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략]글로벌 경제, 탄소중립 위한 정책적 대응 돌입

기후패턴 변화, 원자재 공급 교란하며 국제무역 운영에 제동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4-12-18 21: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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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한국 산업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지난 10월 25일 열린 한국환경한림원 심포지엄에서도 ‘기후위기시대의 국제통상 관련 환경이슈, 우리의 대응전략은?’이라는 주제로 심도깊은 논의를 하기도 했다. 특히 기후변화가 점차 심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는데 그중 가시화되고 있는 영역은 교역, 국제통상이다.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바꾸는 핵심 과제로 부상 

▲좌장을 맡은 오형나 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기후패턴 변화는 원자재 공급을 교란하며 국제무역의 원활한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등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 기상 이변으로 전 세계 해상 교역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파나마 운하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발생한 글로벌 물류 위기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1차적인 영향 외에도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은 비교 우위 패턴을 변화시켜 기후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과 국가에 더욱 가혹한 통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전탄소 상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요국을 중심으로 부활한 강력한 산업지원 정책, ‘탄소 국경 조정 매커니즘(CBAM)’ 등 환경 이슈를 근거로 한 보호무역의 강화와 글로벌 바이어들의 탈탄소화 요구,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위한 규제 등 빠른 속도의 지각변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미 본부장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탄소중립은 이제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핵심 과제가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 배출량의 약 54%를 차지하며, 이는 제조업의 높은 비중과 소재 산업의 난감축 특성에서 비롯된다. 주요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은 글로벌 평균 대비 높은 에너지 및 탄소 집약도를 보인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강력한 정책적 대응에 돌입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CCA)은 한국 기업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미국 CCA는 완제품까지 과세를 확대해 국내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주력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전기로강,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혼합 시멘트 등 친환경 제품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디지털 전환(DX)과 녹색 전환(GX)을 융합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밖에 산업 구조 전반의 전환과 함께 저탄소 혁신 기술 R&D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은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전주기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정 본부장은 “탄소중립은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라며, “탄소중립 전환의 성공은 산업 경쟁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규제는 세계 경제와 산업 구조를 재편할 핵심 변수

BNZ파트너스의 권동혁 상무이사는 심포지엄에서 "탄소규제는 세계 경제와 산업 구조를 재편할 핵심 변수"라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CCA)은 다배출 업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배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는 CBAM을 통해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며, 미국은 자국 생산품과 수입품의 온실가스 원단위를 비교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권동혁 상무이사

권 상무는 "이들 규제는 단순히 환경적 고려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산업 경쟁력과 무역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은 탄소배출량 감축 노력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 중이다. 특히 철강 및 배터리 제조업체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발자국 관리와 혁신적인 감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의 배터리법과 에코디자인법 등은 배터리와 전자제품의 탄소발자국 공개를 의무화하며 친환경 제품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높은 수준의 감축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신뢰를 확보한다면 EU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정부는 탄소규제 대응을 위한 범부처 협력과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원스톱 지원체계와 탄소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또한, 전력 배출계수 관리 체계 개선을 통해 간접배출 부담을 줄이고, 한국형 CBAM(K-CBAM)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에 다배출 업종에 대한 대규모 지원 확대와 혁신 기술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U가 감축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사례를 들어, 권 상무는 “한국도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접근으로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 대응 한국형 녹색투자 확대 방안 마련

토론시간에는 경희대학교 오형나 국제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환경부 마재정 녹색전환정책과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문진영 지속가능발전연구팀장, 포스코 정용식 환경에너지기획실 기후에너지그룹장, 고려대학교 조수정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나와 기후위기 시대 국제통상과 관련해 우리의 대응전략에 대한 각자의 해법을 제시했다.
 

마재정 과장은 국제적으로 탄소중립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한국도 녹색투자 확대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기후협약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탄소 감축을 필수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녹색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각적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에서는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하며 녹색 경제활동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약 9.8조 원의 녹색채권이 발행됐으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녹색자산유동화증권도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 외 금융상품 적용과 민간 투자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세가지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녹색분류체계의 고도화이다. 이에 기후변화 적응, 순환경제 등 환경목표를 강화하며, 관련 경제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녹색여신 관리를 위한 지침도 마련된다.
 

두 번째로 녹색투자 기반 조성이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 산정을 지원하는 지침을 발간하고, 주요 제품군의 환경 성적 산정 방법을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기관의 부담을 완화하고 녹색금융 적용을 돕기 위한 교육도 추진된다.
 

세 번째로 녹색시장 자금 공급 확대이다. 2024년부터 3조 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 효과를 목표로 이자 비용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25년까지 1,400억 원의 보증을 통해 약 1.5조 원의 자금 조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규범 따르면서 경쟁력 높이고 리더로 발돋움해야

문진영 지속가능발전연구팀장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하는 가운데, 한국도 지속 가능한 발전과 통상 정책을 연계한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파리협정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과 1.5℃ 목표 달성이 강조되며, 각국은 보다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렸다. COP28에서는 ‘UAE 컨센서스’가 채택되어, 에너지 시스템의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저탄소 기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특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성을 두 배로 높이는 목표가 강조됐다. 또한, 메탄 감축과 무배출 차량 보급 등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무역과 연계된 기후변화 대응 조치(TRCM)의 증가로 통상 분야에서도 기후 정책과의 연계가 중요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178건의 기후 관련 조치가 보고됐으며,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은 다자간 협력 및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무역 장벽을 최소화하고 개도국 지원과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 대비를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EU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기업의 환경 정보 공개 준비를 지원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오염, 자원 이용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공시 기준이 요구된다. 또한 국내 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의 환경 정보 측정을 돕고, 기술 혁신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산업과 민간 기업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자금 및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강 업계에 도전과 기회 직면한 CBAM
 

정용식 기후에너지그룹장은 포스코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으로 인한 비용 부담과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CBAM은 EU의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해 수입 철강 제품에도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2026년 시행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현재 유럽과 미국에 연간 약 200만 톤의 철강을 수출하고 있다. 2034년부터 EU의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이 종료되면, 포스코는 최대 1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배출원단위(MRV) 개선과 고철 사용 비중 확대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고 있으며, 광양제철소에 고철 투입 전기로 설치를 진행 중이다. 또한, EU ETS(배출권 거래제) 기준에 맞춘 데이터 제공으로 신뢰성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ETS와 EU ETS 간 배출량 산정 방식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배출량 산정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K-CBAM 도입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CBAM 도입이 국내 철강 제품의 경쟁력 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밖에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지원도 강조했다. 이는 무탄소 철강재 생산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이다.


기후위기 시대 국제통상이 탄소중립 추진에 큰 역할
 

조수정 교수는 파리협정은 상향식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이행 강제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하지만, 목표 수치 설정은 자율에 맡겨져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NDC를 법제화하지 않았으며,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상법과 정책이 탄소중립 추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는 2023년 5월 EU CBAM 도입을 확정하고 2023년 10월 전환 기간을 시작했다. 이는 기후통상의 이정표로 평가되며, 공급망 실사법, 배터리법,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등도 대표적인 기후 이슈의 통상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NDC)를 제시했으며, 이는 연평균 감축률이 4.17%/년으로 주요국 대비 도전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전환 부문에서는 유류·석탄 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을 통해 45.9% 감축 목표를 세웠으며, 산업 부문에서는 미래기술 조기 상용화, 친환경 연료 전환 등을 통해 11.4%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대응으로는 기술 발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핵심기술 R&D 지원 등이 필요하며, 데이터와 표준 등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또한 G7 등 관련 국제기구 논의, CBAM 하위법령 제정 등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탄소 크레딧 거래 제도 활성화가 필요한데 배출권거래제 개선, 탄소차액 계약제도 도입, 파리협정 6조상 국외감축사업 활성화 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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