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경소송 당사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감정의 본질

글. 박춘식 이보엠텍(주) 대표(환경기술사·법원 특수감정인)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7-01 13: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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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환경·기술소송 분야의 핵심 절차인 기술감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박춘식 이보엠텍㈜ 대표의 칼럼을 연재한다. 박 대표는 환경기술사이자 법원 특수감정인으로, 포스코와 한솔 등에서 대형 플랜트 및 환경설비 건설을 수행했으며, 24년간 폐자원 에너지화 전문기업을 경영해왔다.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이자 정부·공공기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환경기술 분야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소송이 늘어날수록 중요해지는 기술감정
최근 환경오염 문제와 환경시설 건설이 증가하면서 관련 분쟁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환경설비가 포함된 시설공사 하자, 토양오염, 지하·지상 폐기물, 악취 피해, 부지 매매 및 임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 공방 등은 이제 법정에서 흔히 접하는 사건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소송의 특징은 단순한 법리 다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건은 공학적 원인 분석과 기술적 사실관계 확인이 핵심 쟁점이 된다. 결국 판결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기술감정'이다.

기술감정은 법원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기술 분야에 대해 제3자의 전문가가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다. 환경기술사, 교수, 박사 등 전문가가 수행하며, 그 결과는 재판부의 사실인정과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술감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기술감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단계인 감정신청이다. 필자는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면서 감정사항 자체를 잘못 설정해 결국 감정 결과가 재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았다.

감정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절차다. 질문이 잘못되면 답이 아무리 훌륭해도 의미를 잃는다. 따라서 감정사항은 반드시 사건의 핵심 쟁점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감정인 선정, 소송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감정인이 누구냐에 따라 감정의 품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현장 경험이 부족하거나 해당 분야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감정인이 선정될 경우 감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보완감정이나 재감정으로 이어져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송 당사자들이 감정인 선정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기준이 있다. 

 

▲ 현장 감정 회의 모습


C.E.O를 기억하라
C (Career) - 경력과 경험
감정 대상과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론만으로는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충분한 실무 경험은 감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E (Engineering) - 설계와 시공 능력
환경설비 관련 분쟁에서는 설계·시공·운영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시설이 어떻게 구축되고 운영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O (Objectivity) - 객관성
감정인은 특정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 및 지자체 자문위원, 연구개발 평가위원, 학회 활동 등은 해당 전문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 축사 인근 악취 농도 측정 현장감정

기술감정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투자다
기술감정은 결코 가벼운 절차가 아니다. 감정비용은 사건의 난이도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별도의 시험분석이 필요한 경우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기간 역시 짧지 않다. 일반적으로 감정인 선정 이후 감정서 제출까지 약 60~90일 정도가 소요되며, 복잡한 사건은 120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소송 당사자는 감정을 신청하기 전에 비용과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감정을 통해 무엇을 입증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기술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
기술감정은 감정인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아니라 소송 당사자가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감정과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감정인의 자료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많은 당사자들이 변호사에게 모든 절차를 맡긴 채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술소송에서는 이것이 반드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법률은 변호사가 담당하지만 기술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변호인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적극적으로 감정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 

 

▲ 기술감정 절차

기술감정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다
40년 넘게 환경기술 분야에 몸담으며 수많은 분쟁과 소송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기술감정의 목적이 어느 한쪽의 승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밝히는 데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감정은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고, 잘못된 주장을 바로잡으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부실한 감정은 또 다른 분쟁을 낳고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킨다.


환경문제가 복잡해질수록 기술감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기술감정을 단순한 절차가 아닌,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또 하나의 재판 과정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판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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