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업계를 비롯한 상하수도 업계가 전반적인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작년한해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2월초 자체 조사한 업계 잠정매출 집계에 따르면, ‘03년 잠정 매출액은 ‘02년 대비 부문별로 최저 5%~최고 130%까지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의 관계자들은 외형적 매출 신장을 기업의 이익과 결부시킬 수 없다며 “시장의 악재와 원가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실질 이윤은 감소한 셈”이라고 밝혀 매출 증가에 따른 기업의 순익은 오히려 잠정적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이유는 작년 말 발화한 ‘원자재 대란(가격폭등)’으로 인한 채산성이 악화된 데다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수출과 내수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같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원가 상승으로 인해 일부업체는 조업 단축이나 일시적 휴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격 인상 불가피, 경영 전망 불투명해
배관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데다 원·부자재 수급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당분간 공장 가동을 세우는 최악의 경우도 고려되고 있고, 철강단가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뚜렷한 돌파구는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채산성이 악화된 요인에는 조달청의 완전경쟁체제 돌입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납품가격도 이같은 영향으로 기존가격의 30%이상 하락했고 현재 업계의 출혈경쟁도 ‘점입가경’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게 고려되고 있거나 현재의 조업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 원료 공급업자인 포스코도 이미 다음달 계약분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해당업체들에게 통보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악재로 인해 업계에선 오죽하면 “상·하수도 1,000억 공사보다 1백억 도로공사가 낫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또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아직 최고 상한선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지속적인 원가 상승으로 인한 업계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져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상하수도 업계는 내적으로 ‘마진 없는 장사’의 압력에 시달리며 외적으로 원가 상승등의 악재까지 겹쳐 이중고(二重苦)의 경영난에 봉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해 기업들이 어음결제를 늘리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하수도 업계는 대부분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국제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마이너스 요인을 피해갈 수 없다. 올 한해 경영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제공은 무엇보다 ‘중국발 원자재 대란’이다.
치솟는 원자재 중국의 '싹쓸이'가 화근
상하수도 업계가 외형적 성장을 이루고도 ‘실속’을 차리지 못한데 에는 앞서 언급했듯 중국발 원자재 폭등이 주요 원인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매년 8%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경제성장에서 소외됐던 서부와 동북부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철광석의 경우 ‘02년보다 30% 이상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현재 전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25% 이상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상하수도 업계는 물론 전 산업에 걸쳐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이 전세계 선박을 독점 운용하면서 수송비용 상승까지 불러오고 있다.
한국수입업협회가 제공한 작년 한해의 원자재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작년 4/4분기 들어 각종 수입원자재의 단가가 '02년에 비하여 3포인트 이상 급등했으며 대부분의 품목에서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입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춘절이 끝나 본격적인 상승세가 더해질 것”이라며 “중국이 원자재 수출을 대폭 줄이고 수입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연초부터 유가(油價)가 폭등하고 경기불황까지 겹쳐 내수경기에 큰 타격을 입은 국내 업체들은 이로 인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국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팽창할 경우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어 국내 수요기업과 공급업체의 갈등도 증폭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국내 물가에 악영향까지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적 구매력이 감소하며 이는 내수 경기침체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정부가 고환율 정책으로 조달가를 높여 놓고 이제 지켜만 보고있는 꼴”이라며 시급히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상하수도업계 올해도 고전(苦戰) 면치 못할 듯
장기적 안목으로 신중히 대처해 나가야
현재 업계의 전체적인 매출 증가를 두고 고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그만큼 올 한해의 수익 전망에 부정적이며 각종 변수로 떠오른 악재들이 복병처럼 산적해 있어 쉽사리 단기적 전망조차 가늠해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악재보다 원가 상승이 더 부담되는 현실”이라며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도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기대감으로 출발했는데 연초부터 걱정이 많다”고 운을 띄우며 “조건에 미달되는 업체끼리 경쟁시키는 현재의 적격심사 기준도 문제이므로 생산시설 현황에 더 많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종 적격심사에는 기업의 부채비율이 평가요소에 상당부분을 차지해 우수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 빚을 낸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업체간 과당경쟁도 우려할 수준이다. 일부 기업들은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력 생산부분을 타 산업의 비전문 분야까지 확대하는가 하면 의도적 저가 수주로 동종업계에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경영난 해소를 위해 업계 전반의 질서를 흐리는 일은 온당치 못하다”며 출혈경쟁과 지나친 경쟁심리 유발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각 부문의 대책이 제시된다 할지라도 전반적인 경기 불황과 맞물려 상하수도업계는 올 한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성급한 경영대안으로 구호만 요란한 ‘성장’을 꾀할 것이 아니라 ‘군살빼기’를 통해 기업의 내부적 부실요인을 제거, 경영합리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상하수도업계 뿐만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고 향후 발전 전략을 모색해 나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정부도 지속적으로 업계의 고충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며, 생색내기의 형식적 대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반영한 실질적 정책을 지원하여 업계의 ‘고단한 행보’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취재 / 이상복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