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자라는 나무가 미래의 숲 바꾼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2-01 22: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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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와 산림 개발이 겹치면서 전 세계 숲이 점점 더 빠르게 자라는 나무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생물다양성과 장기적 기후 회복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 연구진은 학술지 Nature Plan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3만1,000종 이상의 나무를 분석한 결과, 숲의 구성과 기능이 전반적으로 균질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숲이 잎이 가볍고 목재 밀도가 낮아 단기 성장에 유리한 ‘자연의 스프린터(sprinters)’ 성향의 수종에 의해 지배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두꺼운 잎과 치밀한 목재, 긴 수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천천히 자라며 생태계 기능을 지탱해온 ‘전문화 수종’은 사라질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옌스-크리스천 스베닝은 느리게 자라는 수종이 “산림 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습한 열대·아열대 숲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탄소저장 능력과 생태계 안정성은 이런 수종에 크게 기대고 있는데, 현재의 변화가 이어지면 그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는 빠르게 자라는 수종이 숲을 점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숲의 확산과 정착이 쉬울 수 있지만 가뭄·폭풍·해충 등 기후 충격에 더 취약해 장기적 탄소 저장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대표적인 빠른 성장 성향 수종으로 아카시아, 유칼립투스, 포플러, 소나무 등을 예로 들었다.

연구진은 특정 지역에 원래 없었지만 현재 야생에서 자라는 ‘귀화수종’의 특성에도 주목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귀화수종의 약 41%가 빠른 성장과 작은 잎 등 교란 환경에 유리한 형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베닝은 이런 수종이 토착 수종과 같은 생태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수 있으며, 교란이 잦은 풍경에서는 빛·물·영양분 경쟁을 심화시켜 토종 나무의 생존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종 멸종 위기는 특히 열대·아열대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는 전망했다. 제1저자인 동중국사범대학 소속 궈원융 교수는 좁은 지역에만 분포하는 느린 성장형 나무가 많은 곳일수록, 서식지 파괴나 빠른 성장형 수종의 확산이 곧 완전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북반구의 추운 지역에서는 교란에 적응한 귀화·빠른 성장형 수종의 침입이 주요한 동학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연구진은 숲 조성 변화의 배경으로 인간 활동을 꼽았다. 인간 주도의 기후 변화, 인프라 확장에 따른 산림전용, 집중 임업과 벌목, 수종의 글로벌 무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자라는 나무는 목재·바이오매스를 단기간에 생산할 수 있어 조림에서 선호되지만, 생태학적으로는 연약하고 질병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미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나무 종의 확산·소멸 가능성을 모델링한 결과, 이미 귀화한 종들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숲에서 더 우세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느리게 자라는 희귀 수종의 손실을 막기 위해 산림 관리에서 우선순위를 높이고, 보다 적극적인 생태계 복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베닝은 새로운 숲을 조성할 때 빠른 성장 위주의 단순한 조림을 넘어, 느리게 자라는 희귀 수종을 더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숲이 “더 다양하고 탄력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접근이 더 풍부한 대형 동물 공동체의 회복과도 맞물리며, 미래 생태계의 정상 작동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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