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고도 소폭 조정만으로 항공 온난화 영향 줄인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19 22: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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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항공기의 순항 고도를 소폭 조정해 비행운(콘트레일·contrail) 형성 조건을 피하면, 항공 부문의 기후 영향을 거의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항공기와 연료 체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의 변화라는 점에서, 항공업계의 현실적인 기후 대응 수단으로 주목된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기가 비행 중 응축운이 형성되는 고도 구간을 피해 수천 피트 정도 상하로 비행 경로를 조정할 경우, 항공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콘트레일 회피 전략이 항공 산업의 다른 감축 수단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도입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콘트레일은 고고도에서 항공기 엔진의 뜨거운 배기가스가 차갑고 습한 공기와 만나면서 형성되는 얇은 흰색 비행운이다. 적절한 대기 조건에서는 이 비행운이 얼음 결정으로 이뤄진 구름으로 발전해 수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기 중 열을 가두는 효과를 낸다. 연구진은 항공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지만, 콘트레일 같은 비이산화탄소 효과까지 포함하면 실제 기후 영향은 이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제시 스미스 박사는 “콘트레일 회피는 비행 경로를 크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응축운이 형성되는 대기 구간을 피하도록 항공기를 약간 더 높이거나 낮게 비행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기술 혁신이 아니라 운영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35년부터 2045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콘트레일 회피 정책을 도입할 경우, 파리협정의 2도 상승 한계 이전에 남아 있는 전 세계 온도 예산의 약 9%를 회복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까지 항공 콘트레일은 약 0.054도의 추가 온난화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항공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온난화보다 36% 더 큰 수준이다.

특히 조기 도입의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1만 건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를 통해 비교한 결과, 콘트레일 회피를 2045년이 아닌 2035년에 시작할 경우 2050년 기준 기온 저감 효과가 약 78% 더 커졌다. 스미스 박사는 “10년을 기다리는 것은 사실상 정책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며 “기후 과학에서는 변화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콘트레일 회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도 뚜렷한 온도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비행 경로 변경에 따라 연료 사용량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추가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증가분보다, 콘트레일 감소로 얻는 온난화 저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또한 항공사와 항공 교통 관제기관이 기상 조건에 따라 비행 경로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만큼, 실제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조종사와 관제사, 기상 예보관, 정책 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다만 항공업계가 이미 난기류나 악천후를 피하기 위해 항로와 고도를 수시로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콘트레일 회피 역시 기존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예측 기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불완전하더라도 조기 도입에 나서는 편이 더 큰 기후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박사는 “우선 실제 비행 시험을 통해 대규모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첫 단계”라며 “이후 정책과 제도가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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