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열반 - 이복희
절정인 홍매화 보시라고
화엄사 각황전 꽃살문 열어뒀다
절간에 깃든 요염한 자태
도반들은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다
붉게 물들인 경내에서
열반의 소망은 붙었다 꺼지는 심지
그을음만 남을 줄 알면서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에게
염화미소가 부처의 답이다
무언가 탁, 터지는 소리
몸속에 피던 꿈들도
심지의 눈빛에 걸릴 때
눈물이 촛농처럼 왈칵 쏟아지겠지
숨 몰아쉬며 홍매를 바라보던 부처가
연화 좌대에 얹어둔 무릎 아래쪽을
슬쩍 꼬집는 순간,
만개한 홍매화
예불 올리는 자태가
물고기 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다
『오래된 거미집』, (모악,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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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아래에 있는 화엄사에서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매화는 예로부터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라고 한다.
사군자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매화는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군자에 속한 것이리라.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화엄사 경내는 매화로 붉게 물들었다.
절간에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홍매화.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는 얼마나 황홀한지.
도반들은 절정인 매화를 바라보면서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을 것이다.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은 둥실 둥실한데
각황전 꽃살문 넘어 활짝 핀 매화의 자태는 마치
물고기 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를 넘나드는 것 같이 보인다.
각황전에 계신 석가·다보·아미타여래 삼불상께서
주술 걸린 것같이 홍매화를 바라보며 염화미소를 짓고,
삼불좌상 좌우에 있는 네 분의 보살도 몸속에 피던 꿈을
접던 순간을 생각하며 홍매화 어깨를 다독이듯 미소 짓는다.
이 모든 풍경을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있자니
화엄사로 달려가고 싶은 내 마음이 붉게 요동치고 있다.
당장 떠나야겠다. 열반의 세계로,
글. 박미산 시인 / 사진. 김석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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