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물이 생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쳐두고라도 현대 생활은 물을 떠나서는 잠시도 영위될 수 없다. 그리고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셔야하는 식수의 오염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다 인구의 증가와 수자원의 감소로 학자들은 2050년경 지구상에 커다란 물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에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물의 기근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지구상에 일대 혼란이 초대될 것이라고 한다. 물과 공기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물의 자원이 고갈되면 확보를 위해 곧바로 폭동이나 전쟁으로 이어질 것임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UN에서도 인류에 미칠 물의 위기를 절감하고 이의 심각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지정했으며 2003년은 물의 해로 지정했다. 경제학자들은 일찍이 물을 자유재(自由財) 분류했다. 자유재란 경제활동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재화를 말하는 것으로, 가령 공기, 햇빛, 물처럼 거의 무한대로 존재해서 인간이 욕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처분하는데 대가도 필요 없는 재화를 말한다. 그만큼 물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에게 베풀어진 혜택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 혜택을 누리려고만 했을 뿐 관리하여 보존하며 계속 이어지게 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해서 오늘날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물은 이제 경제활동의 대상이 되는 경제재(經濟財)를 넘어 가장 중요한 자원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물은 화학적으로 수소 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결합하여 된 물질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물이 지구의 초기부터 존재했던 물질이라고 규정한다. 원래 태양의 주위를 맴돌던 가스 덩어리 중의 일부분이 냉각되면서 지구가 형성되었는데 이 때 수소원자가 산소원자와 결합하여 물이 만들어졌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물들이 모여 원시 바다가 되었고, 이 원시 바다 속에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무기물질이 유기물질로 합성되어 생명체로 화했다고 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생명의 기원은 물에서 시작되었던 셈이다. 고대인들도 물에 관한 생각은 비숫했던 것 같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 이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은 대지의 혈기'라고도 했는데 비슷한 얘기가 앗시리아의 신화, 가나안의 설형문자, 중국 고대의 사상가들에게서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바다와 민물에서 그 자체로 많은 생명체를 포용하고 있지만 자상의 모든 생명체 내에서도 일정한 비율로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지구상의 생명체라 할 수 있는 것은 물이 없이는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인체도 70%정도는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양은 약 45리터이다. 그 중 2.5리터 정도가 매일 새로운 물로 대체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물이 유입되고 오래된 물은 배출됨으로서 인체의 세포들은 활성을 유지하며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체내의 물이 1∼2%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을 느끼고, 5%정도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12%정도 부족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물이 우리 인체 내에서 담당하는 기능은 실로 다양하다. 호흡, 소화 및 흡수, 노폐물의 배설, 각종 물질의 순환, 내분비 및 외분비선의 분비 작용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활동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흔히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소우주(小宇宙), 즉 작은 우주라고 표현하는데 이 비유대로라면 지상에서 빗물이나 하천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물이 우리 인체 내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간과하기 쉬운 물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로 병에 대한 면역기능이 있다. 먼저 물은 비만증의 예방과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동맥경화는 모든 성인병의 원인 제공자다. 그렇잖아도 세포의 노후화로 신체의 각 기능은 쇠퇴되어 가는데 도심 곳곳에서 교통 체증 일으키듯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치 못하게 하여 기능이 쇠퇴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물이 비만과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이유는 음전기(陰電氣)를 촉진시키고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혈액 내의 적혈구 세포는 그 크기가 8마이크로(micro)정도인데 원래 음전기를 띠고 있어 서로 밀어내며 혈관 내를 순환한다. 그런데 신장의 기능이 원활치 못하여 혈액 속에 폐기물이 남아 있기 되면 이 폐기물이 적혈구의 음전기를 잃게 만든다. 그 결과로 적혈구끼리의 반발력은 감소되고 결국 적혈구끼리 응고되어 혈전을 형성함으로서 혈액순환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물은 이 혈과 속의 폐기물들을 용해하고 운반해서 신장을 통하여 체외로 배출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로 적혈구에는 다시 음전기를 띠게 되며, 음전기를 띤 적혈구가 확산되면 혈전이 분해되어 다시금 혈액순환이 왕성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마늘이나 양파가 동맥경화에 좋다고 하는 이유는 적혈구의 음전기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도 순도가 높지 않고 오염되어 불순한 무기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면 그 폐기물이 적혈구의 음전기를 잃게 만들뿐만 아니라 또 다른 독성 물질을 끌어들여 오히려 퇴행성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또한 감기에 결렸을 때 흔히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장하는 것은 인체의 면역력과 수분이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암(癌)에 있어서도 발암물질과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물은 신장결석, 당뇨, 신부전증, 각종 순환기 질환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과학적 실험과 데이터가 이러한 효능을 입증하고 있지만 옛 사람들은 지혜로 터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영국 속담에 "좋은 물을 많이 마시면 아내를 과부로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물을 이용해 관절염, 류머티즘 등의 외상이나 두통, 변비등의 가벼운 증상을 치료하기도 했다. 이는 물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현대 의학은 그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내재되어있는 면역체계가 자극되어 몸 안의 독소와 노폐물이 제거되며 찬물에 몸을 담그면 혈관이 수축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활동을 못하게 됨으로서 염증이 예방된다. 또 한때 유행하기도 했던 냉온 교대 요법은 내분비기관을 자극해 장기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우리 전통의 풍수관이다. 우리 선조들이 지형을 단순한 땅과 물의 조합으로 보지 않고 풍수관에 입각해서 생각했던 것은 지형을 살아 숨쉬는 일종의 유기체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 풍수관은 고려의 건국에 크게 기여했던 도선국사(導詵國師)이후 우리 민족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그 폐단도 커서 조선 조 후기의 실학자들이나 근대의 과학자들은 전혀 근거 없는 미신이며,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지어낸 얘기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생태학자들이나 인문지리 학자들은 우리 전통의 풍수지리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지혜로 터득했던 것들이 과학에 의해 입증된 또 하나의 실례인 셈이다.
풍수의 풍(風)은 기후와 풍토를 의미하며 수(水)는 물과 관련된 것들을 의미하므로, 풍수의 기본 원리는 인간을 둘러싼 자연관경이 생존에 알맞게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야만 지기(地氣)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 진(晋)나라 후기의 동진(東晋)사람 곽박이 장서(藏書)라는 책에서 '(땅의)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에 닿으면 머문다. 그래서 바람과 물을 이용하여 기를 얻는 법을 풍수라 일컫게 되었다.' 라고 했던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풍수사상은 중국에서 기원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민족에게서도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민족 정서와 부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풍수에서 물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되고 있다. 산(山)을 음(陰), 수(水)를 양(陽)이라 하여 산수의 적절한 배치를 곧 음양의 조화로 파악했으며, 풍수의 기본 원리 중의 하나인 득수법 (得水法)에서는 물이 어떻게 흐르는 곳이 좋은가라는 구체적 예까지 제시하고 있다. 가령 물이 길한 방위(方位)로부터 흘러들어 와서 흉한 방위로 나가야 하며, 급류를 이루거나 반듯하게 흐르는 곳은 좋지 않고 서서히 돌아나가는 곳이 좋으며, 산과 물이 제 각각으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또한 집터를 잡을 때도 물의 위치를 중요시했다. 가령 왼쪽에 물이 흐르고 앞쪽에 고인 물이 있는 터를 최상의 집터로 여겼고, 집안 내에서도 우물의 위치를 함부로 정하지 않고 반드시 본채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그런데 또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처럼 물의 흐름도 좋아야 하지만 물의 질(質)도 못지 않게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에서 악취가 풍기거나 이물질이 섞여 탁해 있으면 풍수상으로도 매우 좋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물은 오늘날의 각종 오·폐수등 오염된 물을 지적하는 듯 하여 그 지혜에 새삼 머리가 숙여지는데, 오염된 물은 인체의 기(氣)에는 물론 자연의 기(氣)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물이 인체에 베푸는 여려 혜택은 자연 그대로의 말고 깨끗한 물이었을 때 100% 발휘될 수 있다. 오염된 물은 체내의 음전기를 저하시켜 순환 장애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각종 불순물로 심각한 질병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오염된 물을 원 상태로 정화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현대 사회는 도시화, 산업화의 필연적인 결과로 물의 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있는데다, 물의 사용량이 생활 수준의 척도로 여겨질 만큼 사용은 늘어만가고 있어 이래저래 물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물은 생명의 모태로 간주될 만큼 자연과 인간에게 중요한 자원이다. 현대 사회는 물이 없이는 잠시도 영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의 가치를 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이 물의 혜택을 제대로 향수하기 위해서는 생명처럼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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