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더 와도 농업 가뭄 심해져?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1-15 21:57:11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연간 강수량이 늘어나는 지역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 가뭄(농업 가뭄)이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뜻해진 대기가 토양과 식물에서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면서, 늘어난 비가 토양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기 전에 땅이 먼저 말라버린다는 분석이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영국 레딩대 연구진은 작물의 물 수요가 가장 큰 성장기에 초점을 맞춰 토양 수분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기후 관측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해 위험 지역을 도출했으며, 영국을 포함한 서·중부 유럽과 서부 북미를 비롯해 북부 남미, 남부 아프리카 등이 향후 농업 가뭄의 ‘핵심 위험지대’로 지목됐다.

레딩대 에밀리 블랙 교수는 “기후 변화로 공기가 더 따뜻해지면서 토양과 식물에서 더 많은 물이 증발한다”며 “특히 유럽과 북미의 봄에는 비가 더 내려도 들판이 말라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세계 식량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지역에서 이번 세기 농업 가뭄이 훨씬 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연간 강수량 같은 ‘연평균 지표’만으로는 농업에 결정적인 계절 리스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들이 강수 패턴이나 연간 평균 토양 수분에 주로 초점을 맞춘 반면, 연구진은 성장기 시작 무렵의 봄 토양 수분이 여름 가뭄 위험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봄철 강수량이 늘어도 기온 상승으로 증발산이 커지면 토양은 오히려 더 건조해질 수 있고, 이렇게 시작된 봄의 건조가 여름 내내 이어지며 작물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 2010년, 2018년 등 최근 유럽의 대형 가뭄 사례도 건조한 봄 또는 초여름 조건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배출량이 낮은 기후 경로를 따를 경우 취약 지역의 가뭄 빈도 증가를 완화할 수는 있지만, 위험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뭄 내성이 높은 작물 개발, 관개·저수 등 물 관리 역량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