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매년 6월 하순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7월 중·하순까지 본격 장마가 끝나면 9월 중순까지 태풍이 우리나라를 거쳐 가면서 재산과 인명피해를 가져오곤 한다.
이 같은 기상재해는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그 강도와 빈도가 더해가는 경향이어서 이에 대한 대비가 더욱 절실하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는 1912년 이래 연평균 기온이 3번째로 높은 해로 기록됐다. 그 해 여름 장마는 집중호우를 동반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해 마지막 날엔 한파·대설·건조·강풍·풍랑주의보가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내려지기도 했다.
기상재해는 다양화·대형화 대비책은 초보수준
이렇게 매년 기상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늘 우리에게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당국의 허술한 대비로 인한 여론의 질타를 맞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이라면 재해를 피할 수 있는 완벽한 대비란 사실 이론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대비조치를 취한다면 매년 되풀이되는 기상재해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해대책은 태풍, 홍수와 같은 강수로 인한 기상재해 분야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덮치는 기상재해는 갈수록 더 다양화·대형화하고 있는 데 반해,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기상재해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기상전문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기상재해와 관련 국내 강수량의 역대 기록들을 살펴보면 지난 1950년대 8번에 불과했던 50㎜ 이상 강수횟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11번이나 기록했다.
특히 작년 도심지역 주민들의 추석연휴를 암울하게 만들었던 102년만의 기록적 가을폭우는 작년 한 해만의 기상재해로만 그친다고는 할 수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는 침수뿐 아니라 홍수, 가뭄, 상수원 오염 등의 각종 재해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소방방재청의 작년 주요정책 자체 평가 결과를 보면 재난취약가구 안전점검 서비스 강화 부문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가 매겨졌으나, 특정관리대상 시설 관리 시스템 개선과 재난취약 시기별 안전관리 대책 강화 부문에서는 ‘미흡’과 ‘다소 미흡’의 평가가 나왔다.
물론 소방방재청의 이러한 평가는 소방 재해 등 여러 안전 분야가 포함된 것이어서 단순히 기상재해에만 적용하기에 무리수라고 할 수 있겠으나, 기상재해에 대한 우리나라의 안전대책도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판단은 아닌 듯하다.
오수처리 위주 발전 하수정책 홍수에 취약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기상재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는 물관리 즉 빗물처리에 대한 관리만 잘해도 재해를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의 하수에 관한 정책은 오수(汚水) 처리 위주로 발전해왔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우수(雨水)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화강암, 편마암 등 암석류가 국토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토량의 피복심도가 얇은 데다 성장에 따른 도시개발에 치중하면서 물이 빠져나갈 구멍은 적고 아스팔트로 덮인 길만 가득해졌다.
그 결과 침수에 대한 취약성을 안게 됐고 작년 7월의 집중호우로 인한 서초구 우면산 사태나 광화문 광장 침수 등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빗물을 저장하고 저류하는 기능을 감당할 습지와 삼림을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하나 둘 없애면서 산사태와 홍수에 대비한 시설은 소홀히 한 것이 지금까지의 기상재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와 폭설 등으로 인한 우리 생활권 주변 재해예방을 위해 재해위험지구, 급경사지, 소하천, 서민밀접지역의 재해취약 지역의 예방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수관거의 통수 능력 배가 확보에 주력
이에 따라 올해 재해예방 관련 예산은 관련 부서 전체(재해합동대책반)를 합해 4조 5,615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작년보다 21.2% 증가한 액수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는 올해 재해 위험지구 224곳 서민밀집 위험지역 103곳, 급경사지 43곳, 소하천 322곳, 우수저류시설 21곳 등에 대한 재해예방사업에 1조 733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환경부 역시 재해 대비 하수관거 정비 및 저류시설 예산으로 6,166억 원(2015년까지 부적정 운영 하수처리서설 정상화 사업추진 시의 예산·실제 올해 활용 예산 4,000여 억 원)이 책정됐다.
하수관거 설비와 관련된 이러한 예산 배정은 수도 서울을 예로 들더라도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우수와 하수관리 체계로는 집중 폭우로 인한 홍수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다.
현재 전국의 우수관거 5만 4,422㎞ 가운데 6,455㎞는 용량이 부족하며 18m당 1개소가 불량한 상태다. 빗물펌프장 역시 67%가 설계빈도 30년에 미달해 용량이 부족하며 특히 전국 반지하 22만 6,766 가구 중 약 4만 가구가 상습적 침수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따라서 환경부 생활하수과는 올해 하수관거의 우수가 원활히 빠질 수 있는 통수능력 확보 기능을 강화시키는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5월 말까지 ‘하수도정비시범사업’의 하나로 ‘하수관거 정비’에 나서고 있다. 즉 각 지자체를 통해 도로상에 있는 관로로 빗물을 유도하는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인근 주민들이 하수 냄새를 이유로 덮개를 덮은 것을 치워 빗물이 하수관거로 잘 유입되도록 조치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하수저류시설과 기준을 넓혀 우수의 중간 집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거용량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또 하수도 정비 기본 계획에는 하수저류시설 설치를 통해 재해방지 기능을 강화하게 되는데 다기능 하수저류시설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작년 17곳의 하수저류시설 설치에 이어 올해는 23곳으로 시설설치를 확대해 침수예방과 비점오염원 저감, 빗물 재이용 등의 효과를 거두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별 우수관거 정비 실행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 지역과 상습 침수지역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연차별 정비계획을 세우고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아래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5년까지 적정하지 못하게 운영되는 하수처리시설의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인데, 그 이유로는 저농도 하수가 유입되는 하수처리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오수관과 우수관의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농도의 하수가 유입되는 것은 결국 빗물 빠짐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차집관거 개량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그동안 오수 이송 등을 위한 지선 위주의 관거정비가 이뤄져왔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집관거 정비는 미뤄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하수관거 보급률이 75%를 달성한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약 4조 4,000억 원 규모의 지선관거 정비 투자가 이뤄져 왔으므로 이제는 본격적인 차집관거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를 일시에 정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래된 관거, 저지대 침수지역 등 우선순위를 정해 선별 추진한다. 이러한 차집관거 개선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계속된다.
빗물의 분산형 관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수단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기상재해예방 차원에서 침투·저류 및 이용, 방제, 수자원확보를 위한 빗물이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빗물을 관리하면 침투·저류 및 이용, 방제, 수량 쪽에만 효과를 볼 것으로 흔히 생각할 수 있지만, 빗물 저감으로 인한 비점오염원 부분이 가장 큰 효과를 본다. 빗물을 분산하면 환경오염이나 수질관리, 생태측면에서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침투·저류 및 이용을 위해 도시 전체를 개·보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빗물을 분산형으로 관리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적절한 수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일부 도시들도 하수도관을 늘리기 보다는 침투, 저류, 이용으로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빗물전도사를 자처하는 한무영 교수(서울대·<사>빗물모아지구사랑 공동대표)는 국내 최초로 빗물분산시스템을 도입한 아산신도시의 빗물관리와 관련 이것이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치켜세운다.
한 교수는 그러나 이런 우수한 시설을 적용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홍수방지용 우수저류시설을 홍수 방지 외에 저장수도 활용하는 등의 다목적 방안을 고려해 모범사례로 활용하고 이 과정을 통해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 교수는 물 문제에 대해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해서라도 레인시티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는 지자체 스스로 물 자급률 확보 및 홍수방지 목표량을 자체 담당하게 해 기술과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즉 이 같은 레인시티육성법을 시행하면 각 부서의 고유권한도 훼손되지 않고 물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수해방지 대책 사례들
재해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은 지하저류시설과 지하저류터널, 슈퍼제방, 수도권외곽방수로 등의 시설로 기상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도심의 주요 지점에 지하저류시설을 설치하면 돌발적으로 내리는 폭우의 양을 54만 톤까지 조절할 수 있어 도시가 물에 잠기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는 일을 막아 낼 수 있다.
지하저류터널도 하수구와는 별도로 빗물을 저류시설로 이동시키거나 저장한 빗물을 조정하여 하천으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영국과 미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도 도심에 대심도 터널 등을 건설했다. 이 터널은 홍수기에는 저류시설, 평상시에는 오·폐수 처리나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 용도 등의 다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는 미시간 호 남쪽에 위치해 폭우 시 홍수피해가 잦았던 시카고는 하수와 홍수를 이송 또는 저장하는 지하터널과 저수지를 건설하는 ‘TARP(Tunnel And Reservoir Plan)’ 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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