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 - 박서영
화색 빌딩 외벽의 간판들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어둠을 맞이하는
독거노인 주방의 흐린 등처럼
피부 관리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마른 잎처럼 떨어지고
침대 위 누군가 벗어놓은
허물 위에 등을 포개어 눕는다
창밖 스산한 하늘빛에서
첫눈의 기미가 읽혀진다
외투를 여미고 총총 걷는 사람들
남천나무 위에 흰 눈이 쌓인다
바람에 겨워 멈추지 않는 희망
저울질하던 몸을 비우는 그림자
느닷없는 겨울 빛에 곁을 내어준다
-『거울의 바깥』,(시와문화, 2022)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 초입이다.
올겨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때문에 춥게 지내야 할 것 같다.
어스름 저녁 퇴근 시간,
외투를 여미고 총총 걷는다.
도심 한복판 간판에는 독거노인의 흐린 등처럼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오고
가로수 이파리들은 피부 관리사의 건조한 목소리처럼 떨어진다.
스산한 하늘빛에서
첫눈의 기미가 읽히더니 곧이어 눈이 오기 시작한다.
눈을 맞으며 걸어오다가
집 가까이에 있는 공원길 도로변 남천 나무를 바라본다.
이파리를 떨군 빈 가지의 앙상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 사이에
눈을 뒤집어쓴 남천의 푸르고 누런 단풍과 붉은 열매가 반갑다.
남천 나무의 꽃말은 전화위복이라 한다.
붉은빛인 양기(陽氣)가 음기(陰氣)를 쫓는다는 뜻에서 나쁜 것을 쫓아내고,
행운을 불러오는 나무라고 한다.
남천 나무의 꽃말처럼 올겨울은
전쟁도 끝나고,
코로나바이러스도 쫓겨가는,
행운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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