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티베트 고원의 호수 생태계가 지난 1,000년간의 자연적 기후 변동을 거쳐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크게 재편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대(TU Braunschweig)가 주도한 국제 연구팀은 티베트 고원 남초호(Nam Co)의 퇴적물 분석과 지구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으며,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티베트 고원은 힌두쿠시·카라코룸·히말라야 지역과 함께 극지방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눈과 얼음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물탑’으로도 불리며,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고산 생태계다. 특히 이 지역의 호수들은 수온, 강수, 빙하 융해수, 염분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흔적을 퇴적물 속에 장기간 보존한다.
연구진은 티베트 고원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인 남초호를 대상으로 과거 1,000년 동안의 환경 변화를 복원했다. 남초호는 면적 약 2,000㎢, 해발 4,720m에 위치한 고산 호수다. 연구팀은 호수 퇴적물 속 티타늄 등 지화학 지표를 활용해 남아시아 몬순 강우 변동을 추정하고, 화석 규조류와 색소 분석을 통해 호수 생태계가 장기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적했다.
또한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셀린 봉필스(Céline Bonfils)가 이끈 ‘기후 지문 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이는 여러 지구시스템 모델을 활용해 지난 1,000년간의 기후 추세를 재현하고, 화산 폭발·지구 궤도 변화·온실가스·인위적 대기오염 등 외부 요인이 실제 관측된 기후 변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구분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티베트 호수 생태계를 바꾼 핵심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온도 변화다. 산업화 이전에는 대규모 화산 폭발이 반복적으로 기후를 냉각시키며 호수의 결빙 기간과 생태 조건을 조절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본격화되면서 호수의 얼음 덮임 기간은 짧아지고, 빙하 융해수가 더 많이 유입됐다. 그 결과 규조류 군집이 크게 재편됐으며, 과거의 자연적 온난기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생태 조건이 나타났다.
두 번째는 강수와 염분 변화다. 적도 부근의 저기압대인 인터열대수렴대(ITCZ)의 위치 변화는 티베트 고원까지 도달하는 몬순 강수량을 좌우했다. 강수량 변화는 호수 염분에 영향을 미쳤고, 염분 변화에 민감한 규조류 군집 구성도 함께 바뀌었다. 산업화 이전에는 이러한 변화가 주로 화산 폭발과 지구 궤도 변화에 의해 좌우됐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유럽과 북미에서 배출된 황산염 에어로졸이 북반구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면서 ITCZ를 남쪽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세기 중반에는 이러한 대기오염 영향으로 연구진이 복원한 기록 중 가장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1970년대부터 대기오염 규제가 강화되고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강수량이 빠르게 회복됐고, 호수 염분은 급격히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인간 활동이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기후 민감 생태계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온난화, 빙하 손실, 수문·기후 변화가 계속 심화될 경우 티베트 호수 생태계는 과거의 자연 변동 범위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향후 연구진은 국제 시추 캠페인을 통해 남초호에서 확보한 심층 퇴적 코어를 활용해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더 긴 시간 규모에서 기후와 호수 생태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관측 자료와 미래 기후 예측을 연결하고, 티베트 호수들이 지속적인 온난화와 빙하 후퇴, 몬순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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