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 도롱뇽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2006년 대법원 판례로 본 환경권과 자연물의 법적 지위
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마1148, 2004마1149 판결
글. 법무법인 이신 김성덕 대표변호사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3-05 22: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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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이신 김성덕 대표변호사

우리나라에서 환경 보호를 둘러싼 법적 논의는 주로 ‘공해 문제’에 대한 대책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일본의 공해법 입법보다 4년 빠른 시점인 1963년 공해방지법이 제정되면서 대기오염, 수질오염,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피해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환경보전을 국가적 목표로 삼고 ‘환경’을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으로 구분하며, 이를 침해하는 형태에 따라 환경오염(건강·환경 피해)과 환경훼손(자연환경 기능 손상)으로 나누어 정의하고 있다.

동물도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을까?
2006년, 우리나라에서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도롱뇽’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법적 쟁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환경단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건설 사업 중 천성산을 통과하는 원효터널 공사가 환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공사 중지를 요청한 가처분 신청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대법원 2006.6.2. 선고 2004마1148, 2004마1149 결정)은 울산지방법원의 1심, 부산고등법원의 항고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도롱뇽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지 않았고, 가처분 신청은 각하되었다.

법원의 판단은 자연물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1심 법원(울산지방법원)은 신청인 ‘도롱뇽’이란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 또는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지만, 민사소송법상 자연물 자체는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이를 대신하여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보았다.


또한, 환경단체 ‘도롱뇽의 친구들’은 환경권과 ‘자연 방위권’(자연을 보호할 권리)을 주장하며 터널 공사 중지를 요구했으나, 법원은 “자연 방위권이라는 개념 자체는 경청할 가치가 있지만, 이를 근거로 민사상 가처분 신청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을 담당한 부산고등법원은 흥미롭게도 도롱뇽의 생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나, 법적 판단에서는 1심과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다.

환경권과 공공 이익의 충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인프라 건설로 인한 공공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사건에서 천성산 인근 사찰인 내원사와 미타암은 “터널 공사로 인해 생활환경이 침해된다”며 별도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가져올 공공 이익이 막대한 반면, 터널 공사로 인한 환경 훼손의 개연성은 낮다”고 보아 이들의 신청도 기각했다.

자연물의 법적 지위, 앞으로의 과제
이 사건은 ‘자연물(동물 포함)이 법적 주체로 인정될 수 있는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소송 당사자는 개체로 특정되어야 한다. 인류 전체가 당사자가 될 수 없고 개별 인간이 당사자 되어야 하듯이 자연물 또한 당사자가 되더라도 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법체계에서는 자연물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지만, 일부 학자들은 자연물 자체도 생태 손해를 주장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일부 국가에서는 자연물을 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에콰도르는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고, 2017년 뉴질랜드는 강을 법적 인격체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보호와 법적 권리의 관계를 둘러싼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자연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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