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하수와 토양을 바늘과 실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고는 지하수 오염을 막을 수 없고, 지하수가 오염되어 있는 한 토양오염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양오염과 지하수오염 문제는 함께 다루어져 합니다.”올해부터 2년간 (사)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를 이끌 수장으로 성익환(56) 박사가 추대되었다. 학회의 창립과 함께 한 그는 학회가 통합·창립된 ’00년부터 학회를 위해 뛰어온 원년멤버다.‘물 박사’라는 성박사의 별칭은 지난 행적을 더듬어 보면 이해가 된다. 국내 지하수 관련 전문가가 전무했던 때 과감히 첫발을 내딛어 지하수 석사 1호, 지하수 외국 박사 1호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충남대 지질학과 겸임교수를 비롯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단 단장,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니며 소신껏 자기주장을 펼쳐왔다. 1994년 먹는샘물관리법의 제정 당시 허가제 도입도 그의 주장으로 완성됐다. 물 사랑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 1기부터 부회장을 역임해 꾸준히 활동하였으며 각종 학술발표회 및 지하수 모델링 교육과 토양·지하수 환경 교육을 실시하며 리더쉽을 발휘해 왔다.
성박사를 필두로 올해 4기를 맞이한 본 학회는 조사와 연구, 평가, 정책개발, 학술활동 등 지하수·토양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작년엔 학회지 발간으로 36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각종 공익교육활동으로 도움을 받은 관련 전문가만도 100명이 넘는다. 위원회별 활동도 눈에 띄는 한해였다. 학술위원회(이재영 간사)는 토양·지하수 분야를 한국공학교육인증기준 환경공학 분야에 반영했고, 홍보위원회는 전국 ‘마을상수용·공공용 지하수 수질개선을 위한 합동세미나 및 기술전시회’를 개최하였다.
본 학회는 1994년 3월 25일 설립된 (사)대한지하수환경학회와 1996년 3월 14일 설립된 (사)한국토양환경학회의 통합으로 탄생되었다. ’00년 5월 26일, 학회통합이라는 쉽지 않은 혁신을 단행한 이유는 토양오염과 토양층을 흐르는 지하수 오염이 별개가 아닌 까닭에서다. 학문의 선을 뛰어넘는 학자정신이 한 차원 높은 학문의 도약을 이끌어낸 것이다.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의논하는 데까지 적잖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했을 터. 2년마다 선출하는 학회장을 토양과 지하수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번 씩 돌아가며 맡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한 사람은 다 안다는 ‘물 박사’. 학회에 들러 우연히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초행길에 들어선 그의 학회 운영과 토양, 지하수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토양, 복원에 앞서 검진
미군기지 철거와 관련해 토양오염복원사업이 곧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양오염복원은 포화상태에 있는 다른 환경사업에 비해 신산업 및 창의적 부가가치 창출이 무궁한 환경산업이다. 정부도 토양오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환경부는 규제항목 및 규제대상시설을 확대하고 토양환경평가를 의무화하는 하는 등 토양오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폐쇄적이던 국방부 철문도 열리기 시작했다. 박사는 “환경부가 토양오염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토양오염 조사 및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바 없다”며 “복원사업 또한 외국 것에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토양오염복원기술은 미국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과 달리 토양면적이 적은 우리나라는 워낙 미국과 다른 조건이 많으므로 무조건 해외 공법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지리적 요건이 다른 외국의 것을 모방하기보다 우리나라 토양에 맞는 공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성박사의 설명이다. 또한, 그간 촉진만 되어왔던 토양문제는 토양에 대한 정밀검사가 우선되어야 하고 생태계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함게 했다.
남아도는 지하수, 미네랄워터
마을 간이상수도는 수도법에 의거 환경부와 건교부 장관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땅속에 있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번 파묻히면 그만이었다. 그 피해는 190개의 지자체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는 것이 성 박사의 설명이다. “520만 명의 농어촌 시민도 우리 국민입니다. 마을 간이상수도가 자식이라 생각해 봅시다. 123만개의 자식은 호적에 등재만 시켜놨지 옷 갈아입히거나 목욕시킨 적이 없습니다. 특히 교육 한번 시킨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그의 주장으로 재작년 말까지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지하수 예산을 1조 5천억 원이나 확보할 수 있었다. 대통령 주재 청와대 회의에서 끈덕지게 설득한 결과다. 당시 그의 말을 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눈물이 날 것 같다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한국은 물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관리가 부실한 나라
현재 우리나라는 충분한 지하수가 생산되는 나라다. 과거 물이 부족한 나라가 된 것은 단지 미국의 사설연구소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결과였으며, 이도 인구성장을 고려한 ‘경고등(warning light)’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으로 수자원 시설에 4조원이 과잉 투자되었고 정작 수돗물은 음용수로서 불신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작년 뒤늦게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작년 ‘물 부족 국가’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 정수장 평균 가동률은 광역상수도(건교부)가 45%, 지방 상수도(환경부)가 55%로 물이 남아돌고 있지만 수돗물 음용률(飮用率)은 2% 수준에 지나지 않아 두 가정 중 한 곳이 비싼 정수기를 구입해 달거나, ‘먹는 샘물’을 사 먹는다. “물 양이 많으면 뭐 합니까. 화장실 가는 물과 부엌으로 가는 물이 똑같은데… 마시는 물은 마시는 물로서의 가치가 되어야 하고 사용용도에 따라 차등이 이뤄져 공급되어야합니다.” 것이 성박사가 말하는 중수도 개념이다. 그는 대한민국 중수도 개념은 쓴물을 다시 처리해 쓴다는 것인데 고도정수처리 된 물이 화장실로 가는 와중에 누가 재처리된 물을 다시 쓰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작 고도정수처리 된 그 물이 부엌으로 왔을 땐 “스톱”하고 정수기를 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일이 이중으로 돈을 들여 죽은 물을 또 죽여 먹는 어리석은 호사라고 표현했다. 성박사는 이것이 “인간의 생태적인 습성상 마셔야 하는 네츄럴 미네랄워터를 지하수라고 허드렛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음용할 수 있는 풍부한 지하수자원이 있음에도 말이다. 퍼블릭 워터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해줘야 하는 의무고, 마시는 물은 국민들이 선택하는 선택음료이지만 수돗물 우선정책으로 인해 죄다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다 양질의 청정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수를 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마시는 물의 70~100%를 지하수에 의존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목욕, 세탁, 화장실 등의 생활용 수돗물과 먹는 물의 공급라인을 별도로 구분하여 최대한 국민들의 건강을 고려한 수돗물 공급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양질의 음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마시는 물은 선택음료이지 수돗물이어야 될 필연성은 아닌 것이다. 퍼블릭 워터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해줘야 하는 의무고, 마시는 물은 국민들이 선택해야 된다는 것. 박사는 수질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국민이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가 양질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고, 그 첫 번째는 동네우물부터 살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이 매일 마음 놓고 마셔야 하는 2ℓ의 물만은 양질의 지하수로 공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국내 지하수 총 이용량 37억t 중 약 2억t(전 국민 1인당 10ℓ씩의 공급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국 지하수 총123만개 공 중 공공용 암반 지하수 5만개 공만은 국가로부터 시설 개선 후 상시 관리되는 ‘중수도 제도’가 정착해야 합니다.”지하수를 먹는다는 성박사의 연구단지 대덕에는 동네마다 마을 지하수가 있다. 완벽하게 오염방지시설을 갖추고 있는 그곳에서 원수 100%를 떠다 먹는다. 2ℓ짜리 10통이면 음용수로 3일은 족하다. 네츄럴 미네랄워터를 마시는 그는 ‘국민을 위함’을 강조하는 것만은 외골수였다. 학회장이란 경직된 자리에서 있으면서도 권위주위에 갇힌 인물이 아닌 성실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구수한 사투리와 수더분한 모습이 더욱 진실해 보였다. 물 박사 성익환. 국민의 입장에서 조심스레 공직 의사를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누구든 감투를 쓰고, 조직의 옷을 입는 순간 그 조직을 위해 이야기해야 됩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단지 본연의 자리에서 옳은 방안을 제시할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의 일은 마을 우물을 살리는 것입니다.” 성박사는 “앞으로 학회 운영에 신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며 “투명성을 보장하고 모든 예산이 온전히 지하수와 토양의 환경개선과 연구에 쓰일 수 있도록 학회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학술적으로 더욱 내실 있고 발전하는 학회, 산·학·연·관·민이 함께하여 우리나라의 지하수·토양자원의 효율적 개발·이용과 적절한 보전관리를 위해 기여하는 학회, 사회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하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성박사가 해온 학회 운영과 정책제안, 사회공익활동 등 학자로서의 위치에서 국민을 위할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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