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몇 명이 아프고 몇 명이 죽어 가고 있는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지난해 연말 혈액암으로 30대 젊은 근로자가 사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이어 금산공장에서도 원인모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나 환자관리는 고사하고 정확한 숫자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각 공장들이 구조적으로 근로환경이 열악한데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하고 있어 근로자들이 각종 암 등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회사 측과 지자체, 그리고 지방노동청도 뚜렷한 예방대책이나 사후처리, 그리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근로자나 환자의 증언으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박응용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회장은 “지금도 많은 환자가 질병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고통과 죽음 앞에서 싸우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회사 측의 조직적인 은폐와 회유, 협박 등으로 바깥에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 반드시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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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임원 등이 본사를 내방, 회사 측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또한 관할 지자체인 대전광역시와 대덕구도 이들의 긴급구제나 지원에 회피와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도움은 커녕 심지어 조그만 모금운동마저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손종표 노동자 나눔 치유 협동조합 대표이사는 어려운 현실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환자 및 사망자 가족, 그리고 사회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병이 걸려도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아픈 것을 참고 동료나 회사 측에 말하지 못하다가 죽을 지경이 돼서야 알리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질병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 전직과 무급휴직은 물론 산재처리 막기에 급급하다”라며 “검증기관마저도 엄연한 환자인데도 정상적이라고 진단해 믿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태영 장그래 대전충북지역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회사에 혹시 손해라도 될까봐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산재처리가 안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의 견해를 듣고자 했으나 복지를 담당한다는 한 관계자는 “내부의 문제를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2차례 답변을 거부했다.
본지는 대전고용노동청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및 금산공장의 산재예방 지도감독 결과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내 답변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한편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도 암 환자가 발생하는 등 대전공장 이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QA부문(검사부)서 6년간 도장 일을 맡았다가 고악성활막육종암(근육암의 일종) 판정을 받고 2차례 수술을 받았던 이진재(38세)씨는 “대전공장보다 오히려 근로환경이 나쁘고 근로시간도 길어 노동자들이 유해 화학물질 등에 집중적으로 피폭될 우려가 크다”며 “나는 수술 후 1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았으며 그나마 경과가 좋아 다른 동료환자를 돌보고 있는 암환자”라고 밝혔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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