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소에너지, RE100 및 EU Taxonomy에 대한 검토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2-07 16: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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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지난 주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환경과 관련된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대통령 후보 정책토론회라기 보다는 퀴즈 풀기 같았다는 평가가 많다. 각종 약어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그것에 담긴 의미를 가지고 토론하기 보다는 단어의 뜻이나 묻는 형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그 토론회에 등장한 용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그들은 과연 환경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환경을 지켜내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가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우선 수소에너지를 검토해보자. 수소는 석유나 석탄처럼 자연 상태로부터 획득된 것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로부터 전환된 것이기 때문에 전력과 마찬가지로 2차 에너지이다. 그러나 수소는 저장성을 가진다는 이점이 있다. 같은 2차 에너지인 전력은 생산과 소비가 시간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수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소공급망이 완결되고 수소산업과 수소시장이 현재의 휘발유나 경유의 수준으로 활성화된다면 수소가 전력보다 우월한 수송수단 에너지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수소는 재생가능 에너지 중심 전력망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전력공급구조가 달성되면 기상조건 등으로 인하여 전력의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과다 또는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터리 기반 ESS(Energy Storage System)와 이를 확장하여 발전시킨 ESS 기반 VPP(Virtual Power Plants, 가상발전소)가 제시되고 있다. ESS에는 현재 리튬 배터리가 이용되고 있는데 최대 충전 횟수가 3,000회 정도에 그치는 한계를 지니고 있고, 에너지 소실률이 높으며 화재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그리고 단위 무게당 에너지 저장량이 수소에 못 미치고 배터리 폐기물이 환경오염물질이 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재생가능 전력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매체로서 ESS보다 수소가 더 바람직할 수가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수소의 에너지저장성을 활용하여 전력 과잉 시 수전해 방식의 수소 생산과 전력부족 시 연료전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을 통하여 배터리 기반 ESS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다 에너지 VPP(multi-energy virtual power plants)가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그림 1. 그린수소 생산 방식.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수소 생산 <제공=이창석 교수>

 

친환경 수소라고 하는 그린 수소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 물의 전기 분해를 통하여 생산하는 수소이다. 이것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사진 1 참조). 따라서 RE 100이나 EU Taxonomy에서 강조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앞의 것만 보고 그 뒤에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없는 것이 아쉽다.

 

▲ 사진 1. 자연을 파괴하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모습 <제공=이창석 교수>

 

다음은 RE100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하자. RE100이란 Renewable Energy 100(재생가능 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소비전력에 해당하는 REC(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구매하여 대체하는 것도 허용한다.


RE100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그들은 그들이 거래하는 다른 기업에게도 RE100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BMW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전지를 공급하는 삼성SDI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고, 애플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협력업체에 참여를 독려하는 게 대표적이다.


RE100 개념이 대중에 의해 인식되는 바와 실제로 작동하는 바는 아주 다르다. 어떤 기업이 RE100을 달성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된 전력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 RE100 달성했다고 인증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은 대부분 전통적인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발전을 통해 공급된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소비 전력에 해당하는 REC를 구매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림 2 참조).

 

▲ 그림 2.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면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REC를 발급받게 된다. 이 발전소는 구글과 같은 기업에 전력과 REC를 판매한다. 구글은 전력과 REC를 구매한 후 전력은 그리드에 다시 판다. 그리고 그리드로부터 전력을 다시 구매하여 데이타센터에 공급한다. 최종적으로 구매한 REC만큼의 전력을 소비했는지 확인한다. a사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b사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고 하더라도, a사가 REC를 구매했다면 a사가 환경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한다. 왜냐하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은 보통 화력발전보다 비용이 높은데, 그 비용을 REC판매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REC를 구매한다는 건 친환경에너지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제공=이창석 교수>

 

다음은 EU Taxonomy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EU Taxonomy는 환경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6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1. 기후변화 완화 (Climate change mitigation)
2. 기후변화 적응 (Climate change adaptation)
3. 물 및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및 보호 (The sustainable use and protection of water and marine resources)
4. 순환경제로의 전이 (The transition to a circular economy)
5. 오염 예방 및 조절 (Pollution prevention and control)
6.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 (The protection and restoration of biodiversity and ecosystems)
 

이러한 목적을 설정하면서 EU Taxonomy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이란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에 대응하여 스스로를 지켜내는 생태계의 능력으로서 생태계가 외부의 환경변화에 대하여 자신의 구조나 기능을 유지하여 항상성을 지니는 데서 비롯된다. 그들이 강조한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본래 상태의 환경, 즉 자연에 해를 가하는 인위적 환경이용행위가 환경의 수용능력, 즉 자원의 지속 가능한 생산, 지역의 수용능력, 환경의 자정능력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또는 제거하여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인 탄소 중립 역시 이러한 환경의 지속가능성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정책은 같은 의미로 선언하고 동참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그 방향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확보 전략이 그렇다. 탄소중립위원회 전략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토면적의 3%가 필요하다고 한다. 탄소 흡수원으로 중요한 역할은 물론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발휘하며 기후변화의 진행을 늦추는데 기여하고 있는 멀쩡한 산림을 깎아내고 아슬아슬한 비탈면에 태양광 패널을 까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사진 1).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 해 탄소중립 의지를 다진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산림 파괴를 막고 훼손된 토지를 복원하기 위해 105개국의 합의 하에 채택된 산림 및 토지에 관한 선언 (declaration on forests and land)에 동참하고도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4개의 습지를 람사르습지로 등록해 국제사회에 습지 보존에 동참한다고 선언해 놓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습지를 훼손하고 초대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여 습지보존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철새 이동을 방해하는 사업을 계속하고 더 늘려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용어에 담긴 개념은 파악하지 못하고 단어만 외운 결과이다. 실천보다 선언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난 4년동안 보아 온 환경정책이 그랬다. 생태계 보전을 국정의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호시탐탐 그린벨트 훼손을 노렸고, 국제사회와 보존하기로 약속한 산림과 습지도 파괴해 왔다. 4대강 재 자연화를 약속하였으나 자연하천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무늬만 바꿔 재 인공화를 가져왔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였는데 코로나바이러스와 추위만 사라지면 언제나 미세먼지가 그득한 세상이다. 위험에 대비한 맞춤형 스마트 기상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예보는 고사하고 현상중계조차 현실과 다른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도 동물인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건강한 생명 국가를 만들겠다는 수준 낮은 공약을 내놓더니 야생동물 멧돼지 수십만 마리를 총살하고 그 소리에 놀란 수많은 야생의 동물들을 숲 속에서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처럼 한심한 환경정책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어떤 글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기 위해 행간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환경정책이야 말로 단어만 암기하지 말고 용어에 담긴 개념을 바르게 파악해 볼 것을 권장한다. Read between the lines!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 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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