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단열재, 탄소중립·에너지효율 뒤에 숨은 안전 공백

독일이 멈춰 세운 PF단열재, 한국은 괜찮은가
관리 사각지대’가 키운 환경·안전 리스크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2-22 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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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탄소중립과 에너지 효율 향상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고성능 단열재는 건설·산업 현장의 ‘필수 자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친환경·고효율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화학물질 안전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와 산업계 현안에서 제기된 PF(페놀폼·우레탄폼) 단열재 유해성 논란은 “에너지 절감과 국민 건강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 PF단열재 (자료사진)

PF 단열재는 페놀폼(Phenolic Foam)을 말하며, 페놀 수지를 주원료로 해 발포시킨 열경화성 단열재다. 뛰어난 단열 성능과 난연성을 가지고 있어 공공건물과 공동주택 외벽 및 내부 단열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된 소재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를 초과해 방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음에도, 국내에서는 KS 인증과 친환경 마크를 유지한 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환경부·국토부 기준은 명확하지만, 현장 점검과 사후 관리가 부재했던 것이 핵심 문제다.

 

PF 단열재와 PIR, PUR, XPS 등 독립기포 구조 단열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부 발포가스가 빠져나가 단열 성능이 약 28~32% 감소한다. 즉 단열성능의 초기 값만으로 설계할 경우 건축물 수명 동안 에너지효율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PF와 PUR과 같은 열경화성 단열재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소각 후 잔재물이 10~30% 발생해 매립에 의존해야 하므로 환경부하가 크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 따라 PF 단열재 등 유기단열재에 대한 장기성능값(Long-Term Performance Value)을 적용하기로 하고, 오는 2026년에 건축물의 법적 의무 사항인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 뉘른베르크 유치원, “기준 없어서 더 위험했다”
2011년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박스도르프의 한 시립유치원에서는 바닥 단열재로 사용된 페놀폼 단열재에서 2-클로로프로판(2-chloropropane)이 장기간 방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내 공기 측정 결과, 초기 농도는 ㎥당 1,700마이크로그램에 달했다. 눈과 점막 자극은 물론 신장·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당시 이 물질에 대해 실내 공기 기준이나 작업장 허용 기준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해당 농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단열재로 사용할 기술적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결국 뉘른베르크시는 해당 단열재를 전량 철거하고, 향후 공공시설에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제거 이후에도 방습층에 잔류한 물질이 9개월 이상 검출되면서, 단열재 선택의 중요성은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됐다.

독일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 개선이 새로운 화학적 위험을 불러와서는 안 된다”며, ‘블루엔젤(Blue Angel)’ 친환경 인증 단열재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PF 단열재 논란, ‘사후 관리’에 머무른 현실
한국에서도 최근 PF 단열재의 열분해·경시변화에 따른 유해물질 방출 가능성, 화재 시 독성가스 발생 문제, 실내 공기질 영향 등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어린이집·학교·공공임대주택 등 취약계층 이용 시설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제도는 설치 이후 관리와 사후 기준 중심에 머물러 있다. 사용 단계에서의 장기 방출 특성, 노후화에 따른 화학적 변화, 실내 공기 누적 영향에 대한 선제적 평가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로 관리 권한이 분산된 구조 역시 문제다. 독일 사례처럼 “위험성 평가가 불확실하면 공공 사용을 중단한다”는 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에너지 정책과 분리된 환경안전 정책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탄소중립 정책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단열재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생활환경 화학물질 관리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는 AI 기반 위험 예측, 공정·설비 데이터 통합 관리 등 선제적 안전관리 모델이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건축·건설 자재 분야는 여전히 “기준 충족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일 유치원 사례가 보여주듯, 기준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 동시 달성의 대상”이라며, ▲공공시설 우선 사용 제한 ▲장기 방출 특성 평가 의무화 ▲실내 공기질 기준 연계 ▲친환경 인증 실효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 한국발포플라스틱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은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PF단열재를 둘러싼 주요 논란을 지적하며 정부의 기준 강화와 제도 점검을 촉구했다.

강병부 장철순 한국발포플라스틱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은 “PF 등 단열재의 폐기물량은 2023년 대비 2027년에 약 5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 방출 논란도 있어 환경과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시급히 이 문제의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철순 공제조합 전무는 “PF단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 발포가스가 빠져나가 단열 성능이 감소하는 ‘경시변화’ 특성 상 안전과 단열, 구조적 손상을 방지 하기 위해서라도 25년 평균 장기성능값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멈췄고,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독일은 한 유치원에서 시작된 단열재 논란을 계기로 공공정책의 방향을 수정했다. 한국은 지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에너지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는 얼마나 안전을 검증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시기다. 탄소중립은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신뢰는 보이지 않는 실내 공기와, 가장 약한 공간인 어린이 시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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