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수도법 개정안’ 제출 페트병 수돗물 논란가열

‘민영화다’ 주장에 ‘취지 왜곡말라’ 반격
54 | eco@ecomedia.co.kr | 입력 2008-12-09 08: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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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환경부가 수도법 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번 수도법 개정안의 주요 근거로 ‘지자체의 요구가 있다는 것’과 ‘수돗물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해 음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수돗물을 이용한 영리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하지만 이 수도법 개정안이 확정된다면 페트병과 같은 용기에 든 수돗물의 판매가 부분적으로 가능해진다.

시민단체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즉각 반발

수도법 개정안 제출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1월 25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물사유화 저지 공동행동’, ‘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병입 수돗물 판매가 물 민영화의 사전조치이며, 병입 수돗물이 일반 수돗물보다 238배가 비싸 지자체가 이윤추구에 매달려 수돗물 양극화로 갈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병입 판매 되는 수돗물은 일반 수돗물이 아니라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치고 특수 화학약품처리된 수돗물, 즉 일반수돗물과는 생산공정 자체가 다른 특별한 수돗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개정안이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과 8월 상수도 지분 전체를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물산업지원법안’과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법안’ 등을 입법예고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한 일련의 과정으로 볼 때 충분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입법예고된 수도법 개정안은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또 다른 하나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자체와 한국수자원공사만이 수돗물을 병입 판매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현행 법 상에서 민간기업이 수돗물 판매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수돗물 판매는 이미 수도법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13개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상수도관리운영에 대한 민간위탁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정책에서 ‘결국 모든 부담은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병입 수돗물은 일반 수돗물 보다 생산원가는 약 82배, 판매가격은 약 238배가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병입 수돗물을 일반 수돗물처럼 모든 시민에게 공급할 수는 없고 오히려 수돗물 판매자만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물은 상품이 아니라 인권이다. 전세계적으로도 물 민영화는 정책적 실패임이 들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가 상수도 민영화의 예로 자주 드는 상수도 민영화의 본 고장 프랑스 파리는 내년부터 민영화된 상수도를 다시 재시영화하기로 결정하였다.”며 재국유화와 공공성 강화 정책이 세계적 대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진보신당은 25일 페트병 수돗물 판매는 타당성 없다는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페트병 아리수 제작의 배경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을 없애기 위한 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지만, 최근 페트병 아리수의 상품화로 정책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변화의 배경에는 최근 국회에 상정된 ‘수도법 개정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수도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돗물 병입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보고서는 이번 수도법의 개정안이 지자체와 한국수자원공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미 시행중인 수도사업에 대한 민간위탁 규정을 통해 민간기업이 수돗물 페트병 판매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그간 공공재로서 수돗물 중심의 핵심이 노후 관로 개선 등 세대별 수돗물의 수질 향상이었던 것에서, 다양한 판로개척 등 비 중심적인 부분이 수돗물 정책의 핵심 영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질 것 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페트병 수돗물과 일반 수돗물이 같은 물을 사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병입 수돗물의 경우, 일반 수돗물에 다른 생산 공정을 거친다며 이는 엄연히 다른 생산 공정을 거친 다른 물을 페트병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산단가도 일반 수돗물에 비해 병입 수돗물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통상 1000리터를 1톤으로 계산할 때, 페트병 아리수를 1톤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57만8천원으로 이는 톤당 600원 정도의 일반 수돗물과 비교했을 때 960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수치가 페트병 아리수 생산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어느 정도 생산 단가가 하락됨으로써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초과생산에 따른 비용 상승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 “기자회견 수도법 개정 취지 왜곡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기자회견 내용은 수도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으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병입 수돗물이 고도정수처리과정을 거치기에 결과적으로 고급 수돗물과 관망을 통해 공급되는 일반 수돗물 두 개의 수돗물 정책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개정안에서 병입 수돗물을 추가처리 없이 정수장 수돗물과 동일한 생산공정을 거쳐야만 판매 가능’하다는 규정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무상 공급되는 대부분의 병입 수돗물은 염소제거를 위한 활성탄 추가처리를 하고 있어 병입 수돗물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마다 정수장에 고도처리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아리수는 시장에 판매할 수 없다. 부산시, 대구시는 정수장에 고도처리시설을 갖춘 반면 서울시 산하 6개 정수장은 현재 고도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수처리의 고도화를 통해 판매용과 일반 공급용의 수돗물을 동일화하기에 오히려 수돗물의 품질향상과 신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수도사업 수탁을 통해 민간사업이 지자체와의 계약을 통해 수돗물 병입 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자체와 수자원공사만이 가능하게 규정하므로 수도사업 운영의 위탁과 병입 수돗물 판매사업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병입 수돗물이 일반 수돗물보다 비싸 수돗물 판매자가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이에 따라 서민의 비용부담이 증가한다’는 주장에는 ‘국민들이 수도꼭지의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좋고,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은 수돗물 음용기회를 높여 그동안의 불신을 해소할 뿐 아니라 야외 활동시 편리 제공, 재해시 비상급수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즉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의 취지는 수돗물 음용기회 확대를 통한 수돗물 신뢰회복과 수돗물 안정성의 홍보라는 것이다.

앞서 시민단체가 주장했듯 이번 법안이 제출되기 이전, 이명박정부가 시작되면서부터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가중됐었다. 환경부는 물산업 육성계획과 물산업지원법을 통해 물 산업과 기업을 키워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해 수돗물 민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나왔고 대통령의 ‘수돗물 민영화는 없다’는 한마디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수도법 개정안의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안을 두고 다시금 물 민영화와 이에 따른 양극화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 말고도 또 하나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환경오염 문제이다.
서울시의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허준혁 의원(한나라당, 서초3)은 11월 18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페트병수돗물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페트병 제조의 1차 원료는 석유이고 페트병수돗물을 포장?수송하는 과정에서 기존 급수관을 이용하면 전혀 불필요한 에너지들이 소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에너지 소비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제출 자료에서 2007년 아리수 페트병의 총 생산량은 321만 880병(72,586㎏)이었고 재활용률은 69%였다. 재활용이 안 된 나머지 31%의 페트병을 새로이 생산할 때, 45,678㎏의 CO2가 배출된다.

또 재활용이 안 되는 페트병을 폐기할 때 7,650㎏, 페트병 운반시 9,384㎏의 CO2가 배출돼 1년에 페트병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62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지난해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페트병 수돗물을 퇴출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허준혁 의원은 18일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수돗물의 봉이 김선달식 민영화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서울시의 저탄소 성장 정책까지 무시해가면서 페트병수돗물 판매 허용 방침을 밀어붙이는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가” 따져 물으면서, “서울시의 수돗물 정책은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그린 수돗물’ 정책에 초점을 맞춰 나가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페트병 수돗물 판매가 저탄소 녹색성장에 반하는 정책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환경부측은 수도꼭지 수돗물과 비교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지만, 병입 수돗물은 수도꼭지 수돗물의 대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먹는 샘물과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다고 보기 어렵고,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전반적인 용기 소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병입 수돗물의 경제적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이를 관용 수돗물이 아니라 먹는샘물과 가격을 비교해야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참고자료 : 서울시의회 보도자료, 기자회견 자료, 진보신당 정책보고서, 환경부 보도자료 및 홈페이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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