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원자력발전소 정답은 있나

정작 준비 안된 해체 계획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2-05-02 16: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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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원전 1호기에서 전원이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이를 한 달이 넘도록 은폐한 사실이 밝혀져 원전폐쇄 찬반논쟁에 불을 지폈다.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관계기관 및 관계자들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많은 시민단체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 즉 탈핵만이 정답일까. 과연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이 있긴 한건지 알아본다.

도마 위에 오른 고리원전 1호기

고리원전 사고은폐 사건과 관련하여 지난 4월 19일 한국수력원자력(주) 김종신 사장이 사의를 표한 데 이어 관련된 주요 관계자들이 보직해임 조치됐다.

한편 원자력발전소폐쇄에 대한 여론이 점증하면서 사실상 그동안은 외면하기 바빴던 정부에서도 한층 누그러진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반대하는 대표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21일 남산 팔각정에서 지구의 날을 맞아 ‘해바라기 서울, 원전없는 지구’ 행사를 개최했다.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자력발전소 하나 줄이기 서울시민 워크숍’에 참석해 “수도 입장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해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의 소비를 억제하는 시책이 필요하다”면서 “원자력발전소 1기분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또 고리원전 1호기의 폐쇄에 대해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당이 동의를 하는 등 곳곳에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개의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원전 21기가 가동 중이다.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는 2007년을 끝으로 30년의 설계 수명이 끝났으나 이내 연장돼 올해까지 5년째 가동 중이다.

경제성 뒤에 숨은 안전성 문제 수면 위로

원자력발전소는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된 데 이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원자력에너지는 석유·석탄을 대체할 주력 에너지원으로서 탄소배출이 비교적 적다는 이유로 환경문제에도 부합하는 자원이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비중은 <표1>과 같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거래비율은 약 29%로 유연탄 다음으로 많은 거래량을 차지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2%에 불과하다. 그래서 원자력을 찬성하는 쪽은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원자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과연 대체할 에너지가 있냐고 묻는다.

가장 좋은 대안은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경제성도 생각하고, 환경도 생각하는 1석 2조의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분야를 볼 때 이는 굉장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 21기를 운영하는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원자력발전소 시장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또한 해외 신규원자력발전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수출사업을 꾸준히 전개할 예정이다.

완벽한 안전대책도 자연재해 앞에선 무용지물

그럼에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는 피할 수 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이번에 일어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고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올해만 해도 6번의 사고 및 고장이 접수됐다. 올해 1월에는 월성 1호기 자동정지, 2월에는 신월성 1호기 자동정지, 그리고 사건의 중심인 고리 1호기에서 일어난 교류전원 완전상실이 있었다. 3월에는 신고리 2호기에서 총 2번의 가동정지가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우리나라 원자로의 경우 긴급 정지해야 할 때 제어봉을 단시간에 삽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사고 같은 경우가 발생할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일본 역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안전을 우리나라 못지않게 대비하고 계획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사고가 났고 그 후 부작용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작용해서 지금까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안전에 대한 대비책이 완벽하다고 해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나 미처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는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은 피해범위가 단지 한 개인의 문제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넓다는 데 있다. 사람이 운영하다보니 실수가 생길 수도 있으며 기계 역시 고장의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50여국 정상들과 국제사회가 당면한 핵안보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으로 모든 일정을 이끌었던 만큼 정부가 먼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점차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선진국의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지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은 만큼 정부의 입장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한 국내 굴지의 원자력발전 회사, 연구원 등 원자력발전 관계자들은 이를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여러 가지 맞물린 상황에 곤란한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피하기보다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리는 것도 관계자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원자력발전 관계자의 의견은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간의 소통이다.

결국엔 모두가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정 필요

원자력발전소 없는 사회, 탈핵 등을 외치면 사람들은 흔히 “대안은 어디있냐”고 묻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당장 내일부터 가동하고 있는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중단하고 폐쇄하라”며 극단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시민단체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지금보다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워져 있으며 이제는 이러한 계획을 수정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현재 가장 고심해야 할 문제는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11%까지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지만, 이 역시 풍력, 태양광의 비중은 매우 작다.

물론 우리나라의 여건상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기에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가 불과 30~40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수출까지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은 정부의 지대한 지원과 기업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술을 통해 발전시키면 분명 성과가 나타나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는 탄소배출량 30% 저감 현실은 원전 확대현재

원자력발전소를 확대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대표적으로 프랑스, 미국, 한국이다. 위 나라의 공통점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5월 5일이면 원전가동 제로상태가 된다.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이 크지 않은 독일의 경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적게 사용하고 사용할 만큼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정부에서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 감축시키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원자력발전소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모순이 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원자력발전소 한 곳을 새로 설치하는 것이 편하고 당장의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원자력발전소의 ‘숨은 비용’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배출되는폐기물의 처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은 폐쇄 비용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추산한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비용은 약 9,860억 원이며 실제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비용은 비용적인 면을 떠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기전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운영하게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해체계획서를 갱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체계획서조차 없이 원전이 운영 중이다. IAEA에서 작년에 이미 첫 번째 권고사항으로 해체계획서 작성과 갱신을 지적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지난해 말까지 원자력발전소 사후처리복구 비용으로 5조 612억 원을 충당부채 형태로 적립하고 있으나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자산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정부와의 논의를 제안하고 대화를 시도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이를 놓고 정부의 계획에 반(反)하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거나 불안을 조성한다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다.

안재훈
시민단체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핵에너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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