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강형신)는 작년 11월 17일 고속도로 차량 매연 및 제설제로 인한 과수피해 배상과 관련, 피해사실을 최초로 인정해 한국도로공사에 9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 사건은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서 모 씨가 인접한 영동고속도로의 차량 매연과 동절기 제설제 사용으로 인해 과수의 고사, 수량감소, 미 결실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억 5,000만 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한 것에서 비롯됐다.
환경분쟁조정위는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영동고속도로 변을 따라 약 6m 정도 떨어진 도로지반보다 완경사지에 위치한 서 씨의 과수원의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중 (고속도로 지반보다 높은 곳에 있는) 도로변 1-2줄의 과수가 생장과 과실의 결실이 그 밖의 과수보다 확연히 부진한 것을 확인했다.
지난 2010년 1-3월은 예년에 비해 폭설이 잦았고 다른 해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양의 염화칼슘이 사용됐다.
그로 인해 영동고속도로 주변 서 씨의 피해과목은 차량통행 시 노면으로부터 날아온 염화칼슘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 도로보다 다소 높은 지역의 도로변 과수나무 1-2줄에 과다하게 부착됨으로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쟁조정위가 판정한 것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실제 사과나무 3그루와 복숭아나무 1그루가 고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도로변에 위치한 사과나무 42그루와 복숭아나무 41그루의 가지가 일부 고사77하거나 생육이 부진하고 과실의 수량이 도로로부터 먼 쪽에 비해 확연히 차이 나는 것도 확인됐다.
또한 제설제에 함유된 염화물은 대기에서 분진의 형태로 식물에 직접 접촉함으로 잎이 말라 떨어지거나 작은 가지가 말라 죽게 되고 심한 경우 전체 식물체가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조사결과를 토대로 위원회는 고속도로의 차량 매연과 제설제가 신청인 과수원의 고사, 수확량 감소 등의 피해에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경기 이천지역의 기상여건에 의한 영향 등을 감안하여 매연 및 제설제의 피해 기여율은 5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해 도로공사에 900만원의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염화물계 제설제, 토양오염, 도로 시설물 부식 원인
작년 12월 초순 영동지역에 내린 폭설로 여러 피해와 함께 이 지역을 왕래하는 차량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 상반기는 늦어도 4월까지 영동지역 등 일부지역은 폭설피해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인한 각종 피해의 우려와 함께, 이로 인한 제설제의 사용이 잦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폭설 시에도 잦은 폭설로 인해 일부 지역에는 제설제가 바닥이 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 겨울 제설작업에 동원된 연인원은 2009년 대비 38%가 증가한 7만 8,729명이 투입됐으며, 장비는 2009년 겨울에 비해 70%가 증가한 9만 5,362대가, 염화칼슘은 4만 5,000톤, 소금은 18만 톤, 모래는 4만 7,000톤이 사용됐다.
이처럼 겨울철 폭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많은 해악을 끼치지만, 제설 과정에서 필수적 용품인 제설제는 또 우리에게 많은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활용되는 것이 염화칼슘(CaCl₂)이다. 칼슘과 염소로 이뤄진 흰 빛깔의 결정 구조를 지닌 이 화학물질로 주로 제빙할 때의 냉각 매제로도 쓰인다.
그런데 염화칼슘 같은 염화물계의 제설제는 도로 시설물과 차량을 부식시키거나, 토양 등을 산성화시킨다.
특히 철근 부식으로 인한 피해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피해와, 콘크리트 포장의 표면박리 파손 유발도 불러온다. 결국 보도와 차도 사이의 경계블록과 고가도로 방호벽을 마모시켜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성수대교 붕괴도 제설제 때문?
지난 2005년 6월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 참사의 원인도 제설제인 염화칼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신영수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2008년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 붕괴된 성수대교에는 매년 겨울 제설작업을 위해 약 8톤 가량의 염화칼슘이 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반도로보다 약 2배정도 많은 양에 해당된다. 한 마디로 염화칼슘이 한강의 다리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여러 환경전문가들은 바닥에 남아있는 제설제가 햇빛에 녹고 증발이 되면 대기 중에 섞여 도로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호흡기에도 영향을 준다고 우려한다.
즉 분말로 돼 있는 염화칼슘 자체가 비산하면서 기관지를 자극하거나 기관지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게 하는데 그 피해는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염화칼슘은 눈이 다 녹은 뒤에도 곤죽상태로 남아 도로를 질척거리게 만들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사람들의 보행불편을 초래하게 만든다.
특히 질척거리는 이러한 잔해물들이 고속도로 상에서는 차량이 지날 때 차량 앞으로 튀어 오르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운전자의 시야를 막기도 해 위험상황에 빠뜨릴 때도 있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한 사례에서처럼 농작물의 작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염화칼슘을 사용할 때는 모래나 소금을 섞어 살포한다. 삽시간에 폭설이 내리는 강원도 등 취약지역은 모래를, 강설 빈도가 낮은 경남 등 일부 남쪽 지역은 소금을 섞어 뿌린다.
이 경우 살포된 모래가 갓길과 중앙분리대에 쌓여 배수로를 막는 경우가 많았다. 이외에도 눈이 녹은 뒤 이를 반드시 치워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
친환경제설제의 종류-초산칼륨 함유 제품
친환경제설제란 가로수, 화단, 잔디에 뿌려도 식물이 죽지 않고 땅속에 있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며 식물의 거름으로 변하는 환경친화적인 특성을 지닌 제품을 일컫는다.
현재 이러한 친환경제설제에는 염화마그네슘 헥사하이드레이트(Magnesium Chloride Hexahydrate)를 곡물에서 추출한 특수물질을 결합한 신소재 제품이 있다. 천연소금도 친환경제설제로 분류된다.
염화물과 나트륨으로 구성된 천연소금은 입방정계 결정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순도에 따라 무색, 투명, 반투명 등의 색으로 구분된다.
초산칼륨 친환경 제설제는 기존의 ‘염화칼슘 제설제’보다 가격 면에서 9배 가량 비싸지만 녹색성장과 친환경 도시 조성에 걸맞아 지난 2010년 초부터 대전시가 친환경 제설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분해가 용이한 아세트산칼륨, 아세트산나트륨, 아세트산칼슘 등과 같은 아세트산염을 주원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제설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S기업체에서 개발한 친환경 제설제 ‘하이눈’이 대표적이다. 이 제설제는 아세트산염을 주원료로 해서 비료의 3요소인 질소 인 칼륨을 적절히 조합해 만들었다.
이 제품은 도로 및 시설물이나 식물, 환경 등에 영향을 적게 끼치는 친환경 제품인데다 원가도 크게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눈’은 액상제설제로 올 1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생태계독성 및 부식발생 저감 등을 인정받아 친환경인증(EL610)을 받았다.
또 조달청 나라장터에 친환경 제설제로도 등록돼 있다. 이 회사는 또 친환경 고상(固狀)제설제인 ‘SM-100과 SM-200,SM-300’을 지난 수년간의 연구로 개발을 끝냄에 따라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한 마무리 단계에 있다.
또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클린사업장,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인증도 받고 있다.
간편한 사용, 장기간 보관 용이-액상 제설제
기존의 제설제 단점을 보완한 액상 제설제도 있다. 지난 2005년에 설립된 친환경 액상 제설제 전문제조기업인 (주)즐거운미래(대표이사 유승구)는 자연재해 저감 신기술로 친환경인증마크를 획득한 액상 제설제를 개발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한 액상 제설제는 어류 및 미생물 시험, 인체독성 시험과 생분해도에 통과하는 등 여러 검사를 거쳐 입증된 친환경성을 자랑한다.
또한 저부식성 제품으로 염화칼슘, 소금의 문제점인 자동차, 콘크리트, 교량 등 도로시설물의 부식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 역시 소금, 염화칼슘, 액상 제설제를 사용한 철 부식 시험(3주)을 통해 입증했다.
기존의 제설제들은 날씨 등 경우에 따라 재 결빙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 회사의 친환경 액상 제설제는 영하 20℃에서도 슬러시 상태를 유지해 재 결빙에 의한 추가 교통사고 방지에 효과가 있다.
아울러 일반적인 제설제인 모래나 염화칼슘 등 고체형태의 제설제와 달리 액상이라는 특성 덕분에 장기간(3년 이상) 보관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자랑한다.
거기에다 고체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고, 준비시간을 단축시켜 작업 인원 및 유지관리비를 절감해주는 등 경제성 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즐거운미래는 유·무기 복합물로 개발한 친환경 액상 제설제 ‘JF-88 및 99’의 판로를 국외로 돌려 최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원격 제설할 수 있는 시스템(IES)도 개발했는데, 이는 예기치 못한 강설에도 제설담당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즉각 제설할 수 있어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액상 제설제는 옷감이나 화장품에도 사용되는 고분자 물질인 아세테이트 계열의 화합물과 키토산을 주성분으로 생산된 친환경 제품도 있다.
카리스테크(대표이사 이형근)와 유진기업이 공동으로 생산한 ‘스노우멜트 DIC’라는 이 제설제는 수질오염공정시험법에 의한 물고기, 물벼룩의 생태독성시험도 통과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의 환경마크인증도 받았다.
특히 ‘스노우멜트 DIC’는 성능면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바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환경마크기준에 의해 시험한 결과 어는 점이 섭씨 영하 65℃ 이하로 널리 사용되는 염화칼슘계 제설제(영하 30~영하 45℃)에 비해 매우 낮고 얼음을 녹이는 능력은 2배 가까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염소계열 화합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건자재 부식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가로 인해 제설현장에서 외면 받아
국도를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도로운영과에 따르면 올 겨울 제설제 사용과 관련 작년 연말 친환경 제설제 비용으로 1,900톤에 해당되는 비용 8억 5,5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18개 국도관리사무소에 내려 보냈다.
수도권 관할은 200톤, 지방 관할은 각각 100톤씩 구매하도록 한 차원에서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도로 현장이나 지자체 등에서는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2년부터 친환경 제설제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방관련청 등에 지침을 내고 예산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친환경제설제의 사용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친환경제설제의 속효성과 지속성 등 기능성 측면에서 기존 제설제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에 친환경제설제에 대한 효율성 면에서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고가(高價)라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친환경 제설제를 외면하고 줄기차게 염화칼슘만 뿌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각 지자체와 공 기관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기에 올해도 예년처럼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강원도와 대전시 등 일부 지자체가 가로수 등이 많은 곳에는 친환경 제설제를 우선 사용하고 있는 곳도 없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적 측면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도로운영과 관계자에 따르면 소금은 ㎏당 100-110원, 염화칼슘은 220원이지만, 친환경제설제는 450원이다. 때문에 일부 국도사무소에서는 무조건 친환경 제설제를 구매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수원 보호구역 등 일부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친환경 제설제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능성이나 비싼 가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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