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전 우리나라의 젊은 학도가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당시로서는 생경(生硬)한 학문인 하수도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일본에서 귀국한 김갑수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미약한 학문인 하수도연구에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하수도의 학문적 체계를 정립하고 이제 수많은 후배 학자와 기술자들을 양성한 시점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환경분야의 새로운 획을 긋는 시점에서 하수도의 지난 발자취를 그려보기로 한다. - 편집자주 -
하수도는 도로, 상수도, 주택, 공원등과 같이 귀중한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최소한 50년 정도의 계획수명으로 현재는 물론 후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물려줘야 할 공공시설물이다.
’89년 현재 하수도보급률이 42%로 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하수도에 대한 투자액과 GNP 대비투자율을 과거 30~40년동안 생활수준의 향상과 비교해보면 매년 1~2% 정도 따라서 점점 증가해 왔다. ’89년 1년 동안에 하수도에 투자된 총사업비는 2조 4500억엔이며, GNP 대비 투자비는 0.62%, 정부고정자본대비 투자비는 9.5%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하수도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는 매우 빈약해 하수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는 <그림 1>과 같이 1980년대에 들어와서야 시작됐다. ’89년 총하수도 사업비는 4793억원이고, 이 중 대부분이 하수처리장 건설에 투입된 자금이다. 이를 인구대비 투자액으로 비교하면 일본이 약 2만엔/인.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1.2만원/인.년으로 약 1/9에 불과하다.
하수도는 하수관거와 처리장으로 구성되며, 하수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외국의 경우 그 건설 및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의 비율은 하수관거가 처리장에 드는 비용의 거의 2배에 달하나, 우리나라의 최근 투자계획은 하수처리장에만 치중되어 그 사업비의 2배나 되는 하수관거 사업비에 대한 조달계획은 전무하다시피 하며, 그 사업효과 또한 의문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하수도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과 연구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전반적인 현황과 문제점의 파악은 물론 목표설정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하수도의 현황

우리나라 하수관거 부설현황은 <그림 2>와 같이 매년 일정량씩 증가해 ’88년 35,700㎞에 달하고 있으나 총 부설연장이 15만㎞인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양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숫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수도라고 할 수 없는 측구를 포함한 것이며, 이를 제외한 하수도 보급연장을 인구 일인당 하수관거 연장으로 계산하면 한국 0.5m/인, 일본 1.3m/인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하수관거의 대부분은 측구를 포함한 우수관거 및 합류식 관거이며, 오수관거는 국내 하수처리장에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서서히 증가하고 있으나 그 양은 <그림 3>과 같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하수도는 대부분이 우수배제를 목적으로 포설되어 있으므로 그 접합상태나 유지관리 상태의 질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기존의 하수도도 과연 그 기능 및 용량이 완벽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파손이나 관내부식 등으로 관거의 수명이 끝난 것이라든지, 유출계수의 증대나 유연면적의 증대 등으로 용량이 부족하다든지, 관내 퇴적물에 의해 단면이 부족하고 오수가 흐를 때 퇴적 및 부패로 인해 악취가 발생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하수도보급률에서 제외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점의 파악은 현황실태조사에 대한 투자의 미흡으로 적량적이며 객관적인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우리나라 하수도의 보급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하수도보급률에 대한 과장된 홍보이다. 이 때문에 하수도는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해결된다는 인식과 하수도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 등으로 조세조항이나 예산 배정시의 우선순위 미확보 등의 현실 속에서 영원한 회복불능의 상태에서 후손에게 물려줄 우려에 처해져 있는 실정이었다.
예를 들면 서울시 하수도 보급률은 100%인 것을 강조하는 데 반해 인천, 제주, 충남 등에는 0%인 것은 강조를 하고 있지 않았다(1989년 자료). 참고로 일본의 도쿄도(東京都) 23區부에서는 85%, 교토부(京都府)는 59%, 오오사카부(大阪府)는 64%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나라 하수도는 1980년대 이전까지는 단순히 우수배제 등의 근대식 하수도의 개념으로서 누수나 침입수의 영향이 도로 함몰의 원인으로 밖에는 문제시 되지 않았으나,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 현대식 하수도의 개념으로서의 완벽한 하수도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하수도의 기술수준은 매우 낙후되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완벽한 하수도를 만들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설계시 발생원 단위에 대한 기초조사가 전무한 상태에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외국의 기초자료를 사용해 설계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도시기반 시설로서의 하수도 및 하수관거에 대한 강의와 연구가 부족해 왔다. 하수도과목은 토목과의 전공선택과목인 상하수도 공학에서 다룰 뿐이며, 특히 하수관거보다는 처리에 치중되어 있고, 상하수도 공학의 전임교원 확보의 우선 순위가 타과목에 비해 뒤떨어져 학계의 관심도 많이 떨어져 있는 실정이었다.
외국에서는 하수도의 기술이 점차 발달해 관거공사재료 등에 많은 발전이 이뤄져 신소재가 개발, 사용되어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의 채택이 늦어지고 있었다. 이 원인의 하나는 감사시의 지적에 대한 우려와 담당자의 적극성 결여로 신정 제품의 사용을 회피하게 되어 생산 업체에서는 생산하지 않게 되고, 결국 시공시 사용이 불과한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다.
하수관거의 발전을 저해한 요인의 또 다른 하나는 하수관거표준도와 품셈의 개정이 늦은 것이다. 표준도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재료가 개발되고, 인건비 등의 상승과 공사환경 변화에 따른 조건 등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개정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각 지자체마다 고유의 표준도를 가지고 있으며 2~3년마다 개정하여 그에 따라 설계, 시공, 감독을 하고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사단가가 현실화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현실화가 되지 않으므로서 하수관거의 시공이 불량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하수도 오염원의 배출자인 동시에 감시자인 국민 개개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함으로써 국민에게 하수도의 중요성을 알기 쉽게 이해시켜 국민들로부터 배출억제, 감시 등의 협조를 구하고 막대한 하수도 사업투자의 당위성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일일 것이다.

행정·제도상의 문제점
우리나라에서는 하수도에 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하수도관련 전문가의 수나 공무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하수도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 많이 되어 있지 않다. 이는 <표 1>과 같이 일본의 도시규모별로 본 하수도사업 집행체제를 비교검토해보면 하수도 관련 공무원의 수와 하수도 관련 공무원의 교육실태가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별로 자체에 맞는 지침류를 제정, 사용하고 있으며(설계지침, 시공관리지침, 유지관리지침, 품셈표, 기타)주기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침 등이 있으나, 간혹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으며 외국의 예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현장에서 거부감을 느끼므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예가 많았다.
또한 하수도관련기술의 개발, 보급 등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의 활동 및 그에 대한 지원이 매우 미흡하고 공공하수도 부분은 전문시공업체로 하여금 시공케 하는 시공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문제인 점은 하수도 관련부분 자료의 미공개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인 바 현재의 제도로서는 이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예를 들면 하수처리장 운영자료의 정확한 자료를 주기적으로 운영백서 등을 발간해 공개토록 의무화함으로써 문제점의 파악이나 개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관리상의 문제점
우리나라 하수관거 유지관리의 문제점은 우선 현황파악의 부족으로 인해 유지관리의 계획과 투자계획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인원의 부족으로 장비의 비현대화에 겹쳐 유지관리가 거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수도의 유지관리에 비중을 작게 두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점은 설계시 최소단면을 시설기준의 최소 관경보다 한두단계 큰 단면으로 채택해 안전률을 미리 확보하여 유지관리의 비현실성을 묵과하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한 가정오수 오염 배출원의 제일 말단부분의 배수설비의 관리체계가 일관적이 아니고 서로 협조가 되지 않고 있음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예가 있다.
가령 배수설비의 설치분야는 건축분야에서 관장하고, 수질관리는 환경분야에서 하는 반면, 공공하수도는 하수도 분야에서 관장하므로서 공사, 설계 및 유지관리의 개념상 상충되는 경우 합의조정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유지관리상의 다른 문제점은 공도상의 가스, 상수도, 전기, 전화 등 지하매설물이 그 위치나 깊이에 원칙이 없이 무질서하게 묻혀 있으므로 타 매설물 매설시에 연결관의 파손, 공동의 훼손 등의 무리한 공사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관거체계 및 유지관리 체계에 의해 생활환경의 개선은 늦어져 파리, 모기 등 해충의 발생 및 그에 의한 전염병의 발생, 악취의 발생 등은 물론 도시의 침수로 인한 교통의 불편 하천수질오염 등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또한 하수처리장의 유입수량의 증대, 유입 유기물부하의 저하, 침사지 폐쇄, 탱크의 유효용량 감소 등을 보이고 있으며 유입수량의 증대는 비효율적인 하수처리장 운영 외에 조기증설의 필요, 약품비, 전력비 등의 유지관리비증대 등을 가져왔다.
결론
1980년대 우리나라 하수도보급률의 수치는 일본의 하수도 보급률과 거의 비슷한 실정이지만 그 내용상으로 보면 일본 보급률의 정의(공용개시를 선포한 후, 분뇨가 관거에 직투입되어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는 것)에 의거하면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일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의 하수도 투자비 총액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대적인 국민에 대한 홍보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체계적으로 전문가를 양성, 교육시키며, 기술개발을 위한 단체의 활동을 권장지원하고, 허가받은 전문시공업체만이 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확보 등 나아가 열심히 노력해야 후세들이 자랑할 만한 사회간접자본인 하수도를 훌륭한 유산으로서 남겨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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