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핀란드 오울루대학교 연구진이 소나무 껍질을 기반으로 한 수처리 배지를 개발해, 하수처리장 방류수(처리수)에서 항생제·항우울제·혈압약 등 의약품 잔류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소나무 껍질을 철 성분으로 간단히 변형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면서도, 일부 물질은 90%를 넘는 제거율을 보였다는 보고다. 관련 논문 ‘물속 잔류의약품의 흡착 및 분해(Adsorption and degradation of residual pharmaceuticals in water)’에는 이같은 내용이 게재돼있다.
의약품 성분은 가정·병원·산업 활동을 거치며 폐수로 유입되고, 하수처리장은 이를 정화해 하천·호소 등 수계로 방류한다. 하지만 현행 처리 공정으로 모든 의약품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워, 환경으로 유출된 잔류물이 항생제 내성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문제의식은 제도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2024년 도시 폐수 처리 지침을 전면 개정해 미량오염물질(micropollutants) 제거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개정 지침은 2025년 1월 1일 발효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연구의 핵심은 산림 부산물인 소나무 껍질을 흡착 소재로 활용하는 데 있다. 소나무 껍질에는 변형(개질)에 유리한 폴리페놀 화합물이 풍부하며, 여기에 마그네타이트(산화철) 등을 적용하면 처리 후 소재를 자성으로 쉽게 분리·회수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소재는 ‘컬럼(column)’ 형태로 작동된다. 커피 필터처럼 폐수를 통과시키며 잔류 의약품을 흡착·제거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오울루 지역의 타스킬라(Taskila)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대상으로 후처리 실험을 수행했다. 4개월 파일럿 운전 결과 제거 효율은 물질별로 대체로 ‘수십 퍼센트’ 수준이었지만, 조건에 따라 90%를 넘는 사례도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항생제 트리메토프림은 약 99.7%, 항우울제 벤라팍신은 약 93.7% 제거율이 보고됐다.
제거 대상에는 항생제(트리메토프림 등)뿐 아니라 항우울제(벤라팍신), 진통제(케토프로펜), 혈압약(로사르탄) 등 일상적으로 사용량이 많은 성분이 포함됐다.
논문에서는 흡착 기반 제거와 함께, 항생제 레보플록사신을 촉매적으로 분해하는 ‘코발트–마그네타이트’ 기반 바이오나노복합체(Co-MPB) 개발도 함께 제시됐다. 최적화된 소재는 4시간 내 90% 이상 분해 성능을 보였고, 주요 반응종으로는 하이드록실 라디칼이 지목됐다.
다만 공정 고도화를 위한 과제도 남았다. 파일럿 컬럼에서 흡착재 재생(regeneration) 과정이 단기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철 용출 등), 재생 절차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함께 보고됐다.
연구진은 활성탄(activated carbon)이나 오존처리(ozonation)가 고효율일 수 있으나, 소나무 껍질 기반 소재는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랭·아한대 산림권에서 산림산업의 부산물로 대량 확보가 가능해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울루대는 이번 결과를 “순환경제 기반의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하수처리장과 산림 부문 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자고 밝혔다.
연구를 수행한 박사과정 연구원 마흐디예 모하마드자데는 기술적 해법과 함께 시민 행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정에서 항생제를 하수구에 흘려보내거나 일반쓰레기에 혼합 배출하지 말고, 핀란드처럼 약국 반납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편 오울루대에서는 가문비나무 껍질 탄닌 등 다른 천연 소재를 활용해 산업폐수 탁도 제거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도 병행 중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