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차원에서 에너지 수급을 검토해야 할 상황에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정부의 새로운 정책추진과 기업의 활발한 투자 그리고 국민의 인식변화가 맞물려 연료전지 산업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와 물을 발생시키는 장치로서 화석연료 고갈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국토가 좁고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며 산업이 발전해 양질의 상시발전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건물용·가정용 연료전지↑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아직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지만, 정부 정책 및 기업의 기술개발에 따라 대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최근 5년간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에 약 2,700억 원을 투자했다. 용도별로는 발전용, 건물용, 수송용 등에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하고, 건물·수송용 등 공동이용이 가능한 부품에 대한 기술지원을 증가시키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도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독자적인 기업경쟁력을 갖추고 연료전지 본체를 포함한 연료개질, 전력 변환 장치 등의 소규모 신제품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머지않아 선진국 기술 및 보급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연료전지의 기술 수준은 적용분야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먼저 ‘수송용(연료전지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주) 등이 선진국 기술과 비교해 성숙단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출이외에 국내 상용화는 어려운 상태다. 국내 보급을 위한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수소연료 충전소 설치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용화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2006년부터 보급이 늘어난 ‘발전용 연료전지’의 경우 국내 기술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올해부터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시행에 따라 보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경제성과 내구성 문제로 정부 보조금 없이 자체로 발전사업 하기에는 시간이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건물용 연료전지’는 최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체는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신규 생산장비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는 추세이며, 또 공공건물 이용의 의무확대 및 신재생 건축물 인증제도 도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중 효율 및 이용율이 가장 높고 설치 면적이 작은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의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설치비로 현재 정부 보조금이 없이는 경제성도 맞지 않고 시장 진입이 어렵다. 보조금 없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존의 설치비를 내려야 하는데, 5년여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가정용 연료전지’는 국내 기술로 개발을 완료·실증하고 건물용을 포함해 1,300여 개가 보급된 상태다. 또한 2010년부터 그린홈100만호보급사업(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시 비용 일부 정부지원)의 일환으로 연료전지의 경우 설치비용의 최대 80%를 정부가 지원해 보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2만 대, 2020년까지 그린홈 10만호로 보급이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부품의 발전문제와 경제성의 문제가 뒤따른다.
연료전지 부피 줄고 효율성 높여 상용화 앞당겨
그동안 연료전지의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전지의 부피 문제다. 이 문제는 부피저감 노력에 의해 상당부분 개선됐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기존에는 전지의 부피 때문에 트렁크가 없거나 트렁크 안에 연료전지를 엔진으로 사용했지만, 최근 개발된 연료전지차의 경우 일반 가솔린 자동차와 똑같이 엔진 대신 연료전지를 장착, 가솔린통은 수소통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가솔린차 수준으로 전체적인 부품의 부피가 줄고 자연히 그 무게까지 줄었다. 국내 기술현황을 살펴보자. 먼저 2000년 연료전지 개발을 본격화한 현대자동차(주)는 세계 최초로 연간 1,000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양산체제를 구축, 지난 1월 유럽 4개국과 연료전지차 시범 보급 MOU를 맺으며 본격적인 유럽 공략에 나섰다.
또한 올 12월부터 울산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하고 2015년 이후 1만 대의 생산 기반을 구축,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주)의 수소연료전지차는 독자 개발한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 저장 시스템(700기압)이 탑재되었고, 영하 25℃ 이하에서의 저온시동성 확보, 연비 31km/ℓ, 일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 650km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효율성과 성능을 지녀 중·소형급연료전지차 상용화를 앞당겼다.
또한 약 120개 국내 부품업체와의 기술개발 협력을 통해 핵심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으며, 시범보급 및 본격 양산에 대비해 부품 크기 축소, 연료전지시스템 모듈화 등 핵심부품 설계 개선을 통해 기존 가솔린 차량 엔진크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세계최대 연료전지 발전소 내년 말 준공 예정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해온 포스코에너지(주)는 2007년 연료전지 정비, 설치 및 시공을 시작으로 BOP(연료전지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 시스템이 원활하게 하는 장치), 스택킹(Stacking:연료전지 핵심부품 Cell을 적층하는 것) 기술을 이전받았다.
2008년부터 포항에 연간 100MW(약 12만 5,000가구 전력사용량)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최대BOP 및 스택제조공장을 설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이달 기준 노원연료전지발전소, 부산연료전지발전(BFC) 등 국내 20여 곳에 약 57MW(발전용 기준) 규모를 설치하고, 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와 함께 경기그린에너지(주)를 설립하여 경기도 발안산업단지에 내년 말 준공 예정인 60MW규모(총 3,200억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464GWh의 전기와 1,950억㎉의 열을 생산하는데 이는 화성시 가정 9만 세대에 공급 가능한 발전량이다. 더불어 연간 6만 톤의 이산화탄소도 저감하여 소나무 5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친환경 효과를 지닌다.
한편 건물용 연료전지 수요증가를 예상함에 따라 올 2월 100kW급 건물용 연료전지를 자체적으로 개발, 서울 어린이대공원과 서북병원에 설치·운영중에 있다. 아울러 친환경 고효율 선박용 동력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따라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에도 힘쓰고 있으며, Cell 기술 확보 및 2015년 Cell공장 준공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원천기술 보유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올 겨울철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탄소제로’ 주거단지가 내년 4월 울산에 선보인다. 에너지관리공단과 울산시는 수소가스를 사용해 각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을 이용하는 수소타운을 시범 조성한다.
수소타운 대상지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LS니꼬’ 사택 240가구로 인근 석유화학공장에서 사택단지까지 1km 구간에 배관을 묻어 수소가스를 공급하며 각 가정에는 수소가스를 전기로 바꾸는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다.
수소타운 가정의 한 달 전기사용량이 평균 400kWh일때 한 달 전기료가 1만 원 안팎으로 4인 기준 가정 전기료의 13% 수준이다. 이를 통해 유가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게 됐다.
미래지향적 요소 ‘친환경성’과 ‘고효율성’ 동시에 지녀
한편 연료전지의 미래지향적 요소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고효율성이다. 연료전지는 화력발전, 디젤발전기 등 기존 내연기관보다 2배가량 에너지 변환 효율성이 높다.
둘째, 친환경성이다. 연료전지는 효율이 높고 연소과정이 없는 만큼 자연히 CO2 배출량도 감축되고, 작동온도가 낮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더 확대되면 풍력에너지 등의 특성상 에너지의 저장이 필수적인데, 잉여전력을 수소연료전지로 연계할 경우 수소 이용 후 물만 배출되고 CO2가 발생하지 않아 저공해이며, 거의 ‘무공해’에 가깝다. 궁극적으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가 경제적으로 만들어 진다면 무공해 발전장치로서 의미가 크다.
셋째, 안전성이다. 연료전지는 자연에너지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적으로 전력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풍력에너지의 경우 우리가 이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연료전지는 필요에 따라 수소의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그밖에 연료전지는 분산형 전원이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 (태양광 110배, 풍력 220배)와 비교해 입지조건이 우수하고 공간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도시지역에 널리 보급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료전지 내구성·경제성 해결이 당면과제
그런데 이러한 연료전지의 장점과 국내의 상당한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급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먼저 내구성과 경제성 문제해결이 당면과제다.
연료전지의 기술면에서는 장시간 운영할 수 있는 내구성 기술을 진전시키고 적극적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가격면에서는 핵심부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 및 국산화 등을 통한 원가절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료전지차의 경우 소비자에게 보급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이 도입되고, 고압수소 취성연구 및 수소 충전소 설치 및 관련 인프라(수소생산, 이송, 저장) 구축을 위해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앞서 안전기준의 개발이 선행되거나 동등한 시기에 이뤄져야 하며, 안전기준에 따른 안전성 및 내구성 시험평가 설비 구축도 필요하다.
또 국내 강점 분야의 선택과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당장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피할 수 없으며 연료전지의 상용화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에서 특히 연료전지를 중심으로한 산업이 국내에 정착하도록 정부가 이를 적극 유도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일례로 연료전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연료전지 관련 정책과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 온 점이 연료전지 산업 발달의 원동력이 됐다. 이미 국내 연료전지 기술은 상당부분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산업의 확대는 어렵지 않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부품기업과 기술제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연료전지 표준화작업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내 산업체에 유리한 표준화 기술을 제안, 관련 동향을 연구개발 과정에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국외에 비해 국내 수소관련 인프라 연구개발은 극히 저조한 상태로 보다 체계적인 국내기술 및 인프라 확보를 위해 관련 연구개발자들과 정부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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