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석 교수의 지속가능 어업이야기 -④
대구(大口)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이 큰 물고기이다. 물속을 돌아다니면서 커다란 입으로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킨다. 식욕이 엄청난 만큼 알도 많이 낳는데 1미터 길이의 대구는 한번에 3백만 개, 1미터 30센티미터의 대구는 9백만 개의 알을 한 번에 낳을 수 있다.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알을 낳는다.
대구는 엄청난 번식력과 가리지 않는 식성, 떼를 지어 사는 습성 때문에 매우 쉽게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그래서 어획량이 많았고,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많이 먹었다. 영국의 피쉬 앤 칩스와 막대튀김처럼 생긴 피쉬핑거도 주재료는 대구이다. 대구요리는 매우 다양하고 역사도 깊다. 바이킹들도 대구를 많이 먹었는데, 먼 거리를 항해할 때는 말린 대구를 먹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교역하는데 썼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대구는 북태평양의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북대서양의 매사추세츠만, 케이프코드만 그리고 북해가 주요 서식지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데, 특히 부산 가덕도와 경상남도 거제도가 산지로 유명하다. 겨울철 맛보는 쫄깃한 대구회와 시원한 대구탕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별미 중의 별미다.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구가 정말 흔했다고 한다. 주요 산지 중 하나인 케이프코드는 북아메리카 탐험 당시 대구가 자꾸 배에 부딪혀서 대구곶이라고 이름 지어진 곳이다. 케이프코드 옆에 위치한 보스톤은 1650년대부터 대구 교역 중심지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교역이 이루어지자 가공공장들도 많이 생겨났다, 대구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거름으로 쓰여 주변 농토를 기름지게 바꿔 놓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대구 생산량과 교역량은 그 이후 300년 넘게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1880년대 영국에서 커다란 그물을 바다 밑바닥을 끌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잡는 트롤어선이 발명되면서 생산량이 급상승하였다. 심지어 1924년 냉동식품 처리법이 개발되자 내륙지방의 수요도 늘었다. 생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2차대전 이후에는 수중음파탐지기를 도입하여 바다 속을 샅샅이 뒤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잡힌 물고기는 냉동선이 발명되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게 되어 조업시간과 생산성이 더욱 늘어났다. 그래서 1960년대에는 어부들이 대구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으면 그대로 부두 밑으로 밀어버렸을 정도였다.
재앙의 시작은 북해대구가 1970년대 초 27만 톤에서 2006년 44,000톤으로 자원량이 무려 약 84%나 급락하면서 부터였다. 말 그대로 대구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뒤 세계 곳곳의 대구어장이 폐쇄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아이슬란드는 대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영국트롤어선을 접근을 금지하였다. 이로 인해 영국과 아이슬란드는 세 차례에 걸쳐 전쟁을 치루었고, 1975년 아이슬란드가 자국 해안으로부터 200해리 내에서는 정부허락 없이 다른 나라에서 어업 할 수 없다고 선포하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대구전쟁과 배타적 경제 수역의 탄생이다.
사라진 대구는 장기간 회복되지 않았다. 대구어장도 거의 다 폐쇄되었다. 그제서야 어업인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거의 소멸일보 직전인 대구자원을 어떤 식으로라도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EU 수산위원회와 노르웨이, 영국 등이 공동 추진한 '대구자원회복계획(Cod Recovery Plan)'에 동의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스코틀랜드 어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어업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연간 어획량을 꾸준히 감축시키고, 어린대구 어획을 막기 위해 그물을 새로 개발하고, 광범위한 산란장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조업을 금지하였으며, CCTV 카메라를 사용하여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어선에 도입했다. 그 결과 2017년 북해 대구 자원량은 2006년 대비 약 4배 증가하게 되었다.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 해양관리협의회)는 드디어 북해 대구가 지속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음을 선언하였다.
Scottish Fisheries Sustainable Accreditation Group(SFSAG)는 지속가능어업을 꾸준히 실천하여 2017년 7월에 북해대구에 대한 MSC 인증을 획득하였다.

영국의 해양관련 공익단체인 MCS(Marine Conservation Society)도 어종별로 자원량과 어획방식에 따라 총 5등급으로 구분하여 초록색(1등급)부터 빨간색(5등급)으로 표시하는 ‘Good Fish Guide’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대구 자원이 긍정적인 전망으로 회복 중에 있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고갈되었던 어종이기 때문에 MCS는 북해 대구를 5등급으로 구분하여 소비를 지양해야 할 어종(Fish to Avoid)으로 홍보하며 관리하고 있다.
북해 대구의 MSC 인증 스토리는 어업인을 비롯한 어업인, 정부, 과학자, NGO, 소비자단체, 글로벌 유통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협력을 통해 가장 상징적인 고갈 어종이었던 대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그 덕분에 MSC 인증은 대구 애호가인 영국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SC 인증라벨이 부착된 대구를 선택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대구자원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수산 박람회에서 어린대구를 말려서 노가리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국내산 명태와 어린명태인 노가리가 고갈되어 귀해지니까 그런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만간 국내산 대구마저 명태처럼 사라지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북해어장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다.
지금 우리 앞바다의 수산자원도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어업인과 정부가 하나가 되어 자원회복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 기왕이면 유럽처럼 한·중·일 공동자원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어업협상 등의 이유로 어족자원량도 공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물고기가 다 고갈되고 나면 어업 협상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 해양관리협의회)란?
MSC는 어업의 지속가능성, 수산물 이력추적성에 대한 인증규격을 제정하고 지속가능수산물 운동을 전개하는 국제 비영리단체이다. 기준을 통과 한 어업과 가공업체는 인증서를 발급받고, 생산제품에는 MSC 에코라벨을 부착이 가능하다. 현재 세계 12%의 수산물이 MSC 인증어장에서 생산된다.
서종석 부경대 겸임교수 / MSC 한국대표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