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용부담금, 긴박했던 합의의 막전막후

서울·인천 부담금 납부재개, 한강수계위 지자체참여 확대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7-05 13: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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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계가 모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물이용부담금 문제로 지난 4월부터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던 환경부와 서울·인천이 지난달 17일 개최된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서 대승적인 합의점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20여일 전만해도 상황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었다. 치열한 논리싸움이 서서히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던 시점.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어떻게 그들은 충돌 대신 공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을까? 극적인 대타협을 도출했던 6월 6일 조찬회동. 그 막전막후를 되짚어 본다.

지난해 징수된 한강수계 부담금만 4,431억원
한강수계위, 중앙정부 의결권만 절반 육박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용부담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 이 부담금은 1999년 ‘한강수계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이 제도의 골자는 깨끗한 원수를 공급받기를 원하는 한강 하류지역이 상류지역의 수질개선과 개발제한에 따른 피해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수도요금에 합산되어 징수되는 물이용부담금은 도입 당시 톤당 80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톤당 170원까지 증가한 상황. 지난 한 해 징수된 한강수계 물이용부담금만 4,431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이 막대한 기금을 관리·운영하는 기구가 바로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이 위원회는 환경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강수계 5개 시도(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청)의 부시장 또는 부지사,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 등 모두 9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환경부를 포함 중앙정부 측 의결권만 절반에 육박하다보니 5개 시도가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지자체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 더욱이 기금 수혜지역과 기금 부과지역으로 양분되는 지자체가 뜻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00억 부담 인천시, 지원은 고작 10억
1,895억 납부한 경기도는 2,123억원 지출

그렇다면 물이용부담금의 부과지역과 수혜지역은 어떻게 구분될까? 물이용부담금 부과대상 수역은 팔당호(팔당댐~경기도 하남시 및 남양주시 관할 상수원보호구역의 경계석)와 팔당댐 하류의 한강본류 하천구간으로 60개 시·군·구가 속해 있다. 서울특별시(25개구) 전역과 인천광역시(8구 2군) 전역, 그리고 경기도의 25개시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수혜지역은 서울 3개구와 경기도(11개), 강원(14개), 충북(8개)의 33개 시·군이 그 대상. 한강상류인 강원도와 충북도는 수혜지역으로만 분류된 반면, 인천은 부과대상에만 포함될 뿐 수혜대상에선 제외되어 있다. 그나마 서울시는 잠실수중보 상류에 5개의 취수원(강북, 암사, 구의, 뚝도, 풍납)을 두고 있어 강동구, 송파구, 광진구 3개구가 이름을 올린 상
황이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부과대상 중 가장 많은 25개 지역이 포함됐지만, 수혜대상 역시 강원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개 지역. 경기도가 물이용부담금 부과지역임에도 이번 논란에서 서울·인천과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도가 서울·인천과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강수계관리기금 사용내역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한해 지자체별 물이용부담금 납부액은 경기도(1,895억원)와 서울시(1,829억원)가 비슷한 수준. 하지만 기금의 시도별 지출내용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경기도는 지난 한해 2,123억원의 기금을 사용했지만, 서울시에 투입된 기금은 107억원에 불과하다. 기금은 비슷하게 납부했지만, 사용기금은 1/20 수준인 것. 하지만 인천시의 불만에 비할까?

수혜지역이 단 한곳도 없는 인천시는 513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하고도 기금운영 및 기타수질개선 등의 명목으로 불과 11억원의 기금만을 지원 받았기 때문이다.

한강 쓰레기 종착지 인천, 취수원 없어 기금지원 불가
불만 쌓인 서울·인천 4월부터 납부 중단

2012년 기금사용내역 중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지출이 많은 지역은 1,079억원이 투입된 강원도. 그리고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사무국(684억원), 충북(344억원), 수자원공사 등(26억원)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무리 한강상류의 수질개선과 피해보전 비용을 한강하류에서 부담하는 제도라고는 하지만, 기금운영과 의사결정과정에 서울시와 인천시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 더욱이 한강유역의 모든 쓰레기가 모여드는 인천시 입장에서는 취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질개선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법도 한 상황이다.

막대한 기금에 대해 납부의무만 있는 서울시와 인천시가 부담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하지만 9명의 위원 중 서울시와 인천시의 의견은 그저 소수 의견에 불과할 터였다. 그리고 지난 연말. 서울시와 인천시는 톤당 부담금을 20원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13년~2014년 부담액조정안’을 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안건은 위원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실무위에서 부결되는 수모를 겪고 만다.

이에 서울시와 인천시는 지난 4월부터 부담금 납부 거부라는 초강수로 한강수계관리위원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 한강수계관리위원회 틀안에서 논의되던 문제들이 공개적인 여론전으로 비화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양 진영은 치열한 논리공방을 펼치며 우호여론을 얻기 위한 여론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서울·인천연합, 장외투쟁 여론전 돌입 논리싸움은 잠시 감정싸움으로 본격화
한강수계관리위원회는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 물이용부담금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경기도를 중심으로 물이용부담금 인하 추진 항의집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서울·인천 연합역시 여론의 관심을 얻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구사해 나갔다.

그렇게 서서히 양 진영의 골이 깊어질 때로 깊어지던 지난 5월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이용부담금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하며, 서울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내용은 지난 5월 24일. ‘서울시-환경부 수도권 물이용부담금 주도권 싸움’이라는 타이틀로 한 신문사 지면을 통해 보도됐다.

문제는 이 기사를 반박하기 위해 같은 날 배포된 환경부의 보도설명자료. 보도요청을 전제로 배포되는 보도자료와 달리 보도설명자료 또는 보도해명자료는 특정 기사에 대한 이의제기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배포되는 자료를 말한다. 이날 배포된 자료는 서울시의 입장에 치우처진 보도에 대한 통상적인 수준의 내용. 하지만 붙임으로 첨부된 2건의 자료 중 한 건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이를 반박한 환경부 담당사무관의 댓글 전문이다.

환경부 도발에 서울시는 부글부글 일촉즉발의 긴장감속 뜻밖의 상황전개
페이스북이 아무리 개인과 개인이 의견을 교환하는 사적인 공간이라 하더라도 댓글 자체만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상황.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떠나서도 기관과 기관이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5급사무관의 댓글 도발은 서울시를 자극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환경부는 오히려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공식문서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5급 사무관을 동급으로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해 버린 것이다. 이는 서울시를 향한 환경부의 강력한 도발로 밖에는 이해되기 힘든 상황. 그리고 이틀 뒤인 5월 26일. ‘서울시장-환경부직원 신경전’이라는 타이틀의 보도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일까? 서울시의 전면적인 대응이 예상되던 시점. 물이용부담금 문제는 차제하고, 이제는 서울시와 환경부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비춰졌다. 하지만 세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서울시의 대대적인 반격은커녕 환경부와 서울시가 물이용 부담금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5월 24일로부터 불과 채 2주가 지나지 않은 6월 6일. 윤성규 환경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찬회동을 갖고 물이용부담금 납부재개에 전격 합의한 것.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장관·시장 만남에 합의모드로 급전환
6월 6일 D-day 앞두고 환경부·서울시 초비상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 5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친 윤성규 환경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이용부담금과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끝내고 합의점을 도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D-day는 6월 6일. 날짜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 갈등의 골이 깊어질 때로 깊어지고 있었지만 6월 6일까지 합의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감에 서울시와 환경부 당국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무회의 3일 후인 5월 31일 환경부에서 진행된 국장급회의에서 역시 논쟁은 지속됐다.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던 기싸움은 6월 6일 D-day를 불과 하루 남짓 남겨둔 6월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환경부의 통보가 서울시로 전달되며 일단락됐다.

“6월 6일까지 환경부가 답을 줄 수 없는 것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고, 조금이라도 문틈이 있는 항목들은 지자체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안을 만들었다”는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님과 장관님이 인사만 하고 돌아오실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며 당시의 긴박함을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상호간의 신뢰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상하류가 공영하는 선진적인 시스템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두 분의 대승적인 결단이 이번 합의를 이뤄낸 원동력이었다”며 “정책도 생물과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고, 지난 15년간 운영되어온 물이용부담금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차체 참여폭 확대, 기금운영 공정성 강화 소통과 신뢰, 모두를 승리하게 한 비결
이번에 합의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지자체의 참여폭 확대와 기금운영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이다. 첫 번째 지자체의 참여폭 확대는 사무국의 독립과 위원회의 의결구조 개선 등의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 환경부와 5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논의·개선하기로 한 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했던 하류지역, 특히 인천시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마련에 초점이 맞춰진다. 취수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금운영에서 제외됐던 인천시에 대해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별도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데 합의한 것.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징수금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별도의 기금으로 마련해 해당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서울시와 인천시는 그동안 중단해왔던 물이용부담금 납부를 재개키로 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합의과정은 환경관련 분쟁을 해결하는데 소통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윤성규 장관과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결국 이번 문제 역시 파국으로 치달았을 개연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두 기관의 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자리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 이미 절반의 합의가 완성됐던 것. 또한 상대진영의 도발에도 공식적인 논평이나 대응을 자제했던 서울시의 의연함이나, 서울시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환경부의 결단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서울시와 환경부의 합의를 믿고 대승적인 합의에 동참한 인천시 역시 한강수계관리위원회가 신뢰라는 문화를 쌓아가는 초석을 만든 주인공. 누구의 공이 더 크고 작고는 중요치 않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승자고 또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를 갈등과 반목에 대한 책임과 비난이 아닌, 존중과 합의의 승리자로 만든 비결. 그것은 바로 ‘소통’이란 두 글자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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