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호군 인천연구원장, 도시전환의 길목에서 인천을 다시 그리다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8-13 23:53:56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도시는 단순히 공간의 집합체가 아니다. 경제, 생태, 기술, 사회가 복합적으로 얽힌 살아있는 유기체다. 그리고 지금, 인천은 그 도시적 유기체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인구 감소, 기후위기, 수도권 집중, 기술 전환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밀려오는 이 시점에, 인천의 정체성과 미래전략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인천의 정책 씽크탱크인 인천연구원을 이끄는 박호군 원장을 만났다. 

 

 

▲ 제18대 인천연구원장 박호군(전 과기부 장관)

2023년 5월 제18대 인천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과학기술부 장관, 인천대학교 총장 등을 거쳐왔으며, 도시계획·공공정책 분야의 오랜 연구자로서 인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인천은 단순한 해양도시도, 수도권의 외곽도 아니다. 남북, 해양, 산업, 항공, 수도권 등 다섯 개 메가도시의 정체성이 중첩된 복합도시다. 박호군 원장은 “인천 같은 도시가 세계에 몇이나 되겠나. 이 도시의 가능성은 우리가 먼저 설계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인천은 단순 성장 이후의 전환기”
그가 진단하는 지금의 인천은 도시의 ‘성장 이후’라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전통적인 성장 방식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인구구조·기후위기·산업환경 등 모든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 그는 이 시기를 ‘도시전환의 길목’이라 말한다.

“도시전환이라는 건 단순한 기술적 대응이 아니다. 기존 시스템과 구조를 바꾸고, 시민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과감한 선택과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시기다.”

그는 도시 문제를 기술이나 행정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정책이 삶의 형식을 바꾸고,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연구기관은 단순한 분석도구가 아니라, 전환을 설계하는 플레이너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시정연구 정책세미나(제9차)


“인천연구원, 이제는 ‘기획청’이 돼야 한다”
박호군 원장이 구상하는 인천연구원의 미래는 명확하다. ‘정책 기획청’이다. 단순 용역기관이나 조사연구소에서 벗어나, 인천의 중장기 어젠다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 설계 조직이 되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조직의 구조와 연구방식 모두를 다시 짜고 있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안이 서로 연결돼 있는데, 여전히 부서별 단위로 쪼개서 대응한다. 단기 대응 말고 총괄 기획이 필요하다.”

도시 전략을 제대로 짜려면 단순히 행정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두뇌’ 역할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박호군 원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천연구원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싱가포르는 도시계획과 정책의 중심에 국책연구기관을 두고 일관된 방향성을 밀고 나가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했다”며, “도시가 진짜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장기 전략을 설계하고, 행정은 그 전략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 한중일 3국협력사무국 옌량 사무차장 내원


“해양과 남북, 항공… 인천은 하나의 복합 전략도시”
그는 인천의 고유한 도시성과 정체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항구 도시’로만 인식되지만, 실제 인천은 수도권의 입구이자, 항공 중심지이며, 남북 접경지역이고, 동시에 해양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다. 여기에 개항이라는 역사성과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실험성이 중첩돼 있다.

“이건 그냥 여러 특성이 있는 게 아니라, 이 도시 자체가 세계적으로 드문 복합 도시라는 얘기다. 메가시티들의 특성이 한 도시 안에 다 있는 구조다.”

그는 이 복합성과 다양성이 인천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자 자산이라고 말한다. 도시 전략 역시 각각의 정체성을 따로따로 설계할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제3회 인천 국제재난복원력 지도자 포럼에서 박호군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책이 삶을 바꾸는 실험, 그게 연구원의 역할이다”
박호군 원장은 도시정책이 ‘기술’로 환원되는 흐름을 경계한다. 기술적 수단은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이고, 정책은 결국 ‘삶의 형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것.

“시민은 정책을 평가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정책 전환의 주체다. 좋은 정책은 시민의 참여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는 연구원의 공공성 회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연구가 관료조직의 하청도, 시장의 의뢰도 아닌, 공공의 전략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조율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연구는 과감히 넘기고, 공공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 인천평화안보포럼


“2040 로드맵, 인천 미래를 설계한다”
박호군 원장이 주도하는 ‘인천 정책 로드맵 2040’은 단순한 미래 연구가 아니다. 2024년부터 시작된 이 과제는 인천시와 인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중장기 도시 전략 설계 사업으로, 시민·공동체, 산업·경제, 환경·안전, 균형·이동 등 네 개 핵심 분과를 중심으로 도시의 미래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각 분과는 인구 변화·양육·교육·복지 등 시민 삶의 질을 아우르는 의제부터,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산업 전략,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 환경 조성, 교통과 도시 구조를 아우르는 공간 전략까지 중장기 실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이 로드맵은 단순 미래 예측을 넘어 “미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을 만들어 도시 변화에 대비하자”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로드맵 수립은 인천연구원의 주도로 2025년 상반기까지 연구를 마무리하고, 시민 제안·전문가 검증 과정을 거쳐 연말에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연구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연구는 고령사회 대비, 소프트경제 전환, 스마트 교통망 구축, 인구 500만 생활권 확보 등의 전략 의제를 포함한다. 또한 싱가포르와 요코하마 사례를 분석해 글로벌 도시로서 인천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도 병행되었다.


▲ 인천대-인천연구원 RISE 구축 및 협력 업무협약식

도시의 미래는 설계될 수 있을까
박호군 원장은 인터뷰 내내 ‘과정의 디자인’을 강조했다. 전환은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제도, 시스템, 행정, 기술, 시민 참여가 엮이는 설계의 결과다. 그리고 그 설계의 중심에 인천연구원이 서야 한다고 믿는다.

“미래는 예측되는 게 아니라, 기획되고 조율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연구원의 역할은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공공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다.”

도시는 저절로 전환되지 않는다. 방향을 잡고, 경로를 설계하고,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변화는 가능하다. 박호군 원장과 인천연구원이 지금 시작하는 일은, 그 거대한 전환의 출발선 위에 선 ‘설계자’의 일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