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시장 개방과 한국의 수도산업(1) - ‘물산업 개방’ 한국이 위험하다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5-22 13: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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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도사업 ‘경쟁력’은 있는가

물시장 개방으로 인해 국내수도 산업이 생존을 위한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급기야 연간 50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세계 물시장이 21세기에 이르러 전세기를 평정한 석유산업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기름(석유산업)’을 주무르는 국가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시대에서, ‘물산업’을 호령하는 국가가 세계 환경시장을 점령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물시장이 세계 환경시장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시장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무한한 잠재적 성장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물산업은 경제적 거점확보라는 표면적 이유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식수공급이란 대의명분이 바로 그것이다.
개념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예부터 산과 내를 관리하여 홍수나 가뭄 따위의 재해를 예방하는 ‘치산치수’가 정치관료의 주요 역할 중에 하나였다. 즉, 물을 다스리고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민초들의 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시키는 일이, 한나라 임금의 중요한 책임이자 능력의 잣대였던 것이다. 그만큼 물을 다스리는 일은 그 자체가 가진 상징적 의미를 초월해 한 국가의 ‘자존심’과 결부되어 막중하게 다뤄져 온 것이다.
불행히도 오늘날의 지구촌은 심각한 물부족에 직면해 있다. UN은 80여개국에 달하는 세계의 물부족문제 해결과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예방을 위해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를 ‘물과 재해(Water and Disasters)’로 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수자원 관리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과 국민적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21세기에 접어들어 세계 정상들은 대규모 국제회담을 통해 깨끗한 물과 적합한 위생설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자 뜻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이제 한정된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에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도래한 ‘세계 물시장 개방’이 갖는 의미는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한 국가의 치수권(治水權)이 좌우되는 문제로 심각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세계은행의 예측처럼 수천조원의 물시장이 형성된다거나 개도국에 연간 36조원의 투자가 요구된다는 잠재적 경제가치를 떠나, 아직 성숙기에 이르지 못한 국내 수도산업의 존망(存亡)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는 국내수도 산업이 세계화 개방화로 규정되어지고 있는 물산업의 시장 논리에 재고의 여지도 없이 서둘러 생존전략을 수립해야하는 기로(岐路)에 서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 물시장의 표적, 韓國

전문가들은 이같은 물산업 개방 추세에 비춰, 국내 수도산업의 취약한 규모와 기반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국내 수도산업은 ‘02년 기준으로 2조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는 전기의 20조원과 가스의 7조원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작고 시장점유율이 낮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가 상하수도 서비스의 공급을 전담하면서 불거진 효율성 문제, 순환보직으로 인한 전문성 결여, 장기적 물관리 정책의 부재등은 아직도 이렇다할 대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미결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이는 국내 물산업이 IT, NT등과 연관되어 지식집약형 하이테크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세계적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오히려 태생적 취약점을 외부에 노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세계 시장은 우리의 양·질적 성장을 기다려 진입 시기를 늦춰줄리 없다. 오히려 우리 수도 산업이 갖고 있는 맹점이 그들의 영업전략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내 수도 시장에 진출하여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국적 물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현재 10조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서비스 인구가 1억명을 육박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경제력과 선진기술로 무장하고 세계 물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각국의 물 관련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국내 수도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상하수도 서비스, 하수처리, 물 관련 토목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국내에서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베올리아와 온데오는 조직을 거대화하고 잇따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수도시장 개척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베올리아워터는 국내 매출액이 2천억원(’02년 기준)을 넘어섰고, 온데오는 정수장 시설설계에 있어 일부 특광역시 시설의 상당부분을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개도국에서 상하수도서비스의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인도등의 아시아 지역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수도 산업이 외부적 변화에 위협감을 느껴 ‘내부진단’을 내리고 있는 사이에, 이들은 이미 더 큰 ‘외부시장’에 눈을 돌려 시장선점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원가절감의 압력과 치열한 경쟁을 견제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과거 특정 지역에서 다수의 유사기업이 경쟁을 벌이던 구조가 합병을 통해 대형화된 몇 개의 메이저 그룹이 세계 시장을 차지하는 ‘독과점’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논리가 적용되는 국제 시장에서 생존하거나, 적어도 국내 시장을 지켜내려면 서둘러 국내 수도 산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재빠른 처방전을 내려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표준화의 논리와 이해관계

동안 국내 수도산업은 다국적 기업의 국내 진출과 물시장 개방으로 총칭되는 글로벌화에 ‘물산업 위기론’이 심상치 않게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위기론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진행 되어왔을 뿐, 해결·육성 방안 등에 대한 논의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서 주목받지 못한채 주장되어져 왔다.
이처럼 일부 전문가의 주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온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상하수도서비스의 국제표준화에 대한(ISO TC 224) 수도산업의 관심부족이다. 현재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서비스 표준화에 각국은 유럽주도의 국제 규격제정 움직임에 반발하고 자국의 입장을 적극 표명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국제 표준이 마련되면 사업자간 우열이 명확히 드러나 선진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낙후된 국내수도사업자에게 규제처럼 작용될 확률이 높다.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수자원공사에서 개최된 제 3회 ISO/TC 224 ‘상하수도 서비스’국제표준화 대전총회는 이러한 맥락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국제 사회가 ‘먹는물 공급과 폐수 관리방법에 관한 국제표준’을 제정, 세계가 동일한 ‘물관리기준’을 따르게 될 것이란 사실을 강한 어조로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19개국에서 80여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최고 물 선진국인 프랑스가 전례 없이 자국의 표준을 ISO 규격화하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즉 자국의 수준을 고려해 시장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반대로 후진국에 표준을 규제로 사용해 시장 진입을 저지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회의는 각국의 대표와 격론이 벌어져 규격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각국의 대표들은 규격안에 개도국등의 물 후진국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다며 강하게 부각시켰고, 총회는 개도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포럼을 각각 거친후 ‘05년에 확정하기 합의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의 의견수렴을 위해 아시안포럼을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총회승인을 얻었다. 한중일 공동체제를 갖추기 위한 일본과의 물밑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중일 공동체제를 갖추기 위하여 일본과 협의중이며 산자부의 S-dialogue 사업을 통해 구축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총회기간중에는 표준화작업의 핵심인 서비스평가를 위한 성과 평가지표(Performance Indicator)에 대한 치열한 격론도 벌어졌다. 프랑스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평가지표를 규격에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은 개도국이 평가지표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격렬하게 반대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SO/TC224 하수도그룹의 의장을 수임하고 이번 제 3회 총회 유치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여왔으나, 국내 TC224 전문위원회가 그동안 작업과정에서 우리나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전문위원회의 활동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도 ’05년 규격안이 DIS로 확정되면 사실상 ISO규격으로 진행 될 것에 대비해, CD안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관련 부처인 건교부, 행자부, 환경부 등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중이다. 또한 일본은 자신들은 상하수도기술 선진국인 프랑스의 규격이 국제표준화 돠는 것에 대해 염려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각 지자체는 상하수설비를 민간에 위탁하고 행자부내에선 공공연하게 상수도본부의 공사화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논의도 확대되고 있어 우리의 시장을 보호하고 국내 물 공급기관의 질적인 성장을 유도하며, 국내 물공급기관들의 해외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따라서 TC224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하수서비스 국제표준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는 것은 물 선진국이 노리고 있는 ‘시장점령’에 적절한 대응책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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