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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1. 울산 공업단지 주변의 훼손된 산림생태계를 토양개량제와 다양한 식물을 도입하여 복원한 모습 <제공=이창석 교수> |
지난 3월 울진 지역을 비롯해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이후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우후죽순격으로 열리고 있다. 그 제목을 보면 대부분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러면 복원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제생태복원학회의 정의를 빌리면 훼손되지 않은 온전한 생태계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생태계를 본래의 모습에 가깝게 돌려 놓아 자발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훼손된 생태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이 나온 지는 몇 십 년이 흘렀고, 국내에서 복원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도 30년 이상이 흘렀다. 그러나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아직 복원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1996년 강원도 고성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하던 이야기와 2001년 동해안 산불이 발생했을 때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을 빚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세미나와 토론회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는 자연복원의 정확한 표현은 천이(succession)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란 후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이니 그것은 이차 천이(secondary succession)가 된다. 구태여 복원이라는 용어를 붙여야 한다면 자발적 복원(passive restoration)이 된다. 많은 복원사업이 사람이 개입하여 추진되기 때문에 적극적 복원(active restoration)과 구분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이다. 또 인공복원은 피해를 입은 곳에 임의로 선택한 식물 한 두 종을 심는 것이니 복원보다는 조림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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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 채탄쓰레기 매립지를 토양개량제와 다양한 식물을 도입하여 복원한 모습 <제공=이창석 교수> |
숲은 하나의 생태계(ecosystem), 즉 산림생태계(forest ecosystem)이다. 생태계는 여러 종류의 식물, 동물 및 미생물이 어우러진 생물 집단과 그들의 환경이 조합된 계(system)이다. 불에 탄 산림생태계를 답사해보니 토양이 산불이 발생했을 때 고온의 영향을 입어 마치 육상 트랙을 밟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환경으로써 토양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복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토양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지만 그렇게 많이 진행되는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역의 전형적인 숲(온대낙엽활엽수림)은 큰키나무, 중간 키 나무, 작은 키 나무 그리고 풀들이 각각 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및 초본층을 이루어 어울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되는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이러한 구조를 갖춘 숲을 주제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나무를 도입할 것인가 아니면 소나무와 다른 나무를 섞어 심을 것인가가 주된 내용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복원생태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진행되는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복원’이라는 주제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복원을 바르게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훼손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진단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다음에는 훼손된 장소와 유사한 환경조건을 가진 장소로서 훼손되지않고 온전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태계가 담고 있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소위 대조생태정보(reference information)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양 정보를 종합하여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원을 실시한다. 복원을 실시한 다음에는 그 정착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그 과정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평가한다. 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는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순응관리(adaptive management)를 실시한다. 끝으로 복원된 장소를 대상으로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복원계획에서 모델로 삼은 대조생태정보와 비교하여 복원의 성공여부를 평가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복원이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은 물론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도 이러한 개념과 일련의 과정을 적용하여 복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용어만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 외국인 학자는 우리가 전문용어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평가까지 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말은 거짓말이 된다. 정의, 공정, 그리고 상식을 모토로 삼은 새 정부도 출발하였으니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지는 복원사업이 개념이 바로 선 원칙 있는 사업으로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 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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