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두자리수 수출 비중을 유지하는 1위 수출 품목이다. 2021년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50%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이 20% 수준으로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 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리면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순항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가장 기초이자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 이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도 반도체 자립을 위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당장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 ▲ 남궁은 한국초순수학회 회장이 초순수가 담긴 병을 들고 초순수가 반도체 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는 국가 과제
초순수는 반도체 생산의 필수요소이자 LCD, 제약, 화학, 발전, 철강 등 국가 핵심산업에서 사용되는 용수다. 하지만 우리나라 는 초순수 생산기술을 갖추지 못했다. 실제 기술특허와 설계는 일본과 해외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초순수에 대한 대외 의존도 가 매우 높다는 것은 큰 리스크다. 반도체산업은 초순수 생산기 술과 함께 발전해 왔으며, 초순수의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리는 가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20일 국회물포럼(회장 변재일 국회의원)은 ‘제18차 대토론회’에서 ‘초순수산업 육성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초순수산업 육성 정책’ 토론회는 한국초순수학회(회장 남궁은)가 주관하여 반도체 분야의 미래 전략산업의 초격차 확 보 및 초순수산업의 육성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초순수가 반도체 산업에 끼치는 영향
반도체 산업은 초기 PC 산업을 시작으로 휴대폰, 스마트폰, IT 기기 등 인터넷 발달과 함께 고속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AI,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기술의 발달로 미래형 반도체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는 1단계 소부장(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 재, 장비, 부품 생산), 2단계 IDM(설계, 제조, 패키지 등 모든 제 조과정을 수행), 3단계 IP 개발·공급(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 식재산 개발, IDM과 팹리스에 제공), 4단계 SW 개발·공급(반 도체 회로 레이아웃 설계 소프트웨어 제작), 5단계 팹리스(제조 시설 없이 설계, 개발만을 수행하는 업체), 6단계 디자인하우 스(팹리스가 설계한 회로데이터를 파운드리에서 쉽게 생산하 도록 추가 설계 서비스 제공), 7단계 파운드리(반도체를 위탁생 산, 공급하는 반도체 전문생산업체), 8단계 패키지/테스트(반도 체 조립 및 테스트 위탁 기업, 포장과 검사)로 구분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물’은 매우 중요한 소재다. 특히 초순수 (Ultra Pure Water)는 반도체 생산에서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초순수는 고도의 정제공정을 거쳐 물 속에 포함된 불순물들을 제거하여 이론적으로 ‘순수’에 근접시킨 물이다.
초순수의 역할은 반도체 제조 과정 중 웨이퍼 제작, 전공정, 패키 징 단계에서 웨이퍼 세정 작업에 쓰인다. 나노미터의 초미세 공 정 반도체는 미세한 먼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초순수로 세정 과정을 거쳐야만 불량을 최소화하고 수율을 높일 수 있다. 2019년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일일 물 사용량은 약 24 만톤, SK하이닉스는 약 19만 톤으로 집계됐다. 그 중 초순수 사 용량은 각각 약 12만톤과 10만톤으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 고 있다.
그러나 국내 초순수 제조 현황을 보면 일본 기업인 쿠리타, 노 무라만 플랜트를 설계하고, 국내 업체는 단순 시공만을 진행중 이다. 운영 또한 일본 기업의 기술지원을 받아 운영을 하고 있 는 실정으로,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가 시급하다.
| ▲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정부의 초순수 국산화 추진계획
정부는 견고한 초순수 생태계 구축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겠 다는 비전을 갖고 ▲초순수 생산 자립 ▲초순수 산업 강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이루기 위해 3개 전략에 따른 9개 주요과제를 발표했다.
| ▲ 손옥주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 |
두 번째 전략은 기술경쟁력 제고다. 이를 위해 플랫폼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센터 는 인재 개발 및 인재양성과 연구·개발, 성능검증, 실증테스트, 사업화까지 모든 지원이 가능하도록 2029년까지 구축하고, 2030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은 물기업 역량 강화다. 우선 초순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올해 KAIST 초순수 전문교 육과정을 개설하고, 2023년부터는 대학 석박사 과정 개설을 통 해 초순수 분야 특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초순수 플랫폼 센터 구축 시급
패널토론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발전 계획에서 ‘초순수 플랫폼 센터’ 구축은 핵심에 속한다. 센터를 구축하는 예산만 460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구축까지 시간이 너무 길 다는 점 때문에 그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에 손옥주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반도체 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추진계획을 좀 더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들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보 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요처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아들 일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초순수 생산기술보다 중 국과 일본 등을 따라잡기 위한 반도체 고유의 핵심기술 개발에 더 많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즉 정부가 먼저 초순수 국산화 에 대해 준비된 것을 보여줘야 기업이 여러 조건들을 감안해서 함께 진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주도가 아닌 수요처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 강석태 KAIST 교수 |
| ▲ 홍승관 고려대 교수 |
이번 토론회는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보다 발전하고 지속하려면 소부장에 대한 기술개발이 절실하다는 것과 초순 수 생산기술이 지닌 가치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제언과 같이 정책과 산업이 손발을 맞춰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진 정한 first mover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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