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 안성우
허기질 때마다 찾는 책방 동네에는
별별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입맛에 맞는 맛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남들이 맛있다는 베스트셀러 군의 집에서
성공을 먹어 보니 헛배만 부르고
대박 아저씨 집은 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나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근사한 메뉴에 끌려 소설 양의 집에서 사랑을 시켜보니
사차원 맛이라 내 취향과 거리가 멀고
입소문으로 유명한 인문 노인 집에 들러
예수를 먹었더니 인스턴트 맛이고
부처를 먹으니 물인 듯 술인 듯 맹숭맹숭하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 동화어린이집으로 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때 묻은 비단으로 치장한 어른들이
누구의 옷에 때가 많은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를 쳐다보며 벌거벗은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넋 놓고 따라 웃던 나는,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어
무릎을 치며 책방 동네를 나오자
막차는 이미 떠나고 없다
-『가면의 시대』, (월간문학 출판부, 2018)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이다.
이 소양과 상상력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책 읽기이다.
그런데 책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떠드는 책을 살펴보니
명성만 요란하고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차원의 소설도,
인문 서적으로 소문난 기독교적인 책도,
유명한 승려의 종교 서적도 큰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동화책 코너로 가보지만 동화책조차도 순수함을 찾을 수 없고
어른들의 말 치장만 난무한다.
그런 동화책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기는커녕
아이들의 해맑은 마음을 흐리게 할 것이다.
소문 난 책들을 훑어보고 난 후, 내가 끌리는 책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책을 순례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새로운 힘에 눈뜬 자아의 정체성이 보였다.
스스로 나 자신의 문제와 답을 찾는,
존재 이유를 찾는 여행이 어느새 책 속에서 내 마음속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글. 박미산 시인 / 사진. 김석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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