 밀양 주민들의 현장 법률 지원을 책임져 온 변호사 및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이 발족됐다.

 

이렇듯 이어지는 연대의 발길도 있지만, 밀양 송전탑에 대한 관심과 동참의 손길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씨가 꺼지고 있다고 대책위는 말한다.

 

현재 한전의 송전탑 전구간 공사 확대로 농성장 일대에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대책위는 국민들에게 밀양의 현장으로 찾아와 긴 싸움을 진행 중인 주민들의 손을 잡아 달라고 연대를 호소한다.

 

이계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마지막까지 싸우려는 주민들이 농성장을 사수하고 싶어한다. 밀양에 와서 같이 현장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2일에 밀양역 광장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밀양의 봄 콘서트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송경동 시인, 윤영배, 안치환 등이 참여한다. 또한 밀양지역 할머니들로 구성된 밀양 할매 합창단이 '내 나이가 어때서' 등을 노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