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호주 그리피스대학교(Griffith University) 리버 연구소 연구진이 테이크아웃용 뜨거운 음료 컵이 가열될수록 수천 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열(temperature)이 방출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라며 컵 재질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플라스틱 뚜껑 약 8억9천만 개와 함께, 일회용 뜨거운 음료 컵이 매년 14억5천만 개 사용된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연간 사용량은 약 5,000억 잔 규모로 추정된다.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은 테이크아웃 컵이 미세플라스틱의 ‘상시 노출원’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연구 배경이 됐다. 이번 연구는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Plastics에 게재됐다.
미세플라스틱은 대략 1마이크로미터(㎛)에서 5밀리미터(㎜)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더 큰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면서 생기기도 하고,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표면이 마모되거나 손상되며 직접 방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나온 입자는 환경과 먹이사슬을 거쳐 사람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인체에 실제로 어느 정도 축적되는지에 대해 결정적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측정 과정 자체가 오염될 위험이 크고, 인체 조직에서 극미량 입자를 정확히 정량하는 기술적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장기적 건강 영향 역시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으로,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먼저 기존 동료심사 연구 30편을 종합하는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흔한 플라스틱이 다양한 조건에서 얼마나 입자를 방출하는지 비교한 결과, 가장 일관되게 방출량을 좌우한 요인은 ‘온도’였다.
액체 온도가 올라갈수록 미세플라스틱 방출도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으며, 보고된 방출량은 연구 설계와 재질에 따라 리터당 수백 개에서 800만 개 이상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반면 음료가 컵 안에 머무는 시간(젖는 시간)은 일관된 영향 요인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오래 담아두는 것보다, 처음 닿는 순간의 높은 온도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현장 조건에 가까운 검증을 위해 연구진은 브리즈번 전역에서 두 유형의 컵 400개를 수거해 실험했다. 대상은 ▲폴리에틸렌 재질의 플라스틱 컵, ▲겉은 종이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얇은 플라스틱 코팅이 있는 ‘플라스틱 안감 종이컵’이다. 연구진은 5℃(아이스 커피 수준)와 60℃(뜨거운 커피 수준) 조건에서 두 컵 모두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기서 두 가지 경향이 도출됐다.
첫째, 재질이 중요했다. 플라스틱 안감 종이컵은 두 온도 모두에서 순수 플라스틱 컵보다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이 적었다.
둘째, 열이 방출을 키웠다. 모든 플라스틱 컵에서 차가운 물(5℃) 대비 뜨거운 물(60℃) 조건으로 바꾸면 방출량이 약 33% 증가했다.
연구진은 노출량을 가정해 계산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폴리에틸렌 컵에 300mL 커피를 매일 한 잔씩 마신다면, 연간 363,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고해상도 이미징으로 컵 내부 표면을 관찰한 결과, 순수 플라스틱 컵은 플라스틱 안감 종이컵보다 표면이 훨씬 거칠고 ‘피크와 계곡(peak-and-valley)’ 구조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 미세한 요철이 입자 분리(탈락)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열이 더해지면 플라스틱이 부드러워지고, 팽창·수축 등 물리적 변형이 커지면서 표면 불규칙성이 증가한다. 그 결과 음료로 떨어져 나오는 입자 방출 과정이 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권장되는 것은 스테인리스, 세라믹, 유리 등 재사용 컵(미세플라스틱을 흘리지 않는 재질로 제시)이다. 일회용이 필요하다면 플라스틱 안감 종이컵이 순수 플라스틱 컵보다 대체로 방출이 적었지만, 둘 다 ‘0’은 아니다.
핵심은 열 관리로 끓는 액체를 플라스틱 용기에 바로 붓는 것을 피하고, 가능하다면 음료가 컵에 닿기 전 조금 식혀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 플라스틱 안감의 물리적 스트레스를 줄여 노출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열과 재질 선택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더 나은 제품 설계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 선택과 산업 설계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 저감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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