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문제는 그 형태가 다양하고 원인 또한 복잡해 단순한 공학이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 수자원 정책에 관한 이론서 하나 없이 물 문제 해결을 건설에만 의존해 왔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지난해 3월 공직자 신분으로 「물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을 펴낸 저자, 건교부 서기동 수자원개발과장이 꺼낸 말이다. 그는 “건설만을 전제로 한 정책 추진도 곤란하지만 공공재인 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보다 유연해지길 희망한다 ”고 덧붙였다.
한탄강댐 건설논란의 전말을 다룬 지난 호에 이어 금번호에서는 ‘댐 건설이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는 정부 책임자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홍수 때는 방재시설, 가뭄 때는 저수시설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의 약 70%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홍수와 가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반복되는 재해를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홍수 때 물을 저장해 피해를 줄이고 가뭄 때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댐 건설이다.
댐은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면 이를 일시적으로 가두어 둠으로써 하류 지역의 홍수사태를 방지하고 평상시에는 생활, 공업, 농업용수 등을 균등하게 공급하면서 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처럼 댐은 중요한 간접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댐 건설과 관련한 환경 문제나 보상 문제 등으로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과 우선적으로 고려한 치수정책은 중요하다. 그러나 댐 건설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거나 맹목적으로 터부시하는 것도 결코 옳은 판단이 아니다.
물 부족보다 심각한 우리나라의 강우특성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집중 호우가 증가하고 하천 주변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홍수피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홍수때 물을 저류했다가 나중에 조금씩 흘려보내 하류 지역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댐은 16개 정도로 댐 상류의 유역면적이 우리 국토면적의 1/4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시 말해 여름철 우리 국토에 내리는 강수량의 3/4은 그대로 유출돼 홍수피해를 유발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연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1.3배 많으나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하다. 또 연강수량의 2/3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각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댐 총 저수량을 인구로 나눈 값인 1인당 저수량은 367㎥로 이 역시 세계 평균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댐을 잘 운용하거나 중수도 설치, 수도요금 인상 등의 수요관리 정책만으로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물 절약 등의 수요관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연중 하천에 흐르는 물의 양이 많게는 수백 배나 되는 기후와 지형 특성 하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에 물을 저류하였다가 적게 오는 기간에 사용하는 것이 물 공급 정책의 핵심임에 틀림없다.
문화·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한 댐 건설
댐의 효용은 수질 개선 부분에서도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봄철 갈수기에 하천에 물이 부족해 수질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주변에 악취가 풍기며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댐에 물을 저류했다가 부족한 시기에 하류로 흘려보냄으로써 하천의 건천화와 수질 악화를 방지하는 몫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 측면만 강조된 과거와 달리 이제 댐 건설은 홍수조절과 용수 공급의 목적 외에도 다양한 경제 문화적 측면까지 고려되고 있다. 관광, 레크레이션, 어족보호, 하천환경관리 등을 친환경적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댐의 부가적 효용이 그것이다. 댐을 정부 주체로 건설하고 관리하는 이유도 공공재를 시장에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피해는 줄이고 효용은 높여야
그러나 댐 건설은 일반 공공사업과 달리 추진과정 속에서 불가피하게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댐 건설지역은 산간오지에 위치해 개발이 낙후되어 있고 지가가 낮아 보상금의 규모가 작다. 게다가 영농자금 등의 부채를 상환하고 남은 보상금으로 종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수몰지역이 광대해 많은 이주민이 발생하는 점, 농경지 수몰로 인근지역으로 이주하기 힘든 점도 댐 건설로 인한 갈등을 부른다. 더욱이 이주대상 주민들은 대부분 연령, 적성, 경제력을 고려할 때 전업이 쉽지 않거나 마을공동체가 붕괴하고 고향을 잃게 된다는 정신적 고통까지 뒤따르기도 한다.
댐 하류 도시가 홍수피해가 줄어들고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반면 댐 주변 및 상류지역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런 지역 간 불공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충분한 보상과 함께 댐 주변지역의 경제진흥 및 생활환경 개선에 필요한 지원 사업을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 댐 건설로 인한 효용과 혜택은 극대화하되,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수자원의 혜택과 위해(危害) 분담
’04년 12월을 기준으로 전국의 하천 중 76%에 해당하는 28,222km가 개수되어 제방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제방 위주 하천치수사업은 생태 서식처 보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연적 홍수조절 기능조차 소멸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유역에서 발생한 홍수량을 하도 내에 가두는 1차원적 홍수관리정책보다 적절한 규모와 목적의 댐 건설을 통해 물을 다스리고, 이와 함께 천변저류지나 친환경적 하천복원을 통해 치수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역전체가 수자원의 혜택과 위해를 분담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현명한 ‘치수정책’은 물이라는 공공재의 소유권자인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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