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개발도상국 일부 지역에서 폐플라스틱이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난방과 요리, 해충 퇴치까지 담당하는 ‘최후의 에너지원’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글로벌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의 생활권에서 플라스틱 연소가 일상화되면서, 독성 배출로 인한 건강 피해와 식품·수자원 오염, 환경 불평등 문제가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호주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연구진이 주도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저소득 도시 지역과 밀접하게 협력하는 연구자, 공공부문 종사자, 지역사회 리더 등 26개국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3명 중 1명은 가정에서 플라스틱을 태우는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고, 다수는 이웃이나 지역사회 구성원이 플라스틱을 태우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했다. 일부는 자신이 직접 플라스틱을 태운 경험도 보고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연소가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음식을 조리하고 집을 난방하며 불을 붙이고 곤충을 쫓는 용도로까지 활용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를 이끈 커틴 에너지전환연구소(CIET)의 비샬 바라드와즈(Vishal Bhardwaj) 박사는 “지역사회 안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발생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던 관행을 이번 설문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핵심 배경으로는 ▲극심한 에너지 빈곤 ▲감당하기 어려운 청정연료 비용 ▲신뢰할 수 없는 폐기물 수거·처리 서비스 부재가 제시됐다. 연구진은 “가족들이 더 깨끗한 연료를 살 여유가 없고 폐기물 수거도 기대하기 어려울 때, 플라스틱은 ‘골칫거리’이면서 동시에 ‘최후의 선택지’가 되는 에너지원”이라고 진단했다. 비닐봉지, 포장재, 병과 용기 등 생활 주변의 플라스틱이 손쉽게 연료로 전환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연구는 플라스틱을 태울 때 삼석불(돌을 받친 화덕), 숯 난로, 임시 버너 등 단순한 조리·난방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연소 효율이 낮고 환기가 취약해, 가정 내부와 인구 밀집 지역에 유독성 연기가 축적될 가능성이 크다.
노출의 불평등도 뚜렷했다. 연구진은 여성,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집단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요리와 가사노동이 가정 내 특정 구성원에게 집중되는 구조, 밀집 주거 환경의 특성이 결합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성물질 배출 위험은 특히 혼합 플라스틱과 PVC(폴리염화비닐) 연소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커틴대 서호주 광산학교(WASM) 하리 부탈루(Hari Bhathaluru) 교수는 PVC를 태울 때 다이옥신과 푸란 같은 고독성 오염물질이 방출된다고 경고했다. 이들 물질은 환경에 오래 잔류하고 먹이사슬에 축적될 수 있어, 암·생식 장애·면역체계 손상 등 심각한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PVC가 ‘세 번째로 많이 연소되는 플라스틱’으로 보고된 점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짚었다. 생활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재질이 연료로 반복 사용될 경우, 독성 노출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플라스틱 연소의 파장은 호흡기 노출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커틴 분자생명과학대학의 프라메시 둥가나(Pramesh Dungana) 박사는 설문 응답자의 60%가 “플라스틱 연소로 인한 독성 화학물질이 음식과 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연소 장소 인근에서 채취한 계란과 토양 샘플에서 독성 화합물이 검출된 사례 등 기존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가정과 조리 공간 가까이에서 플라스틱이 연소될 경우 독성물질이 농작물에 침착하거나 수원으로 유입돼 식품에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의료·위생·영양 측면에서 취약성이 큰 지역사회에 ‘숨겨진 건강 위기’를 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해법 또한 단순한 ‘행태 계도’ 차원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저자이자 CIET 이사인 페타 애쉬워스(Peta Ashworth) 교수는 “가정에 플라스틱을 태우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플라스틱 사용량이 2060년까지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표적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위생 인프라 개선 ▲현대적 조리 에너지(청정연료) 접근성 확대 ▲안정적인 폐기물 수거·처리 서비스 구축 ▲지역사회와의 협력 기반(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한 대안 설계) 등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가장 취약한 도시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개입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