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 낙엽이 지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봄 꽃이 피어나고 있다 (사진 1).
예전 같으면 가을 가뭄의 문제가 화제로 떠오르곤 했던 늦가을에 폭우가 내려 홍수 위험을 거론하고 있다. 영화에나 보아 왔던 토네이도급 강풍이 상가의 간판을 쓸어 내리고 있다. 모두가 기후변화가 몰고 오는 기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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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의 벚나무는 이미 잎을 모두 떨구어내고 산딸나무 잎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가을임을 알려주고 있는데, 전형적인 봄꽃인 산철쭉이 활짝 꽃을 피워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이러한 기현상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 기현상이라 부르기도 어색하다. 우리가 놀이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화투는 식물의 계절 현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용된 달력은 음력이므로 양력으로 환산하면 그것에 표현된 달은 한 달 정도 늦은 것이 된다. 그런데 요즘 화투에 등장하는 식물들이 꽃 피는 시기는 그것에 표현된 달과 거의 일치하는 경향이니 꽃 피는 시기가 옛날과 비교하여 한 달 가량 당겨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 년 간 소나무를 관찰해보니 통상 3월부터 6월 사이에 자라던 소나무의 가지가 이제는 겨울의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연중 내내 지속해서 자란다 (사진 2). 이런 영향으로 미국에서 보고된 연구 결과를 보면, 최근 20년 동안 나무의 성장이 그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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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자라야 할 소나무의 새 가지가 가을이 한창 진행 중인 요즘도 자라나고 있다. |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미국에서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최근 30년 동안 나무의 고사율이 늘어났는데 그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는 기후변화라는 현상이 매우 복잡하여 단순한 결과 만을 낳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기후변화는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하여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 더구나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하여 기후변화를 주도하는 온실가스 배출 의무 감축국이 정해졌었으나 이제는 그러한 의무가 탄소 중립이라는 제목으로 모든 나라에 주어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녹색 성장 전략을 수립한 바 있고,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한 참여도 선도적으로 선언하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제 우리는 그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연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여 그 사용량을 줄이고,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흡수하여 온난화 작용을 못 하게 하며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여 일상에서 에너지 사용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선언한 탄소 중립 목표에 이르려면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들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금융 위기 쇼크 이후 여러 분야에서 절약을 강조해 온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절약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미연방 교통국이 내놓은 한 보고서는 1980년 이후 인구, 자동차 등록 대수 및 자동차 운전 거리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운전 거리 증가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보다 세배 빠르고, 자동차 수 증가 속도보다는 두 배 더 빨랐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대도시 지역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통근 시간은 수십 년 동안 완만하게 증가하여 이제 휴가로 보내는 시간보다 통근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러한 운전 거리 증가의 원인을 그들은 도시 확산에서 찾고 있다. 즉,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자동차를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직장으로부터 먼 곳에 집을 지었고, 집으로부터 먼 곳에 학교나 쇼핑 센터를 건설하였다. 결과적으로 더 확장된 도시 공간을 자동차에 의존하여 이동하면서 운전 거리를 늘려 왔다.
이러한 결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낳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 밀도가 낮은 곳에서 새로운 개발을 더 크게 진행하여 인구 성장보다 세배나 빠른 속도로 토지를 개발해 왔다. 이러한 개발 확장은 운전 거리를 늘려 자동차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고 이산화탄소 흡수에 유용한 숲의 양을 감소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미연방 교통국은 운전 거리를 줄이는 데서 찾고 있다. 자동차 사용과 관련된 요금과 세금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개발 양식, 예컨대 함축 개발 (compact development)은 운전 거리를 줄여 비용을 줄이고, 건강과 재정적인 이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함축 개발은 매일 다닐 필요가 있는 직장, 상점, 학교, 공원, 환승역 등을 집으로부터 도보나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시킨다.
이 경우 설사 자동차를 이용해도 거리가 짧아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건물을 단일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 세분하기보다는 편의 시설의 범위 내에 주거 방식으로 지역 공동체의 복합 이용을 추구한다. 즉 수평적 확장보다는 수직적 상승을 추구한다.
그러면 이러한 대책은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함축 개발은 자동차 운전의 필요성을 20~40% 줄이고, 운전 거리는 30% 감소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 결과는 교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을 7~10% 감소 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의 수송 분야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13.5 %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대책이다. 과거에는 수입에 의존하는 기름 값 걱정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이용하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문제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의무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문제가 요즘 사회의 핵심 화두로 등장해 있다. 여야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지만 오가는 대화는 핵심 주제를 한참 비켜 있는 듯하다. 이러한 제안의 배경에는 도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Megacity 계획이 담겨 있고, 환경의 질 개선을 위한 함축 개발의 의미도 담고 있다. 전국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Megacity를 이루어내고,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국토를 파편화한 산발적 개발지를 자연으로 복원하면 국토의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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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토지이용 실태 (위 왼쪽), 기온상승계수 (위 오른쪽) 및 지자체 별 탄소수지 (아래)를 보여주는 지도. 기온상승계수 분포도에서 등치선 수가 많은 것은 기온상승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탄소수지에서 음의 값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배출량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고 양의 값은 그 반대의 경우를 의미한다. 세 지도를 비교하면 기온상승과 탄소수지가 토지이용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산림이 사라지고 토지이용 강도가 높으면 기온상승이 빠르게 일어나고 탄소수지 불균형이 커짐을 알 수 있다 (Lee, CS. 2021. Climate change adaptation through ecological restoration. In: Jhariya, MK, Meena, RS, Banerjee, A, Meena, SN (eds.). Natural Resources Conservation and Advances for Sustainability. pp. 151-172. https://doi.org/10.1016/B978-0-12-0013-2) |
현재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억 9,000만 톤 가량 되고 그 흡수량은 고작 4,500만 톤 수준이다. 배출량과 흡수량 차이가 매우 커 계획한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필자가 우리나라의 지자체 단위로 탄소 수지를 평가해보니탄소수지는 각 지자체가 확보하고 있는 산림 면적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보였다. 지역의 기온 상승 계수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그림 1).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기후 조절 기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르게 인식한 선진 사회는 산림을 비롯한 흡수원 확보를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탄소배출의무 감축국 편입을 반대했던 미국의 전략, 유엔환경계획 (UNEP)과 국제식량농업기구 (FAO)가 주도하고 57 개국 1,000여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상처 입은 지구 치료 프로그램 (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 국제자연보존연맹 (IUCN)의 자연기반해법 (Nature Based Solutions)이 이러한 전략을 대표한다.
도시 재편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고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며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국제화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의 시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히 다가오는 문제 중 하나이다. 이 문제를 어느 한 지역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국가 전체, 나아가 국제적인 문제까지 고려하는 혜안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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