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정책 혁신, 봉합이 아니라 성찰과 책임에서 출발해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9-23 16: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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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림청은 지난 9월 19일 ‘산림정책 혁신위원회’의 출범을 알렸다. 시민사회, 학계, 산림 전문가 등 2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중장기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불교환경연대 측은 겉으로는 폭넓은 논의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번 위원회가 과연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 영남권 대형 산불로 31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그 배경에 산림청의 오랜 소나무 중심 숲가꾸기 정책과 편향된 산림관리 방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원인 규명이나 정책 반성보다 벌채와 인공조림에 예산을 집중하며 기존 관행을 되풀이해 왔다. 산불 피해 이후 자연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변화를 회피한 것이다.

특히 산청 산사태 이후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문제를 언급하고 긴급 토론회까지 열렸지만, 산림청은 여전히 성찰이나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피해 현장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운사는 인공조림 대신 자연복원을 선택했고, 이를 계기로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이 모니터링과 연구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나서지 않는 산불 원인 조사까지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더구나 운영계획에서 ‘대외 논쟁을 봉합하겠다’는 방침이 드러나면서, 혁신보다는 불편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원회 구성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산림정책의 변화를 꾸준히 요구해온 연구자나 단체는 빠져 있고, 시민사회 몫은 5명에 불과하다. 결국 참여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조건에서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혁신 로드맵’이 진정성 있는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혁신은 비판을 가로막는 데서 비롯되지 않는다. 불편한 질문을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성찰에 나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산림청이 대형 산불의 교훈을 진정으로 새기려 한다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그동안의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또한 산불 원인에서 산림청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열린 논의의 장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집한다면 이번 위원회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비판을 외면하지 않고 경청하며 책임 있게 대응한다면, 이번 위원회가 산림정책 전환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산림청이 진정한 혁신의 길을 선택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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