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입(甁入)판매 수돗물정책과 상수관로(管路)의 유지관리

70 | eco@ecomedia.co.kr | 입력 2008-12-29 14: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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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활을 할 때 있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단정하게 입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또한, 건강한 삶을 위하여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고 청소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상수도의 문제에 있어서도 상수 원수수질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정수장에 고도처리설비를 도입하고, 노후관을 교체(서울시의 경우 20년에 걸쳐 96%의 관로를 교체하였다고 한다)하여 문제를 해결하였으면 그 다음 단계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이나 집안을 수시로 청소하는 것처럼, 상수관로 유지관리를 잘하는 것이 이미 투입한 정수장 개량비용과 관로교체비용을 효율화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20년 동안 관로 세척을 한 번도 안하고 사용하면서 상수관로를 통과하는 수돗물이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상수도관망의 현주소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상수관로 유지관리 가이드라인(Safe Piped Water - Managing Microbial Water Quality in Piped Distribution Systems)에서도 주기적인 관로세척(Flushing, Air scouring, Swabbing)을 통하여 상수관의 수질을 보전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듯이 우리도 지난 2005년 12월에 점검구를 통하여 관로를 점검하고 관로를 주기적으로 세척하도록 의무화한 수도법을 개정하게 된 것은 수돗물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제도적인 기초는 갖추어졌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법규를 얼마나 충실하게 계획하고, 얼마나 실천에 옮기는 일을 추진해 왔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수용가에서 느끼는 수돗물의 수질을 높일까하는 문제는 정책집행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도 전인 수도법개정 후 만3년도 안되어 2008년 12월 11일 수돗물을 페트병에 넣어 판매하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국회와 정부에서도 수많은 찬반토론과 다양한 각도에서의 논의가 있었겠지만 병입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수도법개정안을 통과시킨 정부의 수도법개정의 이유로 “지자체의 요구가 있다”는 것과 “수돗물에 대한 인식제고를 통해 음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수도법개정에 대한 정부의 두 가지 이유가 공공재로써의 수돗물을 이윤추구의 대상인 생수시장에 내어놓을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었나 생각을 해보면 개운치가 않다. 주민의 세금을 가지고 살림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중요한 의무중 하나인 상수관망을 통한 공공써비스를 포기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이유로 첫째, 지자체에서 병입판매의 요구를 하였다는 말은 지자체의 열악한 수돗물 관련 재정 상황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말인데 정부가 지방 상수도 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수돗물 이송관로를 통하지 않은 정수장 물을 직접 플라스틱병에 담아 시장에서 유통 시킨다는 제도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현제 정부가 예상하는 병입 수돗물은 일반 수돗물보다 생산원가는 약82배, 판매가격은 약238배가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병입 판매하는 수돗물은 생산원가 뿐만 아니라 유통마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때문에 결국 일반상수도 요금까지 영향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수돗물을 수도꼭지에서 받아 바로 마시는 음용율은 거의 바닥수준인 것이 현실 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용율을 높이려고 한다면 수돗물관련에서 조금이라도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해법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수장에서 생산하는 상수는 수질에 있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병입판매를 하면 그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판되는 생수보다 더 나은 수질의 물을 생산하여 수용가로 보내더라도 이송도중 상수관로상의 오염에 의하여 수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어 현제와 같은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용가에서의 수질문제로 인한 음용율 저하는 정수장 설비를 고도처리설비로 교체하고, 노후 상수관로를 교체하면 가능하다고 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완전한 해결에는 미치지 못하였고, 이제 남은 것은 이송도중 발생하는 오염문제를 해결된다면 되는 것이다. 상수관로에서 이송도중 발생하는 수돗물 오염의 원인을 보면 상수관로의 내부에 끼이는 물때와 부식부산물이다. 즉, 관로내부의 물때와 이물질을 정기적으로 제거하여만 준다면 정수장에서의 깨끗한 수돗물이 이송도중 오염이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말에 관 내부를 점검하고 세척하여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법을 고친 것은 잘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처럼 방향을 제대로 잡아 나아가다가 갑자기 주기적인 상수관 세척은 법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병입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정책적인 모순과 국민들에게 이런 혼란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지자체와 한국수자원공사만을 대상으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상수도를 민간에 위탁이 가능한 현행법규로 인하여 민간 기업이 병입 수돗물 생산하고 판매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생수시장에 수돗물을 병입 판매 함 으로서 시민들은 일반 생수와 수돗물의 수질을 비교하게 되여 결국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는 논리인데,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을 받아 마시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가의 수도꼭지에서 받아 마시는 수돗물의 체감 수질이 문제인 것이지, 정수장에서의 생산하는 수돗물의 수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수용가의 수돗물에 대한 인식변화에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공공써비스인 상수도에 있어 국민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수질이 좋아져야 비로소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민간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민간 기업에게 맡기기 어려운 공공성이 강한 일을 하기위해 국민이 세금을 내며, 그 돈으로 일을 하는 정부가 있고, 정부투자기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어려운 일, 생색 안 나는 일은 하지 않고, 민간 기업처럼 국민의 생존권을 볼모로 이윤추구의 장으로 나서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산과 들, 강과 바다의 환경오염과 재활용문재로 심각한 플라스틱용기에 수돗물을 담아 파는 생수시장에 서 시민은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되고 기업은 이윤만을 챙기게 되는 환경적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공공써비스 부문에 있어 땅속에 가려 생색 안 나고 힘든 상수도관의 유지관리는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금보다 238배가 비싼 수돗물을 생산해 파는 수익금으로 상수도 관거를 유지관리 하는데 쓰인다고 한데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시민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역할분담과 환경적 순환을 좀 더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있었으면 하는 미련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생수를 판매하거나 정수기를 만들어 파는 민간기업과 경쟁하여 지자체에서 생산하는 수돗물이 더 나은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을 각 가정수도꼭지의 신뢰회복과 안정성을 위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심 재 곤
전 환경부 기획관리실장, 환경자원공사 사장
국립공주대학교 사범대 환경교육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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