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의 핵심 정책 ‘쓰레기 종량제’
고대부터 인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고대 로마에서는 공공 위생을 위해 쓰레기 처리 시설을 운영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거리의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치우는 규칙이 존재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졌고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는 위생 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20세기 초반에는 폐기물 소각과 매립이 주요한 처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세금을 기반으로 쓰레기 처리를 관리했으며, 개별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에 따른 비용 부과 개념은 없었다.
쓰레기 종량제는 1970년대 이후,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등장했다.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 PPP)’이 도입되면서,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시스템이 논의되었고, 1980~1990년대에는 여러 국가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94년 4월부터 12월까지 평택시를 포함한 전국 33개 지역에서 시범운영하고 1995년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전국차원의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나라가 됐다.
이는 국내 폐기물 정책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쓰레기 종량제 정책은 매우 우수한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해 쓰레기 종량제 정책 하나로는 폐기물 처리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폐기물 정책을 이끌고 담당했던 전문가들과 과거의 페기물 정책과 앞으로 폐기물 정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전문가 소개
심재곤 (사)환경·인포럼 회장은 대한민국 환경 분야에서 오랜 기간 헌신하며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환경부에서 수질보전국장, 폐기물자원국장, 상하수도국장, 기획관리실장(차관보), 한국자원재생공사(현 한국환경공단) 등을 역임하며 국가환경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1995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쓰레기종량제 도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 폐기물 관리 체계의 혁신을 이끌었다.
박준우 상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폐기물 관리와 자원화 분야에서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폐기물의 자원화와 재활용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폐기물을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닌 유용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또한, 폐기물 자원화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이러한 규제 완화가 환경 오염 방지와 폐기물 관리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러한 연구와 주장은 폐기물 관리 정책, 특히 쓰레기 종량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폐기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자원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류재근 박사는 대한민국의 저명한 환경학자로, 물환경과 환경미생물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국립보건연구원 미생물부 연구관을 시작으로 국립환경연구원 원장,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환경 연구와 정책 발전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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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곤 (사)환경·인포럼 회장 |
쓰레기종량제 도입 당시의 반대와 혼란
2025년, 한국의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 지 30년을 맞이했다. 시행 초기에는 많은 반대와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종량제는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환경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처음 시행될 당시, 국민과 정부, 정치권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일반 시민들은 “쓰레기 버리는데 돈을 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으며, 환경부조차도 새로운 부담이 국민에게 가중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방자치제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종량제가 지방정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세금 형태의 제도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강한 반발이 있었고, 심지어 환경단체조차도 폐기물 처리는 정부의 역할이라며 비용 부담을 주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당시 환경처 폐기물정책과장이었던 심재곤 회장은 “종량제 도입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같은 환경처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종량제 전국 시행은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강력하게 추진했다. 심지어 종량제 도입을 압둔 상황에서는 폐기물 업자들에게 살인 협박을 받을 정도로 사회전반에 걸쳐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류재근 박사는 “1994년 12월 종량제 시행 한달을 앞둔 시점 전국적으로 ‘쓰레기 대소동’이 일어났는데 곳곳에 쓰레기 산이 생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는 시민들이 쓰레기 버리는데 돈을 내고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집안의 모든 쓰레기들을 거리에 내버렸기 때문이다.
도입을 위한 연구와 정책적 고려 그리고 결단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위한 연구의 핵심은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유책임제도 확립이었다. 1990년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연구를 통해 배출자 부담 원칙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종량제가 설계되었다.
박준우 교수는 당시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와 일본 모리야마시를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했지만, 이들 지역은 특정 소규모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종량제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과 같이 전국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었다”며, “한국의 실정에 맞춘 독자적인 종량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폐기물 배출 관행, 도시화의 영향, 지방자치 도입에 따른 정책 변화, 수거 방식과 비용 분석, 재활용 산업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연구하여 제도 설계가 이루어졌다. 또한 종량제 봉투의 재질과 규격 결정, 위조방지 대책, 지역별 표준 수수료 산정 등의 연구도 병행되었다.
박 교수는 “제도 설계 작업에 더하여 반대여론이 비등할 여건에 맞추어 국민을 설득하고 효과를 검증하면서 입법화를 이루어나갈 실행 전략도 마련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연구보고서는 여건분석과 원가분석을 통한 수수료율 결정 외에도 시범사업 추진방안, 홍보전략, 연관정책과 제도의 수정, 보완 방안을 포함한 입법화 전략과 단계별 발전방안까지 포함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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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기물정책과는 종량제 정책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통령 표창을 과 단위로 받은 것 또한 최초이다. |
심 회장은 “이렇게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뒷 배경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며, “YS는 큰 정책을 시행하려면 환경처로는 부족하다며 1995년 1월 1일 종량제 시행일을 기점으로 환경부로 승격시켰다”고 말했다.
각종 전염병 감소 등 극적인 환경 변화 나타나
도입 초기에는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과 부담 증가에 대한 저항이 컸다. 시행 직후에도 수많은 민원과 가짜 종량제 봉투 유통, 쓰레기 봉투 도둑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종량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4년 대비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20% 이상 감소하고, 재활용률이 15%에서 60%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정책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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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한위생학회 2대 회장이었던 류재근 박사는 “종량제 시행으로 눈에 띄게 변화된 것은 쥐, 바퀴벌레, 파리 등 해충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수인성 감염병 및 식중독을 옮기는 쥐, 파리 등의 개체수가 줄어듦에 따라 주거 환경은 좋아지고 감염병은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폐기물 정책 현재와 미래 과제
쓰레기 종량제는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가디언 등 세계 유수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불법 투기와 부적절한 배출 방식이다.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를 공공장소에 투기하는 사례가 많으며,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대표적으로 1인 가구 증가, 다세대 주택의 관리자 부재, 배달 문화 발달 등 일회용품 사용량 폭증 등이 있다.
박준우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정책은 분리배출 체계를 단순화하고, 선별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종량제 봉투 가격의 현실화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평가를 통해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춰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제는 단순한 폐기물 감량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재곤 회장은 “앞으로 한국의 폐기물 정책은 EPR제도와 종량제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자원순환 정책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국내 재활용 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쓰레기 종량제는 단순한 비용부담 정책이 아니라,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재근 박사는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쓰레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즉 각종 쓰레기 배출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재활용과 재이용, 재순환이 활성화 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환경부 정책 추진력과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폐기물 정책을 위한 제언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분리배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분리배출 기준은 너무 복잡해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종류를 단순화하고 전문적 선별 시스템을 강화해 주민의 불편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봉투 가격 현실화다. 현재 종량제 봉투 가격은 지방 재정을 보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인 오염자 부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
셋째, EPR과 종량제가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재활용 산업이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익성을 갖고 지속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신고 포상제 등을 확대해 시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적 협력 및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야 한다. 국내 재활용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정책 평가 및 보완이 지속되어야 한다. 정책 도입 당시와 현재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다르므로, 변화에 맞게 정책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한국의 폐기물 정책은 더욱 발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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