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삼성… 화학사고, 언제 그치나

안전 불감증이 원인…근본대책 세워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5-06 10: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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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삼성계열 화학 공장에서 독성 화학 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3월 2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가스 누출 의혹 사고가 일어났고, 4월 14일 삼성정밀화학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LG실트론 등 여타 대기업 계열사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구미와 청주 등 중소기업 공장에서도 누출사고가 잇따랐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기업에서 화학 사고가 일정기간 3번 연속으로 발생하면 영업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와 피해배상제도를 이르면 내년 말 도입하기로 예고했지만 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 불산 누출 1명 사망…은폐하려다 탄로
삼성계열 기업에서 올들어 발생한 첫번째 사고는 1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터졌다. 당시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삼성 쪽은 16시간 이상 공장 안에서 불산이 누출됐는데도 경찰과 소방당국에는 신고조차 하지 않아 사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삼성반도체와 경기 화성동부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27일 오후 1시30분께 반도체 화성공장 사업장 11라인(반도체 칩 생산라인) 바로 옆에 있는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에서 불화수소희석액(불산)이 누출됐다. 불산이 누출된 저장탱크는 500ℓ들이로 밸브관 개스킷과 금속관 등이 낡아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쪽은 사고가 나자 협력사인 STI서비스 직원들을 불러 수리를 맡겼고 서비스업체 직원 5명은 이날 밤 11시께부터 고장 장치 수리를 시작해 28일 새벽 4시46분께 수리를 마쳤다.
그러나 고장 수리에 나섰던 협력업체 직원 5명이 28일 오전 7시30분께 목과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겼으나 박모(35)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숨졌다. 또 함께 작업했던 4명의 직원들도 비슷한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명적인 불산 누출사고에도 불구하고 삼성 쪽은 이를 은폐하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한 지 15시간 넘어서 경기도청과 경찰, 소방당국의 확인 요청이 들어오자 확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 노동자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사고 사실조차 덮고 넘어가려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누출된 불산수소희석액은 약 10ℓ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서비스 업체 직원들이 배관 교체작업 중 불산을 공급해주는 배관 아래 쪽 밸브가 녹아내리며 불산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안전장구 착용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경찰과 소방서, 한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은 불산사고 사실을 주변 지역에 통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녹색기업인증 신청 철회하겠다”
이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 월3일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난 1월 28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사고를 막지 못한 반성의 뜻으로 녹색기업인증 신청을 철회하고 빠른 시일 안에 환경안전 업무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1,93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부는 위반 사항 일부에 대해 사업주를 사법처리 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사업장 내 어린이집 정상 운영’ 논란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이 불산 누출사고 당시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사업장 내 어린이집을 정상 운영한 것으로 밝혀져 말썽을 빚었다. 경기도의회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불산 누출사고 당시 사고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삼성 직장어린이집을 정상 운영했다. 2009년 4월 17일 화성사업장 내에 문을 연 삼성 직장어린이집은 90명의 어린이가 재원 중이고, 교사와 영양사 등 17명이 근무 중이다.

삼성 직장어린이집의 정상 운영과 대조적으로 인근 능동초등학교는 29일로 예정된 개학을 30일로 연기했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을 취소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조광명 경기도의원은 “위험한 유해물질이 유출됐음에도 90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정상 운영한 것은 사고 은폐와 함께 삼성전자의 부도덕성과 안전 불감증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 현장과 어린이집은 직선거리로 약 1㎞나 떨어져 있을뿐 아니라 환경부에서 즉시 나와 조사한 결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정상 운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디스플레이 공장 가스배관 교체 중 몸에 이상 느껴
두 번째 사고는 3월 21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공장에서 일어났다. 가스배관 교체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 진료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낮 12시께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LCD 8-1라인 CVD 2호기의 낡은 가스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강모(34)씨와 박모(31)씨가 몇분 간격으로 갑자기 어지럼증과 목이 칼칼한 증세를 보였다. 사고가 난 지점은 가스가 배출되는 곳이다.

이들은 곧바로 인근 천안 단국대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2차례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결과, 별다른 특이소견이 없다는 의사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작업 장소에는 이들을 포함해 작업자 3명, 안전관리자와 기술자, 삼성 쪽 관계자 등 모두 8명이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가 난 CVD 공정은 반도체 기판 위에 원료가 되는 가스를 흘린 뒤 빛으로 열을 가해 박막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공장 쪽은 지난 3월 11일부터 공정을 중단시키고 보수작업을 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작업자들은 모두 안전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최근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문제가 된 불산가스가 사용되는 공정은 아닌 것으로 안다. 가스가 남아 있었는지, 어떤 가스인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삼성 쪽에서 ‘사고 뒤 검지기로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났다면 가스가 검출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관리공단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밀화학공장 염소가스 4.6㎏가량 50분간 누출
세 번째 사고는 4월 14일 울산 남구 여천동 소재 삼성정밀화학(주)에서 발생해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9시 46분께 액화염소가스를 염화메탄 공장으로 공급해 주는 공급펌프가 고장 나면서 염소가스 4.6㎏가량이 50여 분간 누출됐다.

이 회사는 2년마다 한 차례씩 정기 보수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날 사고는 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형식적인 보수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염소가스 누출 사고는 가동이 정지된 공급펌프 대신 예비펌프가 가동됐으나 재차 가동이 정지되면서 펌프 내 염소 제거 조치 시 진공 처리배관이 막히고 역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울산시는 이날 사고의 원인을 안전 불감증으로 보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오염도 조사에서는 염소가스가 허용기준 이내 및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이와 별도로 공장 내 대기방지시설 정상가동 여부 등 환경법 위반 관련 여부를 철저히 검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위반사항이 적발될 시에는 법에 따라 강력히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삼성정말화학 울산공장 측에 작업중지 명령과 시설진단 명령을 내렸고 울산 남부경찰서는 수사전담반을 구성하고 안전관리 준수 여부 등의 수사에 나섰다.

안전불감증 키우는 당국, 정확한 문제인식 필요
삼성정밀화학은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염소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공개 사과했다. 삼성정밀화학 측은 “앞으로 유사한 일이 없도록 철저한 사후 대책과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진행사항에 관해서는 “사고 설비의 운전을 중단하고 누출 부위는 물론 다른 부위도 정밀진단하고 있다. 사고 관련자는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고 당시 이송펌프와 중화탑 사이의 2인치 플라스틱 배관 2곳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최종 확인 결과 2, 3, 4인치 배관 1곳씩 총 3개 배관 3곳에서 가스가 누출됐다고 설명했다.

염소는 사람이 흡입하게 되면 발작적 기침과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어 환경부의 사고대비물질로 분류돼 있다. 이 공장에서는 3월 6일에도 정전으로 다이메틸아민가스가 소량 누출돼 인근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했다고 한다.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화학물질 사고가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기업의 안전 의식과 시설 관리 등이 매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기위해 안전 관리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사고 이후 적절한 책임 추궁이 이뤄지지 않아 안전 불감증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국의 정확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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